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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빵꼼 Sep 25. 2020

나는 큐브를 가르칩니다.

큐브 퍼즐은 장난감도 아니고, 어렵지도 않습니다. 익숙하지 않을 뿐.

 때는 2006년, 그리 춥지도 덥지도 않았던 이맘때, 저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큐브를 집어 들고는 끙끙대며 큐브를 맞춰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친절하지 않은 설명서를 붙들고 완성해보려 애쓴 그때의 6시간이 저의 10년을 집어삼켰습니다. 처음 완성했던 그 날의 풍경, 그날의 표정, 그날의 기분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큐브는 정육면체로 이루어진, 각 6면의 색을 동일하게 맞추는 퍼즐입니다. 저 또한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쯤으로 생각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장난감에는 4경 가지의 경우의 수가 들어있습니다. 한 사람이 1초에 10가지 서로 다른 상황을 만들어낸다고 가정하더라도, 4천만 년 동안 단 한 번의 맞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마도 당신이 이 시기에, 이 많은 글들 사이에서 이런 평범한 글 하나를 발견할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 작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큐브가 방법과 원리를 통해 쉽게 맞추어지듯이 우리의 만남도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글재주가 뛰어난 편도 아니고, 남들이 보기에 뛰어난 삶을 산 것도 아닙니다. 그저 남들과는 다소 다르게 보내온 저의 20대를 잊혀보내는 것이 아쉬워 이곳 한 켠에 남겨두고자 합니다. 저의 20대는 정말 큐브를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글을 쓰는 시점인 서른 하나의 저 역시 지난 10년을 뒤로하고 평범한 삶을 살기는 힘들겠지요. 부족한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누군가에게는 흘려보낼 가벼운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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