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1인기획사, 자유 뒤에 숨겨진 비용과 법적 함정
대형기획사를 둘러싼 불만은 늘 비슷하다.
“실제로 하는 일은 많지 않은데, 수익은 과도하게 가져간다.”
아티스트 브랜드가 강해진 시대, 기획사는 불필요한 중간 단계처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스타들이 1인 기획사, 즉 소규모 혹은 개인 중심 매니지먼트 체제로 전환한다.
겉으로 보면 매력적인 선택이다. 수익은 온전히 가져가고, 의사결정은 빠르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선택은 ‘착취 구조에서의 탈출’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비용을 스스로 떠안는 결정에 가깝다.
결정권은 곧 책임의 총합
1인기획사의 가장 큰 장점은 명확하다. 모든 결정권이 본인에게 있다. 작품 선택, 활동 방향, 일정, 이미지 관리까지 모든 판단을 스스로 한다. 그러나 이 결정권은 곧 모든 리스크의 직접 부담을 의미한다.
대형기획사는 종종 무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전문가의 집단이다. 작품을 보는 안목, 계약 리스크를 판단하는 경험, 여론의 방향을 읽는 감각, 법적·윤리적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은 모두 단기간에 개인이 대체하기 어렵다.
1인기획사는 여기서 한계를 드러낸다. 의사결정은 빨라지지만, 비판적 검토는 사라진다. “이건 위험하다”고 말해줄 사람이 없거나, 있어도 말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법적 등록 의무 문제: 현실로 드러난 리스크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등을 포함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영위하려면 반드시 법적 등록을 해야 한다. 이 등록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아티스트 권익 보호, 투명한 운영 질서, 사업자 책임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다.
등록하지 않고 활동할 경우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최근에는 여러 스타들의 1인기획사가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성시경은 약 14년 동안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없이 운영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고 본인 측은 이를 사과하며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유사하게 옥주현, 김완선, 송가인, 강동원, CL 등 여러 연예인의 1인기획사도 등록 누락 사실이 보도되며 업계 전체가 제도적 무지를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배우 이하늬의 경우도 비슷한 맥락에서 운영 구조가 드러나며 수십억 원대 세금 과세 논란까지 확산된 바 있다.
이처럼 법적 등록을 간과한 운영은 단순한 행정 미비가 아니라, 법적 책임 문제, 팬·언론의 신뢰 하락, 세무·회계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세금 리스크: 절세인가 탈세인가
세금 문제는 1인기획사/개인 법인 구조에서 매우 현실적인 리스크다. 최근 연예인 개인 법인을 통해 소득을 신고한 몇몇 사례가 국세청 조사의 대상이 되었고, 이는 단순한 ‘절세 전략’이 아니라 법적 요건과 해석 차이가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로 논란이 되었다.
예를 들어 일부 톱스타들은 개인 법인을 통해 수입을 법인 소득으로 신고한 뒤, 국세청에서는 세법 해석의 차이로 추가 세금 부과 또는 재과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세금 리스크는 단순히 “세율이 낮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소득 구조의 다양성, 비용 처리와 공제의 기준, 사업 실체의 인정 여부 등이 모두 국세청의 판단 기준이 된다. 과세 당국은 이러한 구조를 면밀히 검토하며, 때로는 추가 세금 부과 및 과태료 부과를 요구한다.
실제 사례가 보여주는 1인기획사의 한계
이처럼 현실에서 드러난 여러 사례들은 공통점을 갖는다. 지드래곤의 YG와의 결별 후 독립 과정에서 마약스캔들은 자유를 얻는 대신 위기 대응과 공백 관리를 온전히 혼자 책임져야 했던 구조적 어려움을 드러냈다.
제시는 독립 레이블을 세우며 자율성을 확보했지만, 이후 논란 대응과 소통 전략이 모두 본인과 소규모 팀의 몫이 되었다.
박나래와 성시경은 각각 사건과 논란 대응 과정에서 법적·공적 커뮤니케이션의 복잡성 때문에 고립된 부담을 경험했다.
그리고 등록 의무 미이행 사례는 단순한 캡처용 기사 거리가 아니라, 제도적 이해와 법적 준비가 없는 1인기획사가 쉽게 노출되는 취약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1인기획사는 틀린 선택일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조건이 있다. 1인기획사를 하려면, 기획사 기능을 대체할 제도적 전문적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법률, 홍보, 언론 대응, 세무·회계,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한 전문가 그룹과의 연결이 상시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는 돈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위기가 왔을 때 실제로 움직여주는 사람들은, 계약서보다 관계와 신뢰에 반응한다.
기획사 수수료의 진짜 의미
그래서 대형기획사의 수수료는 단순한 ‘중간 착취’가 아니다. 실패를 대신 맞아주는 보험료, 법적 제도적 리스크를 줄여주는 비용, 위기 대응 시스템을 유지하는 비용까지 포함된 일종의 안전판 비용이다.
1인기획사를 선택한다면, 그 수수료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미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법적 등록, 세무·회계, 홍보 리스크 관리, 위기 대응 네트워크 구축 이 모든 비용을 스스로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1인기획사는 진짜 대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