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시대의 어른을 기억하기

어른 김장하와 시대를 바라보는 거

by 가다은

밥에 돌이 없는 나라를 꿈꾸며



어느 봄날의 오후, 진주의 찻집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한 사람은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는 이였고, 한 사람은 지나온 시간을 품고 있는 이였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김장하 선생의 만남은, 시대의 교차점에서 조용히 놓인 문장 하나 같았다.
그 문장은 외치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깊었고, 낡은 구두의 밑창처럼 시간을 걷는 이의 무게를 안고 있었다.


김장하.
그 이름은 더 이상 한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가 흘린 돈은 흙 위의 거름이 되었고,
그가 흘린 말은 뼛속까지 젖어드는 삶의 교훈이 되었다.


“돈은 똥과 같아. 모아놓으면 악취가 나고, 뿌리면 거름이 된다.”
그 문장이 얼마나 많은 젊은 날을 빛나게 했을까.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건넨 그 새벽의 온기는, 아직도 누군가의 가슴 속에 타오르고 있다.


한약방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 그는 세상을 진맥했다.
아픈 건 육체가 아니라 마음이며,
고장난 건 제도보다 양심이라는 걸 그는 일찍이 알고 있었다.
진주는 그의 뿌리였고, 그는 진주의 뿌리였다.
세속이 앞질러가는 시대에, 그는 의연히 뒷걸음질치며 사람들을 감쌌다.


이재명은 그 앞에서 귀를 열었다.
말 많은 정치는 말 적은 어른 앞에 고개를 숙인다.
그의 정치가 얼마나 무거운가를 알기에, 그는 듣는 데에서 정치를 다시 시작한다.
김장하는 말하지 않아도 들리게 만드는 사람이었고,
이재명은 들으면서 말이 정제되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교황 레오 14세 또한 떠오른다.
전 세계의 시선 앞에 선 그는,
종교라는 거대한 배를 이끄는 조타수로서
소외된 이들의 이름을 묵묵히 꺼내 든다.
레오 14세와 김장하 선생은 먼 거리의 사람 같지만,
그들의 리더십은 닮아 있다.
기득권을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쥔 것을 내려놓는 법을 아는 자들.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손을 내미는 사람들.



밥에 돌이 없는 사회.
김장하 선생이 꺼낸 그 우화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상대의 민망함을 덜어주는 위로이자,
이 시대를 꿰뚫는 철학이었다.
밥에 돌이 없으려면, 누군가는 밥을 고르는 손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거름이 되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 흙에서 자라야 한다.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어른을 기다려야 하는가.


그리하여 김장하의 이름은 남는다.
그의 말은 밥상이 되었고, 그의 손길은 조용한 법이 되었다.
그를 만났다는 것.
단지 하루의, 한 번의 행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어른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는 시대의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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