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ption

The Writer's

by 유하





잠시 지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 전혀?



더 철저히 혼자가 되어 볼까. 더 높게 나만의 성벽을 쌓아 볼까.

더 이기적으로, 더 이기적으로, 배은망덕하게.

악마, 사이비 교주, 마녀, 사기꾼, 미친년이 되어 볼까.

당장 눈 감아. 더 철저히 홀로, 수면 아래로, 더 짙은 어둠 속으로.

투명인간, 소수자, 관음증 환자, 엿듣는 인간, 외국인, 이방인이 되어 볼까. 감은 충분하지.


공포스럽지만 존경스러운 새의 머리가 되어 볼까.

새의 머리로 다 잠든 새벽에 목청껏 울부짖어 볼까.

무심한 달에게 윽박질러 볼까. 잃어버린 태양을 당장 토해 놓으라고.


단, 걸인, 노예는 되지 말아야지.

오,

와, 결코 그것만은 되지 말아야지.

병자는 되어도 간병인은 이제 그만. 간병인은 끝. 해방. 독립투사!



귀여워?

내가 귀여워? 내가 콸콸 흘린, 이게 귀여워?

네가 뭔데? 귀여운 게 뭔데? 네가 본 게 뭔데?

내가 뭔데.


종이를 'ㅋ'으로 가득 채우고, 손가락으로 톡 쳐서 뒤집어 놓아 볼까.

백지를 사정없이 난도질하고 그 위에 새빨간 색을 힘껏 흩뿌려 볼까.

규범, 의무 따위는 무시. 그저 내가 간절히 욕망하는 것을 따라가 볼까.

지끈거림은 이제 금지. 쓰러져 버리겠다는 의지도.

주변의 모든 것은 다 잊고 그저 그것만을 따라가 볼까. 재밌는 게 좋아. 무조건 재밌어야 돼.

아니 네가 재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재밌는 게 중요하다고.

너 말고 나.

나.


나.

나.


나.


외부의 것들은 더 거세게 망각하고, 다 버리고, 오로지 하나, 하나만을 좇아.

하나면 충분하다.

그렇지, 하나면 충분하지. 너무 욕심을 부렸다. 쓰잘데없는 배려에. 망상 같은 이해심. 어리석은.


어쩌면 이러다 스스로 소멸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를 비웃자! 비웃자! 마음껏.

자멸의 지름길인 줄도 모르고. 도리어 점점 죽어 가는 줄도 모르고.


네가 옳다고 말하는 것에 무조건 반대하고, 너를 실망시키고, 혼란에 빠지게 하고.

더 비웃어 줘! 그래야 나도 더 크게 웃지. 더 무참히 짓밟아! 제발, 제발, 제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뭔지도 모를 물건들은 다 내던지고,

새벽의 도로를 중앙선을 따라 내달리고, 절벽에서 몸을 내던지고,

옷도 찢고, 돈도 찢고, 겹겹이 싸맨 마음도 찢고, 그걸 싸맨 네 손가락도 오징어 다리처럼 찢고,

아줌마, 여기 마요네즈 하나요 !

술은 비겁하게 무슨. 필요 없고, 음악은 내가 알아서 들어요.

너의 악몽이 되고.


가장 거대한 힘을 좇아.

왜 애써. 애써 힘써. 왜 힘을 소진해.

그냥 쫓아가면 되지. 힘! 힘! 자연스럽게 분출되는 힘! 맛은 봐야지.



어차피 인생에 답이 없다면. 어차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면.


아무도 모른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글이 뭐고 쓰는 게 뭐고, 좋은 이야기가 뭔지.

솔직히 아무도 몰라. 그냥 떠들어대고 갖다 붙이기 나름. 철학이고 종교고 사랑이고 다 말의 차이일 뿐.

뭔지도 모르고 지껄이기만 해.

다 모르고, 다 떠들어대기만 하고. 그러니까 내가 더 크게 떠들어야겠다.


여기 삶이 뭔지 아는 사람 있어? 80된 노인도 모른다. 나로서 산다는 게 뭔지 누가 알아.

모르는 채로,

그저 욕망하는 것을 따라, 간절히 원하는 것을 따라.

네가 아닌,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내가. 내가. 내가 하는 것. 내가.

비대해진 자아를 따라.

심장 박동에 맞춰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를 따라. 바람과 함께 춤추는 것들을 따라.

반드시 춤추는 것들이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무아지경으로.


나를 만족시키는 사람, 사건, 시간이란 게 있던가.

사람, 사건, 시간이란 게 있던가.

왜 행복 따위에 질질 끌려가지? 욕망! 멱살 잡고 끌고 와야지. 나랑 같이 포근한 침대로 가요.

!욕망망욕!

나를 만족시킨 유일한 것. 그것만을 쫓아가 볼까.

어서, 어서! 나에게 사람, 사건, 시간이란 게 있던가. 시간이란 게 있던가.

생각, 오로지 생각! 생각들로 가득찬 삶! 생각들만이 콸콸 터지는!

생각들이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하늘만을 보는. 저편만을 보는. 사이만을 보는. 틈만을.

글 같은 걸 왜 쓰냐고? 그러게. 잘 봐봐. 터지니까 쓰지. 콸콸 터지니까!

내가 원하는 걸 바로 그대로 말해 줄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걸 정확히 그대로 내 귀에 꽂아 줄 수 있어?

아무도 그걸 할 수 없으니까 쓰지. 해 주지 않으니까, 해 줄 맘도 없으니까 쓰지. 내가 쓰고 말지.

내가 하지. 하고 나면 그만. 살고 나면 그만.


첫눈처럼 흩날리는 생각들이 한여름의 빵빵한 에어컨 덕에 시린 내 몸에 닿아 녹아 내리면,

정신을 이루고. 세계를 이루고 끝없는 우주를 이루는! 끝없이, 끝도 없이!

나 없는 세계가 무슨 소용이야. 내가 살고 부딪치고 죽는 세계. 그것만 남겨도 충분한 나.

그것만이 살고 부딪치고 맹렬하게 죽는.


정신을 이루고, 세계를 이루고, 끝없는 우주를 이루는.

끝없이, 끝도 없이.





이름 없는 여자 대신 고막을 찢는 새 그림자,

그 시커멓게 커다란 굉음이 불러낸 사월, 사월 !!!!!!!!!!!!!!!!!!!!!!!!!!!!!!!!!!!!!!!!!!!!!!!!!!!!!!!!!!!!!!!!!!!!!!!!!!!!!!

.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