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테크]지드래곤 USB에서 국카스텐의 디지털앨범까지

음악은 점점 ‘놀이터’가 된다

by 신승호

2017년 지드래곤은 CD 대신 USB에 음반을 담았다.


4627_8999_5520.png 미니 앨범 "권지용" / 이미지=YG엔터테인먼트


음원이 담긴 저장매체가 아니라,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키(key)’였다. 당시엔 ‘앨범이 USB라니’ 하는 논란이 컸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는 음악의 형태보다 음악이 닿는 방식을 먼저 바꾼 셈이다. 음원 파일이 아니라, 음악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를 제시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2025년, 국카스텐도 이 흐름을 한층 더 유쾌하게 진화시켰다.


새 앨범을 출시하며 단순히 음원을 공개한 게 아니라, '몰입형 디지털앨범’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팬들은 웹 환경에서 국카스텐의 앨범 세계관을 체험하는 가상 쇼룸을 거닐며, 각 곡의 일부를 미리 듣고, 마음에 들면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동선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탐험하는’ 과정으로 새롭게 제안했다.


이 실험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술이 대단히 새롭다기보다 음악을 즐기는 방식이 훨씬 다채로워졌다는 점이다. 팬 입장에서는 단순히 스트리밍으로 끝나는 소비가 아니라, 앨범의 서사에 들어가 놀며 직접 관계 맺는 감각을 얻는다. 국카스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음악적 아이덴티티—특유의 강렬한 사운드, 서사적 무드, 미학적 톤앤매너—를 시각·공간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뮤직비디오’의 다음은 무엇일까?


음원의 홍보 및 세계관의 완성을 위해서 반드시 만들어야 할 뮤직비디오, 이 뮤직비디오가 곡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라면, 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이 있을까? 이번 국카스텐의 디지털앨범은 곡의 세계를 공간으로 확장했다. 팬은 이제 관객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된다. 클릭하거나 움직일 때마다 다른 장면, 다른 사운드가 등장한다. 그 안에는 현실의 쇼룸 같은 동선, 온라인 스토어 같은 구매 경로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음악과 커머스, 감정과 체험이 한 화면 안에서 섞이는 것이다.


스크린샷 2025-10-28 오후 6.36.28.png [엑스루가 제작한 몰입형 디지털앨범 공간 / 이미지=엑스루 제공]


사실 이런 ‘디지털앨범형’ 실험은 최근 문화 전반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AI 작곡, XR 쇼룸, NFT 굿즈, 인터랙티브 웹 등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신, 그 안에서 함께 노는 구조라는 것. 팬이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반응하고 수집하고 공유한다. 그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국카스텐의 시도가 재미있는 이유는, 이 복잡한 기술적 구조를 굳이 ‘혁신’처럼 포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냥 팬들이 즐겁게 놀 수 있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단순 이벤트는 아니다. 몰입형 디지털앨범은 결과적으로 국카스텐의 앨범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각인시킨다. 음악을 통해 보여주던 세계관이 이제 직접 걸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음악은 더 이상 귀로만 듣지 않는다.


손끝으로 만지고, 눈으로 걸어다니고, 클릭으로 소유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한 사람의 취향과 감정으로 묶인다. 팬이 아티스트의 세계에 들어와 함께 노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놀이다. 결국 컬처테크의 핵심과도 연결된다.


기술이 놀라워야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 안에서 얼마나 재밌게 놀 수 있느냐.


그 점에서 국카스텐의 디지털앨범은 “앨범이 이렇게도 재밌을 수 있다”라는 말을 가장 자연스럽게 들려준 사례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https://www.kmjournal.net/news/articleView.html?idxno=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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