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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Jul 15. 2020

시민력은 진지함이다

시민력을 찾아서 ④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를 만나다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어 갑니다. 국가와 자본에 동원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변화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힘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시민들은 언제나 자기 삶의 가치를 표현하고 소통하며, 사회적 감각을 진화시키고 갈등을 해결할 잠재적인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시민자치문화센터는 <시민력을 찾아서> 프로젝트를 통해서 시민력을 위해 활동하고 협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왼쪽부터 청년기후긴급행동 이두원, 강다연, 오지혁 활동가


<시민력을 찾아서> 네 번째 인터뷰이로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이두원, 강다연, 오지혁을 만났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청년단체다. 올해 1월 환경부장관과의 타운홀 미팅을 시작으로, 탄소 예산을 모르는 산업통상자원부를 규탄하기 위해 세종시로 달려가기도 하고, 해외에 석탄발전소를 지으려는 한국전력 이사들의 방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생존을 위한 경쟁에 내몰린 20대들과는 조금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청년, 기후위기에 눈뜨다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다연 : 초등학교 3학년 때  <북극곰의 눈물>을 보고서 환경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환경 문제를 기후변화보다는 쓰레기 문제 정도로 알고 있었고, 고1~2 때까지만 해도 전기를 아껴야겠다 정도로 생각했다. 에너지 문제와 기후 변화로 인식을 확장하게 된 건 우연히 고3 때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를 읽고 난 후다. 환경 문제와 경제 문제가 이어진다는 걸 깨닫고 액션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혁 : 예전에 전문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며, 마음에만 담아두었다. 그러다 작년에 당에 가입하며 생태 정치 문제를 다루는 정치인과 활동을 하게 되며, 강의도 찾아다니고 공부도 시작하게 되었다.
두원 : 나는 중학교 때부터 대안학교를 다니며, 자연 속에 있을 기회가 많았다. 학교에서 농사도 짓고 바다나 산을 많이 돌아다니며, 자연스레 생태감수성을 키우게 되었다. 그리고 생태, 함께, 평화 등을 키워드로 하는 하자작업장학교에 입학을 한 뒤, 기후변화 이슈를 공부하며 인간이란 우주의 작은 먼지 같은 존재인데, 욕심 때문에 모든 걸 해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커졌다. 결정적이었던 건 20살 때, 기후위기와 난민을 주 이슈로 다루는 덴마크 세계시민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경험이다. 덴마크 사회가 친환경적이고,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더라. 유럽에서 기후변화 관련 활동가를 많이 만나며 영향을 받게 되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을 결성하고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혁 : 청년단체들이 여럿 있지만, 청년들의 요구를 잘 내세우진 못했다. 둘째로, 정치적인 요구를 하거나 액션을 할 기회가 적었다. 각자 무언가 아는 데에 그치고, 개인적인 실천에 그쳐, 해외 사례처럼 액션을 하는 데에 갈증이 있어 결성하게 되었다.
두원 : 오지혁이 제안해줬다. 기후위기 관련 여러 대학 동아리, 청년단체가 있는데 공부모임은 활성화되어있지만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은 적었다. 공부에 멈춰있는 게 아니라 액션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결성하게 되었다.
다연 : 둘에 비해 뒤늦게 합류한 편이다. 1월 31일 환경부 장관 타운홀 미팅에 개인적으로 참석해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현장에 청년들이 많아서 놀랐는데 갑자기 공룡들이 습격하길래 이게 뭔가 싶어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붙잡고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어보고 가입하게 되었다(웃음).
2020년 1월 31일, 환경부 조명래 장관과의 타운홀 미팅에 공룡옷을 입고 참여한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


입시나 취업을 위한 공부뿐만 아니라, 자기 앎과 실천을 위한 공부를 해오셨다. 오늘날 20대는 경쟁에 내몰려있는데, 불안하진 않은가?

다연 : 불안감이 든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그 친구들이 향후 2~3년 뒤를 준비하고 있는 셈인데, 나는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는 건 더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혁 : 활동가의 삶이란, 내가 원하는 게 뭘까 더 고민하는 삶이다. 그래서 오히려 기후위기 문제를 공부하며 진로가 더 뚜렷해졌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예컨대 화석연료가 좌초자산이 되는데, 재생에너지나 자원순환 관련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반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다


환경부 타운홀 미팅 이후 벌써 반년이 지났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에 대해 소개해달라.

두원 : 최근 한전이사회의 석탄투자를 막기 위해, 이사들에게 직접 연락을 하고 만난 게 가장 인상 깊었다. 피케팅을 하고 구호를 외치는 데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을 시도했다. 기후위기란 사람들이 만들어냈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투자 승인으로 결정나서 아쉽지만 말이다.    
다연 : 아침 일찍부터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다녀온 게 가장 기억난다. 탄소예산을 지폐로 만들며 유쾌하게 시위를 시작했다. 산자부를 비롯해 공무원들에게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는 쾌감이 있었다. 한편, 어떤 분들은 반겨주셨지만, 어떤 분들은 비웃고 지나갔다. 그냥 저러다 말겠지하는 생각이었을까?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게 되었다.    
지혁 : 첫 번째 액션이었던 타운홀 미팅이 가장 인상 깊다. 그전에 스스로 활동가라 생각했던 사람도 없었고, 무언가 액션을 해본 사람도 없었다. 우당탕 메시지와 액션을 준비했는데, 지금도 비슷한 구조로 액션을 하고 있다.


2020년 6월 18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산자부 성윤모 장관을 규탄하기 위한 액션에 참여한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

    
김공룡과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공룡 코스튬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두원 : 첫 액션 당시 눈에 띄기 위해 무얼 할까 하다가 정하게 되었다. 청연이란 분이 “공룡이 멸종되었는데, 우리도 멸종에 저항하지 않나"라고 하며 제안했다. 그런데 누가 입을까 얘기했는데 한동안 정적이 감돌았다(웃음). 다른 액션에도 입고 나가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되게 좋아한다.    
다연 : 입고 있으면 정말 공룡이 된 기분이다. 울음소리도 내게 되고, 걸음걸이도 공룡처럼 뒤뚱뒤뚱 걷게 된다. 리듬을 타고 걸으며 즐거워지고 유쾌해지며, 사람들에게 쉬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지혁 : 맨 얼굴로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어주고, 유인물도 쉽게 나눠줄 수 있다. 그런데 여름엔 입으면 안 된다. 사우나에 들어가는 느낌이다(웃음).



내부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액션을 진행하나?  

지혁 : 텔레그램 방에서 거의 모든 논의가 이루어진다. 어떤 액션을 하기로 결정하면 메시지팀, 행동기획팀, 홍보팀 등 각 팀별로 일을 나눠서 진행한다.    
두원 : 액션 당일에 일찍 모여 박스를 주워 그 자리에서 먹물로 바로 쓰는 일도 많다. 행동 자체가 벼락치기처럼 긴급하게 돌아간다(웃음).    

  

산자부 액션 당일 새벽, 역사에 모여 손피켓을 만드는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을 하며, 자기 삶에서 무엇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나?

지혁 : 사회운동을 책에서만 봐왔고, 의회 같은 기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활동하다 보니, 액션이 기후위기에 걸맞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연 : 풀뿌리가 중요한지 탑다운 방식이 유효한지에 대해 늘 고민해왔지만, 요즘은 시민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가 달려있는 제도권과 달리, 시민들은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두원 : 나도 정책을 잘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단 생각이 강했다. 활동하며 국회의원 등을 직접 만나보니, 그들도 시민의 목소리와 명분이 있어야 입법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하더라. 그래서 커뮤니티나 시민들의 활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편, 기후위기 생각하면, 세상 모든 짐을 내가 떠안고 있는 느낌이다. 외롭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했는데, 저와 같은 친구들을 만나니 짐을 나눠지게 되었다. 동료를 만나게 되어 든든하다. 한편, 청년기란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로 여겨지고, 나도 나중에 커서 어떻게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생각해왔다. 그런데 활동을 하고 나서, 미래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청년, 세상을 바꾸다


여러분의 활동을 통해 정말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나?  

다연 : 주변에서부터 변화를 느낀다. 3~4년 전에 교내에서 활동을 할 때만 해도 고개를 젓던 친구들이 공감하며, 참여하고 있다. 
지혁 : 반드시 바뀔 거라 본다. 처음엔 가진 것 없이 의지 하나로 시작했다. 그때보다 두 배 이상의 활동가가 모이며 집행력도 높아졌으며, 언론에도 많이 났다.     
두원 : 세상이라는 게 나를 빼고 어디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활동을 통해 적어도 내가 바뀌고, 나는 세상의 일부니까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활동을 직업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하는 것도 아니다. 힘들 때도 있고, 바쁠 때도 있는데 어디서 동력이 생기나?

두원 : 자의반 타의반이랄까(웃음). 힘들어도 누군가 같이 하자고 얘기해주면 힘을 내게 된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너무 중요한 일인데, 우리처럼 목소리 내는 청년들이 없기도 하다. 지칠 때도 많지만, 회의와 액션에 나가게 된다.
다연 : 나는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소리치고 싶고, 알리고 싶다. 그런데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자고 하는데, 안 할 이유가 있나.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행진할 때 벅찬 기분을 느낀다. 그만한 재미와 전율은 어떤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다. 
지혁 : 평소에도 꼭 필요한 게 우리 사회에 없다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해외 기후운동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약하다는 아우성들이 있는데, 본인이 안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이 변화의 주체로 나서 원하는 현상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한국전력의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막기 위해 이사를 방문한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



당신에게 ‘시민력’이란 무엇인가?

두원 : 시민력은 진지함이다.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냉소가 생기거나 외면하기 쉽다. 그럴 때 시민력은 절대 생길 수 없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내 삶과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해야 시민력이 생긴다.
다연 : 시민력이란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다들 너무 바쁘고 지쳐있는 시대다. 그럴수록 더 좋은 세상이 올 수 있고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때, 시민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지혁 : 시민력은 연대의 힘이다. 가진 자들을 향해 권력을 요구하려면, 다 같이 모여 공통된 요구를 해야 한다. 거대한 권력과 맞서기 위해선 다수의 힘이 필요하다. 많은 합의를 안에서 이뤄, 한 번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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