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계속 나오는데, 연기자는 사라진 이유
아직도 전지현 광고가 여기저기 넘쳐난다.
정극의 김혜수, 전지현, 이병헌 뿐아니라 희극 예능 쪽의 유재석, 신동엽, 박명수 등은 여전히 현재형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은 이미 데뷔 30년이 넘었지만 중심에서 밀려나지 않았고 이들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국민 배우’의 등장은 눈에 띄게 줄었다. 가수는 아이돌을 중심으로 계속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데, 왜 연기자라는 직업은 이렇게 느리게 변할까.
첫 번째 이유는 매스미디어의 붕괴다.
과거 배우는 방송과 영화라는 몇 개의 관문만 통과하면 전국적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다. 드라마 한 편, 영화 한 편이 온 국민의 공통 경험이었다. 그 구조 속에서 배우는 자연스럽게 스타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다른 화면을 본다. 한 배우의 성공이 더 이상 사회 전체의 경험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알고리즘 미디어의 득세다.
추천은 개인화되고, 소비는 파편화됐다. 신인 배우가 특정 OTT 작품에서 인기를 얻어도, 그 인기는 그 플랫폼 안에 머무른다. “다들 아는 배우”가 아니라, “내 알고리즘 안에서만 유명한 배우”가 된다. 이는 배우에게 치명적이다. 연기자는 대중적 인지도가 자산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연기라는 장르의 속성이다.
연기는 숙련의 영역이다.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산업은 그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짧은 흥행 성과, 빠른 수치 증명이 요구된다. 성장 과정이 필요한 신인 배우는 중간에 탈락하기 쉽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다. 반면 가수, 특히 아이돌은 다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스타성을 설계한다. 음악, 퍼포먼스, 팬덤, 세계관까지 동시에 구축한다. 알고리즘 환경에도 최적화돼 있다. 그래서 가수는 계속 나오는데, 배우는 나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네 번째는 제작비 상승과 리스크 회피다.
OTT와 글로벌 시장 경쟁으로 제작비는 급등했고, 실패의 비용은 커졌다. 제작사는 검증된 배우를 찾는다. 신인은 실험이 아니라 위험이 된다. 결과적으로 기회는 반복적으로 같은 이름에게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배우 스스로의 생존 전략도 달라졌다.
X세대 배우들은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방송, 영화, OTT, 장르물까지 가리지 않았다. 자신을 ‘과거의 스타’로 고정하지 않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물러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스타가 없는 시대를 사는 것이 아니다.
배우가 스타가 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국민 배우는 자연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매스미디어라는 구조가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그 구조가 무너진 지금, 새로운 국민 배우가 나오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재능 부족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다. 그래서 여전히 같은 배우들이 중심에 있다. 그들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밀어낼 새로운 구조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IP비즈니스 컨설턴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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