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쟁이 만든 과열, 이제 마이크로 니치 인플루언서가 뜨나
제품 매출을 위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제 기본이 됐다.
협업을 위해서는 광고비 2천만 원을 선입금하고 매출의 4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조건, 홈쇼핑보다 더 센 제안이 과장은 아니다. '서울자가 김부장'의 인플루언서에 대한 갑질은 드라마 이야기고 메가인플루언서는 오히려 슈퍼갑의 위치에서 함께 진행할 제품과 브랜드를 선택한다.
이를 단순히 인플루언서들이 힘이 세졌구나라고 말하면 본질을 놓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인플루언서 커머스’라는 영역이 플랫폼 경쟁의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가며 급격하게 구조화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용은 빠르게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온라인 유통은 늘 이런 식으로 변해왔다.
처음엔 모두가 편하다고 느낀다. 플랫폼은 친절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규칙은 바뀐다. 노출에는 비용이 붙고, 속도를 내려면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 결국 편리함은 통행료가 된다. 네이버 검색이 그랬고, 쿠팡이 그랬고, 지금 인플루언서 커머스도 같은 궤적을 밟고 있다.
초기의 인플루언서 협업은 비교적 건강했다. 브랜드는 광고비 부담 없이 성과 기반으로 노출을 얻었고, 인플루언서는 자신이 신뢰하는 제품을 소개하며 채널을 키웠다. 소비자는 ‘사람을 믿고’ 구매했다. 문제는 인플루언서가 어느 순간부터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커머스 플랫폼과 미팅을 하려면, 소셜에서 주목받으려면 “인플루언서 붙이셨나요?”가 먼저 나온다. 수요가 폭증하면 가격이 오르는 건 너무 자연스럽다.
이 과열이 가장 왜곡된 형태로 드러나는 곳이 홈쇼핑이다.
사전주문으로 실적을 만들고, 그 실적을 방송에 태우기 위해 인플루언서 트래픽을 끌어온다. 홈쇼핑은 마진을 양보하고, 인플루언서는 홍보를 기대하며 수수료를 포기한다. 그러나 브랜드는 결국 더 많은 비용을 떠안는다. 단기적으로는 모두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스스로를 설득하지만, 이 구조는 오래 갈수록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체력이 먼저 무너지는 쪽은 늘 브랜드다.
그래서 최근 브랜드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 한 명에게 모든 걸 거는 방식에서, 마이크로 니치 인플루언서 여러 명으로 분산하는 전략으로 조용히 이동 중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가격 대비 효과다. 팔로워 수는 많지 않지만 특정 카테고리에 깊이 파고든 이들은 단가가 합리적이고 전환율이 높다. 이들의 추천은 광고라기보다 생활의 연장선에 가깝다. 노출은 작아도 신뢰의 밀도는 훨씬 높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생긴다.
메가 인플루언서는 단기적인 주목을 만든다. 마이크로 니치 인플루언서는 반복 구매와 관계를 만든다. 커머스에서 진짜 힘은 여전히 후자에 있다. 특히 제품 차별이 어렵고 가격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 차이는 더 크게 드러난다.
커머스형 인플루언서를 키우는 것도 결국 플랫폼이 아니라 상품이다.
남들이 미지근하게 지나친 제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해 히트시킬 때 인플루언서는 성장한다. 반대로 모두가 아는 상품을 더 비싸게 파는 데 익숙해지면, 단기 매출은 나와도 신뢰는 빠르게 깎인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빨리 “생각보다 비쌌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래서 앞으로 오래 가는 인플루언서는 더 많이 팔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잘 설명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브랜드 역시 인플루언서를 성장 엔진으로 착각하는 순간, 높은 비용과 짧은 폭죽 매출만 남게 된다.
지금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은 분명 뜨겁다.
하지만 뜨거움이 항상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과열은 종종 성장처럼 보이는 소진과 유사하다. 그래서 현재 마이크로 니치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변화는 일시적인 유행이라기보다, 과열 이후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회복 신호에 가깝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IP비즈니스 컨설턴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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