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판이 바뀔 때 살아남는 사람들의 비밀
지구의 북쪽 끝, 수백만 년 동안 얼음에 갇혀 있던 북극해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
인류가 만든 온실가스와 기후위기의 가속화가 불러온 결과다. 과학자들은 북극 해빙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비극적인 변화가 새로운 항로를 만든다. 북극항로다.
러시아 북쪽을 통과하는 이 항로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물류 이동 거리가 지금의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30~40% 줄어든다. 물류 시간은 단축되고, 비용은 절감된다. 부산·광양항 같은 한국의 거점 항만과 인천공항의 환적 능력을 결합하면, 대한민국은 아시아-유럽 물류의 핵심 중간 기착지로 부상할 수 있다.
역사는 언제나 ‘판이 바뀌는 순간’을 통해 새로운 주인공을 만들어 왔다.
대항해 시대에 해상 무역로를 장악한 나라들이 부를 쌓았고, 19세기 철도가 깔리자 내륙 국가들이 성장했다. 인터넷 혁명 이후에는 물리적 거리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작은 스타트업이 세계 시장을 점령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변하지 않는 건 ‘판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뿐이다.
변화는 종종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 때문이다. 사람은 이익을 얻는 기쁨보다 손실을 보는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서 새로운 기회가 눈앞에 있어도, 지금 가진 것을 지키는 데 몰두하며 변화를 거부한다. 하지만 역사와 과학이 동시에 말하는 진실은 명확하다. 환경이 바뀌면, 종(種)도 바뀌어야 살아남는다. 공룡의 멸종은 재앙이었지만, 포유류에게는 기회였다. 북극항로의 개방도, 기후위기의 파장 속에서 어떤 나라와 기업에는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인생도 다르지 않다.
직장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산업이 재편되고, 기술이 바뀐다. 때로는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시장과 직무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이 변화가 나에게 어떤 기회를 줄 수 있는가’를 먼저 묻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한 방향에서 막히면, 다른 항로를 찾아야 한다. 그게 개인 버전의 ‘북극항로’다.
유연한 사고를 유지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실천이 어렵다.
매일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다른 산업의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맨날 보는 사람’과만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산업의 세미나나 전시회에 가서 명함을 나누고, 관심 있는 분야의 온라인 포럼에 참여해 댓글로 의견을 남기고, 지인에게 “당신이 아는 다른 분야의 흥미로운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렇게 얻은 대화와 관점은 내가 속한 산업의 상식을 흔들고,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방법도 연습할 수 있다.
매주 한 번은 ‘만약’으로 시작하는 가정 질문을 던져보라. 예를 들어 “만약 내 산업의 핵심 고객이 사라진다면?”, “만약 AI가 내 업무의 80%를 대신한다면?”, “만약 내가 3개월 뒤 전혀 다른 나라에서 일해야 한다면?” 같은 질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 가진 자원, 필요한 기술, 연결할 사람을 메모하고 시뮬레이션하라. 이런 훈련이 쌓이면 변화가 닥쳤을 때 머릿속에 이미 몇 개의 대비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는 상태가 된다.
북극항로는 인류의 과오를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의 주인공이 바뀔 무대 장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얼음이 녹는 걸 막을 수 없다면, 그 위에 다리를 놓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AI가 업무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지금, 스마트워크란 변화를 읽고 기술과 결합해 더 높은 가치를 만드는 역량이다. 변화의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기보다, 서핑하라. 결국 바뀌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건 , 바뀌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다.
신승호 KMJ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