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닦던 열세 살 꼬마 이야기

작은 손길에서 시작된 카페의 씨앗

by 어린양

어린 시절에 다니던 교회 1층에는 작은 카페가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직접 운영하던 공간으로, 평일에는 동네 주민들이, 주일에는 교인들이 와서 쉬어가는 자리였습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신자든 비신자든 누구나 편히 들를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지요. 커피값은 저렴했고, 오래된 의자들은 아늑했습니다.


초등학교를 막 졸업할 무렵부터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본 것도 아니었습니다. 교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용돈벌이를 겸하며 허드렛일을 돕는 분위기였고, 저 역시 그 흐름에 따라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설거지와 서빙이 전부였지만, 조금씩 익숙해지자 음료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2~3학년 때는 커피 머신을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니라 단순한 브루잉 머신, 커피메이커에 가까웠습니다.


원두는 두 종류뿐이었습니다. 어린 저에게는 그저 하나는 '쓴 것', 다른 하나는 '맛있는 것'으로만 기억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 하나는 고소한 맛이 나는 원두, 다른 하나는 산미가 있는 원두였을 것입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음료를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고, 알바비도 조금 더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어른들도 호의로 아이들에게 일을 맡기셨고, 일종의 봉사와 용돈벌이가 뒤섞인 형태였습니다.

상주하던 어른들도 계셨고, 정식으로 일하는 언니들도 있었습니다. 예배나 식사 자리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는 언니들이었으니, 아마 카페 운영을 위해 따로 채용된 분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봉사라고 해도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설거지를 대충 하면 다시 닦아야 했고, 컵에 얼룩이 남으면 바로 지적을 받았습니다. 오픈 준비와 마무리 청소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했습니다. "손님이 마시는 건데 정성껏 해야지." 어느 큰 언니가 해주었던 이 한마디는 어린 마음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카페의 본질은 단순히 '커피 맛'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성에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했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시선도 늘 따라다녔습니다.

손님뿐 아니라 교회의 어른들, 그리고 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제 가족이 모두 교회에서 직분을 맡고 있었고, 오빠는 중고등부 임원이자 인기가 많던 학생이었습니다. 그 꼬리표는 제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어른들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고, 다른 자잘한 일이 더 주어져도 조용히 순종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일을 했지만 근로계약서 같은 것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휴가도 없었고, 명확한 기준도 없었습니다. 주급처럼 받는 건 고작 5천 원 정도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그때의 저는 "이만큼이나 받는구나" 하며 오히려 기뻐했습니다. 우리는 그게 아르바이트라기보다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토요일이면 아침 9시쯤 카페에 나가 오후 4시까지 일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수다도 떨고 웃으며 어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일과 놀이가 섞여 있었지요. 일하고 난 뒤에는 교회 친구들과 근처 분식집에 가서 즉석 떡볶이를 시켜 먹곤 했습니다. 1인분에 1,200원 정도였고, 볶음밥을 추가하면 500원이 더 들었습니다. 컵떡볶이에 비해선 조금 비쌌지만, 알바비를 받은 날이면 자신 있게 볶음밥까지 추가했습니다. 그 작은 호사는 저를 한없이 행복하게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기억하지만 확실치 않아요. 1994년 즉석떡볶이 가격을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요일에는 예배가 끝난 뒤 잠깐 카페에서 일하고, 중고등부 모임에 다녀온 후 저녁예배 전까지 두세 시간 정도 다시 컵을 닦았습니다. 주말마다 이어지는 이 생활은 교회의 봉사와 놀이가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토요일은 주로 하루 종일 일하는 날이었고, 일요일은 예배와 봉사 사이의 짧은 틈을 메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카페는 제게 단순한 일터가 아니었습니다. 좋아하는 음료를 마음껏 만들어 마실 수 있었고, 일 같지 않은 일을 하며 작은 보탬이 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는 놀이터였습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그때를 자주 떠올립니다.

아무런 계약서도, 명확한 기준도 없이 시작한 어린 알바였지만, 그 경험 속에서 저는 사람과 공간, 그리고 음료가 연결되는 순간을 배웠습니다. 작은 정성이 모여 브랜드를 만든다는 사실을 몸으로 익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이 즐거우면, 돈이 조금 적어도 괜찮다고 느끼는 감각이 제 안에 남았습니다. 그것이 결국 지금의 저, '카페 마케터'라는 길로 이끈 씨앗이 되었습니다.


실무노트: 컵 닦던 꼬마가 몰랐던 것들

아르바이트라도 근로계약서 작성은 필수입니다.

급여는 반드시 투명하게 명세서와 함께 지급되어야 합니다.

‘잠깐 하는 알바’라도, 권리와 안전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작은 일 같아도, 정성과 성실은 브랜드의 본질을 만듭니다.

최저시급은 매년 고시되므로 반드시 확인하고 챙기셔야 합니다.

참고자료

고용노동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자료 (아르바이트 4대보험 의무가입 기준).

한국노동연구원. 『청소년·청년 아르바이트 노동 실태 조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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