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웨스트 월드>
*<웨스트 월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인간적이라는 은유를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한다.
실수를 하는 사람을 보고도 인간적이라 하고,
남을 위하는 마음을 보고도 인간적이라 한다.
어쨌든 인간적이란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드라마 <웨스트 월드>를 보고 나면
결코 인간적이라는 의미를 긍정적으로 쓸 수 없을 것이다.
<웨스트 월드>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멀지 않은 미래.
돈과 시간이 남아도는 인간들을 위해
델로스 사는 야심 차게 새로운 테마파크를 건설한다.
그 테마파크란
인간과 똑같이 생긴 AI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
돈을 내고 들어간 인간들은
AI들에게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인간이 잘생기고 이쁜 AI들을 만나면
과연 ‘무슨 짓’을 할까?
너무나 예상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웨스트 월드 안에서 만나는 인간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비인간적'인 인간들이다.
AI의 측면에서 본다면
그들은 원치 않게 테마파크에서 끌려와
폭행, 성폭행, 살인을 매일같이 당해야 한다.
그들의 존재 이유는
인간들을 위한 장난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내 삶의 이유가 누군가의 유희를 위한 것
이상은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드라마는 돌로레스와 메이브 두 명의 AI의 시각으로
이 테마파크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AI를 만들었던 과학자와
만들어진 AI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비슷하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식의 인성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자식이 부모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때도 있다.
비인간적인 인간과 인간적인 AI.
그리고 인간과 AI 사이에서 나누는 교감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가진 미덕과 악덕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몇 번이고 곱씹을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