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버스, 다중직업의 시대가 왔다

하트페어링에서 배운다. 직업의 새로운 진화

by 신승호
1183_1602_5540.png 채널A 하'하트페어링 포스터'=채널A


최근 채널A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트페어링'이 화제다. 청춘 남녀가 모여 결혼할 상대를 찾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연애 리얼리티를 넘어, 그 시대의 핫한 직업군을 조명하는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프로그램 출연진 중에는 의사 자격증이 있음에도 스타트업 CEO로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남자가 있다. 안정적인 의사의 길을 걷는 대신, 그는 동시에 자신이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 그의 선택은 단일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다중 직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멀티버스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또한 축구선수로 활동하다가 그만두고 전업화가로 성장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캔버스 위에 과거의 필드와는 다른 본인만의 감정과 에너지를 담아내고 있었다. 마치 운동장에서 쏟아낸 땀과 노력이 물감이 되어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는 순간처럼 보였다.


그리고 야구선수였지만 부상으로 그만둔 후 인플루언서 모델로 활동하면서 나중에 사업가의 꿈을 꾸는 사람도 있었다. 후회없이 야구를 했고, 지금의 직업에 대해서도 뚜렷한 시각과 비전을 갖고 있어 보였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 청춘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한 가지 직업에 갇히지 않는 멀티버스 시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면 요즘은 현실에서 직업을 갖고, 동시에 버추얼 유튜버가 되거나,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또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층적인 직업 구조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이들의 모습이 더욱 멋져 보이는 세상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일이다. 큰 성과를 내겠다는 부담보다는, 작지만 의미 있는 작은 성과를 쌓아가는 것이 오히려 다음 기회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한 번의 큰 도약이 아닌, 여러 번의 작은 성취들이 쌓일 때 비로소 새로운 직업과 인생의 가능성들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하는 법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Think Again'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바뀌는 존재다." 그가 지적한 대로 이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한 가지 직업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태도다. 직업의 개념이 단일에서 복수로, 고정에서 유동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될래?"라고 묻는 질문은 구시대적일 수 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더라도 인간은 항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를 수용하면서 생존해 왔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는 우리의 DNA가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더 강력하게 진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여러 직업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인간 본성에 더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 것 아닐까?


이제 아이들에게 미래의 단 하나의 직업을 묻지 말자. 대신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보자.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결국 미래를 위한 최고의 준비다. 하트페어링에서 만난 이들처럼 의사이면서 스타트업CEO, 운동선수를 그만두고 화가, 인플루언서이면서 창작자인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나의 직업에 갇혀 살 필요가 없는 시대, 우리에게는 오직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오늘의 직업'만이 존재할 뿐이다.


KMJ 발행인 신승호 www.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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