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문화정책의 방향

2025년 11월 1주차 문화정책 및 사업동향

by 담백

2025년 11월 첫째 주 문화예술 분야의 주요 신문 보도를 종합해 보면, ‘예산의 양극화’, ‘지속가능성의 실천’, 그리고 ‘지역문화의 자생력’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최근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특히 내년도 정부의 문화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2조 6천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된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예술지원 예산은 대폭 삭감된 것으로 나타나, 중앙과 지역 간의 지원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균형을 잃은 성장”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앙정부는 내년도 문화예산을 ‘창작·향유·복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대폭 확대하며 문화예술 전반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광역 지자체에서는 이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천시는 지역 예술지원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하였고, 경기도 역시 850억 원 규모의 문화예산을 감액하며 문화재단 사업의 축소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문화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수도권 중심의 문화 집중 현상을 더욱 고착화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문화예산의 총량은 증가하였으나, 지역 간 문화 향유의 격차는 오히려 심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화의 생명력은 언제나 현장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최근의 예술 행정은 산업성과와 가시적 결과 중심의 논리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으며, 실제로 지역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 비율은 전체 예산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특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은 복잡하고 과중한 행정 절차에 매몰되어 정작 창작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은 행사’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논리는 여전히 단기적 성과와 외형적 지표에 머물러 있는 듯하며, 이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현장의 실질적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양적 확대를 넘어, 예술가들이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AI 시대의 도래는 문화예술계에도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구조의 변화와 전공별 취업률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예술노동의 미래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예술활동증명자가 20만 명을 돌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접근성은 여전히 낮고 생활안전망은 취약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예술가의 생존을 위한 복지’는 선언적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성 확보 역시 문화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K팝과 공연예술은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으나, 탄소 감축 실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성장 중심의 문화정책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이 요구됩니다.


한편, 지역 현장에서는 ‘연대’와 ‘회복’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화의 싹이 자라고 있습니다. 주민이 주도하는 뮤지컬, 기부금으로 제작된 동네 여행지도,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소야랑’ 등은 자립적 문화의 생생한 사례들입니다. 사회연대경제국 신설과 공동체 기본법 제정 논의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으며, 문화의 본질이 ‘함께 사는 삶의 방식’에 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중앙의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지역의 자율성과 신뢰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역문화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예산의 투명성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일부 문화재단에서 드러난 수의계약 문제나 특정 업체 편중 사례는 사실 여부를 떠나 공공문화행정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재단들은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지역의 문화재단’이 진정으로 ‘지역민의 재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책임성과 참여 기반의 운영이 필수적입니다.


문화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공동체의 품격이자 미래를 가늠하는 사회적 약속입니다. 현재의 문화정책은 외형적 성과와 현장의 내실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있으며, 지역의 숨결이 살아 있어야 국가 문화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제 정부는 ‘얼마를 썼는가’보다 ‘누가 함께 자라고 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문화국가로 나아가는 길은 거창한 성장 목표가 아니라, ‘작은 현장의 신뢰 회복’에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2025년도 어느덧 두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결과를 정리하시느라 바쁘고 분주한 시기이시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를 보듬으며 관계를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힘든 순간이 있더라도 함께 나누고 지지하는 과정 속에서 더 큰 의미가 만들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번 한 주도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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