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The Creator' 인간과 기술의 충동이 다가온다
영화 <The Creator>(2023)는 기술과 인간성의 갈등을 중심으로 한 서사로, 주인공 조슈아(John David Washington)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대치하는 전쟁에 휘말린 전직 군인이다. 그는 AI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임무를 맡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AI의 실체를 마주하며 혼란스러운 감정의 파도에 휩쓸린다. 임무에 대한 사명감은 여전하지만, 인공지능의 파괴가 곧 인간성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또한 점차 깊어진다. 기술적 혁신의 파장을 담아낸 AI의 창조자 ‘넌(Nun)’과의 대립은 인간성과 기술의 본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당신은 창조자입니까, 파괴자입니까?”라는 영화 속 대사는 이 이야기를 집약한다. AI의 위협을 넘어, 창조 행위가 가진 이중성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인간이 창조한 기술이 어떻게 역으로 인간을 위협하는지를 성찰하게 하는 이 대사는 AI와 인간 사이 경계가 흐려지거나 단절되는 순간을 상징하며, 나아가 기술 발전에 수반되는 도덕적 책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영화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지지만, 그 배후에는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비극이 자리하고 있다. 통제하지 못한 채 윤리적 지향을 잃은 기술은 인간 존재를 위협하는 그림자로 변모하며, 기술과 인간의 어둡고 빛나는 이중성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인류는 AI 기술이 인간의 도구가 될 수 있으나, 역으로 인간을 속박할 수 있다는 경고를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The Creator는 인간이 창조한 인공지능이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피할 수 없는 윤리적 갈등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영화는 비주얼과 음악에서 찬사를 받았고 특히 미래 세계를 묘사하는 압도적인 영상미와 강렬한 음악이 관객을 단숨에 매료시킨다. 세밀하게 설계된 디지털 아바타와 도시 풍경은 미래에 대한 예언처럼 선명하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은 순간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청각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깊이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The Creator가 던지는 철학적 물음들은 매혹적이지만, 감정의 파고와 인물의 내면까지 온전히 닿지는 못한 채 피상적으로 머문다. 결국,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의 무게감이 영상미와 음악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영화의 본질은 인간이 창조한 기술이 단순한 도구에서 벗어나 위협으로 다가설 때, 그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영화는 창조자로서의 인간이 마주하는 위험과 의무를 묵직하게 되묻는다. 결국,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유익함과 동시에 피할 수 없는 부작용, 경계에서 인간이 지녀야 할 태도와 책임감에 대한 통감을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다.
영화에서 감정적 공감의 부족은 몇몇 주요 장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조슈아가 AI의 실체를 마주하며 갈등하는 장면에서 그의 내면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관객이 감정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이 장면에서 조슈아는 임무와 윤리적 갈등 사이에서 고뇌하지만, 대사와 연출이 내면의 변화를 깊이 있게 전달하지 못해, 그의 선택에 대한 감정적 몰입이 제한된다.
또한, AI와의 대립 과정에서 인류의 운명이 걸린 긴박한 순간들이 펼쳐지지만, 인물들의 감정이 지나치게 억제된 방식으로 그려져 긴장감을 완전히 전달하지 못한다. 특히 조슈아와 AI 창조자 ‘넌(Nun)’의 대면 장면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시점이지만, 캐릭터 간의 감정적 교류나 갈등의 깊이가 부족해 그 순간의 의미가 충분히 살지 않는다. 이 장면들은 인간성과 기술의 충돌을 주제로 하면서도 감정적 공감을 자극하는 서사적 깊이를 놓치면서 영화가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를 희미하게 만든다.
영화의 기술적 성취는 미래의 비주얼과 정교한 특수효과에서 빛이 난다. 스펙터클한 액션 장면, 미래 세계를 구현한 CG는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특히 정교하게 묘사된 디지털 아바타와 인공지능 시스템의 작동 방식은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를 뚜렷이 드러낸다. 그 디테일은 영화 속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펼쳐 보이며, 관객을 몰입의 세계로 이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 황홀경 속에서도 감정의 줄기는 미약하다. 예를 들어, 디지털 아바타와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장면들-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고독감이 피어오르는 순간들에서-그 감정은 표면을 스쳐 갈 뿐이다. 관계의 본질을 묻는 장면에서도 캐릭터의 내면은 닿을 듯 멀어져, 관객은 감정의 깊이에 진입하지 못한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드러낸다”라며, 인간이 창조를 통해 자신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영화 The Creator의 질문, ‘우리는 창조를 통해 어디로 나아가며, 그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와 맞닿아 있다. 조슈아의 갈등은 창조가 해방으로 나아갈지, 억압될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아렌트의 일갈처럼 창조의 무게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필연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