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마인크래프트' 영화를 봤다. 나는 레고 세대, 아이들은 마인크래프트 세대.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블록이 된다는 게 새삼 재미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 어린시절 레고는 아무때나 가질 수 없는 비싼 장난감이었다. 짓고 부수고 짓고 부수면서 이야기를 꾸며내며 상상의 크기를 키웠다. 오늘은 우주기지, 내일은 공룡 정글. 손끝에서 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황홀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마인크래프트 속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 현실의 블록 대신 픽셀로 된 가상의 블록을 쌓는다. 나무를 베고, 돌을 캐고, 집을 짓는다. 밤이 되면 좀비가 다가오고, 낮이 되면 다시 자원을 모은다. 화면 속 세상은 마치 내가 어릴 적 쌓았던 레고 성처럼 점점 더 커진다.
이전에는 플라스틱 블록을 손끝으로 맞춰 쌓았다면, 지금은 디지털 픽셀을 클릭하며 세상을 만든다. 블록을 쌓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그 본질은 같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즐거움, 상상 속 세계를 현실로 끌어내는 마법 같은 시간.
왜 아이들은 이 게임에 빠져드는 걸까?
마인크래프트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도’다. 다른 게임은 정해진 규칙과 목표가 있지만, 마인크래프트는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블록을 쌓아 거대한 성을 만들 수도 있고, 물과 용암을 섞어 화산을 만들 수도 있다. 상상의 끝이 없는 세계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디지털 레고’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인크래프트를 단순한 게임이 아닌, 교육 플랫폼으로 확장시켰다.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에디션’은 수학, 과학, 역사 등 다양한 과목을 게임 속에서 학습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아이들은 레드스톤 회로를 연결해 간단한 전자 장치를 만들고, 블록을 쌓아 고대 피라미드를 재현하기도 한다. 게임이면서도 교과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한 온라인 서버를 통해 전 세계 플레이어와 협력하거나 경쟁할 수 있다. 특히, 거대한 프로젝트를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협력과 소통의 기술을 배운다. ’하이픽셀(Hypixel)’과 같은 서버에서는 사용자들이 함께 미니게임을 즐기고, 거대한 건축물을 완성하며 디지털 사회 속에서 관계를 형성해간다.
그래서 마인크래프트를 메타버스의 초기 버전과도 같은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2016년 출시된 ’마인크래프트: 어스(Minecraft Earth)’는 증강현실(AR)을 통해 현실 세계에 블록을 쌓고, 마치 포켓몬 GO처럼 가상의 건축물을 현실 공간에 구현하는 실험을 했다. 이는 마인크래프트가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디지털 세계의 원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인크래프트의 그래픽은 8비트 픽셀 스타일이다. 최신 게임들에 비하면 투박하고 단순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투박함이 오히려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또한 마인크래프트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블록, 몬스터, 생태계를 추가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 업데이트는 게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오래된 유저들까지 다시 게임에 복귀하도록 만든다.
2009년에 출시된 이후 16년 넘게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아마도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레고로도 제작되어 있고, 영화의 대성공이 이를 웅변해주고 있다. 게임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세대를 아우르는 놀이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은 마인크래프트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고, 어른들은 그 안에서 옛날 레고를 쌓던 감성을 되찾는다.
메타버스가 더 발전하면 마인크래프트는 단순한 픽셀 게임이 아닌, 거대한 디지털 도시가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지은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가상의 상점에서 아이템을 사고팔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더욱 허물어갈 것이다. AI와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되면, 마인크래프트 속에서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디지털 자산으로 거래될 수도 있다. 내가 만든 성이 하나의 NFT가 되어 전 세계 사용자와 거래되는 시대. 어쩌면 마인크래프트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가상의 경제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마인크래프트의 진정한 매력은 그 무한한 가능성에 있다. 게임 속 픽셀 블록은 그 자체로는 단순하지만, 플레이어들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그 블록은 거대한 도시가 되고, 화산이 되고, 하늘을 나는 성이 된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도 마인크래프트 속에선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전히 레고는 물성이라는 이유로 어린이날이나 생일 선물로 인기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는 중독이라는 이유로 부모들에게 제재 대상이 되는 곳이 많다. 하지만 블록의 재질이 플라스틱에서 픽셀로 바뀌었을 뿐, 세상은 바뀌어도 상상력의 블록은 여전히 우리 손끝에서 쌓여가고 있을 것이다.
신승호 KMJ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