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테크] 광화문에도 코엑스에도 전광판이 도배한다

매스미디어가 사라진 자리, 공간이 미디어가 되다

by 신승호
6590_12373_503.png 사진 출처 = X @daydreamm1031 / 구글 제미나이 캠페인 광고가 동아일보,조선일보 LED에 집행되고 있다


광화문 사거리에 서면 하나의 사실이 분명해진다.


더 이상 신문사 간판이 이 도시의 얼굴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옥 외벽을 가득 채운 초대형 LED 스크린은, 과거 활자의 권위를 대신해 압도적인 시각 경험으로 시민들의 시선을 장악한다. 이는 개별 건물의 수익 모델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의 물리적 공간이 ‘미디어’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그리고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정책과 산업 흐름 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 전환의 기폭제는 규제 완화였다.


정부와 지자체는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을 순차적으로 지정해왔다. 서울 코엑스 일대가 가장 먼저 문을 열었고, 부산 해운대가 뒤를 이었으며, 이제 명동과 광화문까지 그 흐름에 합류했다. 규제의 빗장이 풀리자 도시는 즉각 반응했다. 건물 외벽은 더 이상 정적인 외장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콘텐츠를 송출하는 디지털 캔버스로 변신했다. 도심의 풍경은 건축물이 아니라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에 의해 정의되기 시작했다.


이 변화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한국의 핵심 거점들이 ‘뉴욕 타임스퀘어’와 같은 글로벌 랜드마크로 진화하는 것이다. 타임스퀘어의 본질은 광고판의 크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일부러 그 장소를 찾고, 그곳에서 본 장면이 도시의 기억으로 각인되는 구조에 있다. 코엑스와 해운대, 광화문은 모두 이 조건을 충족한다. 압도적인 유동 인구,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성, 그리고 SNS를 통한 확산력까지, 흥행 공식이 이미 완성돼 있다.


이 지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산업적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종이 매체의 영향력 감소와 구독률 하락으로 위기에 몰렸던 전통 신문사들이, 역설적으로 과거에 선점해둔 ‘광화문 핵심 요지’라는 부동산 자산 덕분에 부활의 기회를 맞았다는 점이다.


과거 신문사 사옥이 정보를 생산하는 물리적 거점이었다면, 이제는 정보를 송출하는 거대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그 가치가 재정의되고 있다. 뉴스 콘텐츠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대에, 도심 한복판의 사옥 외벽은 그 어떤 기사보다 강력한 캐시카우가 된다. 매스미디어로서의 권위는 희미해졌지만, 그들이 점유한 장소의 희소성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형태의 ‘공간 자본’으로 전환되고 있다. 콘텐츠 기업에서 미디어 자산 운영사로 정체성이 이동하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다시 옥외광고인가.


답은 회피 불가능성에 있다. 전통 미디어가 붕괴된 이후 광고는 알고리즘 속으로 파편화됐고, 소비자들은 유료 결제를 통해 광고를 적극적으로 차단한다. 이 공백을 메우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 바로 피할 수 없는 오프라인 시각 경험이다. 스마트폰 속 배너 광고는 손가락으로 지울 수 있지만, 도심을 압도하는 초대형 LED 스크린은 눈을 감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다.


이제 옥외광고는 단발성 홍보 수단이 아니다.


상시 노출되는 고부가가치 도시 인프라다. 광고주는 단순한 노출 수가 아니라 공간의 상징성과 체류 시간을 구매하고, 건물주는 임대료를 넘어선 안정적인 미디어 플랫폼 수익을 확보한다. 도시는 화려한 야경과 콘텐츠를 통해 ‘가고 싶은 장소’라는 브랜드를 얻는다. 이해관계가 정교하게 맞물린 구조다.


더 흥미로운 점은, 오프라인에서 시작된 이 경험이 온라인에서 증폭된다는 사실이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LED 콘텐츠는 곧바로 촬영돼 SNS로 확산된다. ‘현장에서 직접 봤다’는 인증 욕구는 2차, 3차 바이럴을 만들며,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 대세감으로 전환한다. 오프라인이 온라인의 연료가 되는 역설이다.


결국 브랜드에게 중요한 질문은 바뀌고 있다.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장면으로 기억되느냐다. 미디어 플래닝은 클릭률 계산을 넘어, 도시 동선과 장소의 상징성을 분석하는 입체적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는 점점 더 거대한 스크린처럼 작동할 것이다. 코엑스에서, 해운대에서, 그리고 광화문에서 우리는 이미 미디어의 미래를 보고 있다. 주요 도심이 타임스퀘어화되는 지금, 브랜드와 투자자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는 그 결정적인 장면 속에, 당신의 가치는 존재하고 있는가.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IP비즈니스 컨설턴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IP비즈니스 (IP설계워크숍 / 브랜드IP구축 / 위기관리) 컨설팅

엔터테크 및 버추얼아이돌 수익화 컨설팅

사이니지 미디어 컨설팅

공간리테일 수익화 컨설팅 문의 shshin@kmjournal.net


https://www.kmjournal.net/news/articleView.html?idxno=6590&page=3&total=528

매거진의 이전글[IP수익화] 넷플릭스가 키운 K컬처, 그다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