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안심 페르소나’로 숏폼 중독성 논란을 덮는 전략
광고 메시지는 분명하다. “좋아하는 것만 골라 보여준다”는 추천 알고리즘의 장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제한 모드, 만 16세 미만 계정의 기본 비공개 설정 등 청소년 보호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다.
글로벌 숏폼 시장 1위 플랫폼인 틱톡이 왜 지금 ‘재미’가 아닌 ‘안심’을 이야기하는 걸까. 이는 단순한 이미지 개선을 넘어, 틱톡이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고도의 생존 전략에 가깝다.
틱톡은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두 가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나는 짧은 영상이 반복적으로 소비되며 만들어내는 중독성, 다른 하나는 청소년에게 노출될 수 있는 유해 콘텐츠 문제다. 미국과 유럽에서 틱톡 규제 혹은 금지 논의가 등장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된 것이 바로 ‘청소년 보호’였다.
이번 캠페인은 이러한 구조적 약점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알고리즘만 강한 플랫폼이 아니라, 안전 장치까지 갖춘 책임 있는 기술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중독성 논란을 부인하기보다는, 그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통제 가능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의 핵심에는 모델 선택이 있다. 배우 안재홍은 한국 대중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된 인물이다. 광고 속 그는 조카의 콘텐츠 소비를 살피는 ‘삼촌’으로 등장한다. 이 설정은 매우 계산된 장치다. 기술적 기능 설명을 가족 간의 대화로 번역함으로써, 틱톡이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인간적인 온기와 보호자의 얼굴을 덧입힌다.
과거 틱톡 광고가 챌린지와 댄스, 유행 중심의 자극적인 이미지였다면, 이번 캠페인은 결이 다르다. ‘제한 모드’나 ‘비공개 계정’ 같은 기능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이유로 재해석한다. 기능 중심 마케팅이 감정 중심 브랜딩으로 진화한 셈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냉정한 현실이 있다.
청소년은 가장 열성적인 사용자지만, 앱 사용을 허락하고 통제하는 주체는 부모다. 부모의 불안은 곧 사용자 이탈로 이어진다. 틱톡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우리 아이가 써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직접 답하려 한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이 전략은 더욱 중요하다. 교육열이 높고 청소년 안전 이슈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재미있는 앱’만으로는 장기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렵다. 틱톡 코리아가 ‘안심에 진심’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이유는, 로컬 시장에서 ‘착한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함이다.
결국 이번 캠페인은 단순한 안전 기능 홍보가 아니다.
“우리는 통제되지 않는 중독적 기술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알고리즘을 가진 플랫폼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허락을 얻어내기 위한 사용명분을 천명한 셈이다.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는 커진다. 틱톡은 이제 ‘가장 재미있는 앱’을 넘어, ‘가장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숏폼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노린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틱톡은 Z세대의 놀이터를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단위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IP비즈니스 컨설턴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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