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새로운 플랫폼은 왜 나타나지 않나

플랫폼의 시대가 저물고 ‘IP/커머스’ 중심의 ‘성장 자산’ 생태계로 이

by 신승호


6050_11569_451.png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AX (AI Transformation)가 몰아치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누구나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시대지만, 정작 ‘새로운 플랫폼의 성공’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플랫폼 사업은 원래 자본 투입 규모가 크고, 사용자 확보 난이도가 높으며, 네트워크 효과가 가동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지금은 이 구조적 난이도 위에 기술/시장/경쟁/비용이 동시에 얹히고 있다. 말 그대로 ‘불가능에 가까운 게임’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투자환경 악화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기기의 진화가 주춤했고, 생태계가 고착화됐으며, 유통 알고리즘은 독점화됐고, 글로벌 경쟁 구도는 지역적 틈새까지 빠르게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온지 16년을 넘기며 시장은 ‘토지 고갈’ 단계에 들어섰다. 아이폰이 초래한 모바일 혁명은 새로운 카테고리와 거대한 슈퍼앱들을 탄생시켰지만, 지금 사용자의 시간은 이미 정해진 앱들에 착지해 있다. 검색은 구글, SNS는 메타 계열, 영상은 유튜브와 틱톡, 메신저와 커머스도 국가별 상위 앱이 사실상 자리를 굳혔다. 사용자 습관이 고착된 시장에서 새 플레이어가 들어와 습관을 바꾸는 일은 극단적으로 어렵다. 신생 서비스는 결국 기존 슈퍼앱 안의 ‘기능’으로 흡수되거나, 특정 소수 커뮤니티를 위한 틈새 도구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플랫폼은 디바이스 전환과 함께 나왔다.


PC의 키보드/마우스가 웹 플랫폼을, 스마트폰의 터치 인터페이스가 앱 플랫폼을 만들었다. 문제는 지금 “다음 입력 패러다임”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메타는 VR/메타버스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며 AI 중심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고, VR 대중 생태계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애플 비전 프로는 기술적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고가와 사용성 한계로 소비자 대중화보다는 산업·기업 B2B 채택이 먼저 확산되는 흐름이다. AR이 주목받고 있지만, 기기의 한계상 스마트폰의 보조 수단에 가까울 것이다. 디바이스가 바뀌지 않으면 플랫폼도 바뀌기 어렵다. 게다가 설령 새로운 기기가 등장한다 해도, 애플과 구글이 기존 앱스토어 및 OS 지배력을 그대로 이식할 가능성이 높다. 스타트업이 플랫폼 주도권을 얻을 여지는 과거보다 훨씬 줄었다.


여기에 고객 획득 비용의 구조적 폭등이 겹친다.


플랫폼은 결국 유저 확보 게임인데, 그 유저를 모으는 길목이 빅테크 알고리즘으로 좁아졌다. 구글 및 메타 중심의 광고 생태계는 정교해졌지만, iOS의 ATT 도입 이후 타깃팅과 측정 효율이 크게 약화됐다. 특히 소규모 광고주와 신생 서비스의 효율 하락이 더 크다는 연구가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결과적으로 CAC (Customer Acquisition Cost)는 상승 압력을 받고, 초기 LTV(Lifetime Value)를 만들기도 전에 CAC가 LTV를 앞지르는 역설이 더 쉽게 발생한다. 신생 플랫폼은 빅테크에 ‘알고리즘 세금’을 내지 않으면 시장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에 가까워지고 있다.


AI는 역설적으로 이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이제 MVP를 만드는 일은 눈에 띄게 쉬워졌다. 1인 개발자도 플랫폼처럼 보이는 제품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AI가 낮춘 것은 ‘진입 장벽’이지 ‘차별화 장벽’이 아니다. AI는 기능 복제를 극도로 쉽게 만들어 버린다. 모두가 비슷한 챗봇, 비슷한 추천, 비슷한 자동화 기능을 갖추면서 서비스의 표면적 차별성이 평준화된다. 반면 진짜 경쟁력을 만드는 레이어는 여전히 빅테크가 독점한다. 추천 시스템의 데이터, 대규모 트래픽 운영, 잔존율을 끌어올리는 UX 최적화 같은 시스템 레이어는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그래서 AI 시대는 “만드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살아남는 플랫폼은 더 줄어드는” 구조를 강화한다.


자본의 기호도 결정적으로 달라졌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가 돌기 전까지 장기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사업이다. ‘성장만 우선’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한다. 하지만 2024~2025년 이후 VC 시장은 성장만능주의에서 크게 후퇴했고,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Profitable Growth)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초기부터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IP/콘텐츠/브랜드 기반 커머스 모델이 훨씬 매력적이 된다. 빠르게 매출을 만들고, 그 매출을 다시 콘텐츠/IP 자산으로 환류시키는 플라이휠이 ‘현실적인 성장공식’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재 스타트업 씬에서는 이전에 보지 못한 플랫폼을 찾기 어렵다.


새로 주목받는 기업은 ‘IP/ 콘텐츠/ 커머스 카테고리에서 생겨나고 있다. 디바이스 변화의 정체, 슈퍼앱 생태계 고착, 광고비 상승과 알고리즘 독점, AI로 인한 기능 평준화, 그리고 자본의 수익성 선호까지. 이 다섯 가지가 맞물리면서 신생 플랫폼의 탄생 확률은 구조적으로 낮아졌다.


따라서 뒤늦게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지금이 과연 플랫폼을 새로 설계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인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플랫폼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고객이 당장 지갑을 열 이유가 되는 서사와 성장 자산을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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