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 imagine Feb 14. 2023

내로남불

꼭 구미까지 먼 곳으로 아이들 훈련을 보내야 해?



남편은 아이들 학원 라이드 한 번 해본 적 없으면서 훈수를 둔다. 부아가 치밀지만, 그래도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맞다. 굳이 먼 곳까지 전지훈련을 보낼 필요 없다. 구미는 차량으로 3시간 넘게 걸리는 곳이었다. 만약 집에서 가까운 곳이었다면 괜찮았을까. 조금 더 쉽게 결정할 수는 있었겠지만, 불안감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가 3년간 훈련을 받았던 코치진이었다. 같이 훈련을 떠나는 아이들도 1년 이상 봐왔기에 괜찮을 거라 판단했다. 그리고 우리 집 초등학생은 내년이면 중학생. 올해가 마지막이다. 사실 위험하지 않을 리 없다. 모든 것이 위험하다. 이동하는 구간, 운동하는 순간, 잠들고 밥 먹고 노는 시간들까지 내가 조금도 볼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나를 뒤흔들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믿음의 결이 차곡차곡 쌓여 아이들을 훈련에 보낼 용기를 주었다.


무엇이든 하지 않을 이유는 차고 넘친다. 너무 비싸서, 너무 시간이 많이 들어서, 필요 없어서, 엄마가 힘들어서, 위험해서, 걱정이 되어서 등등등. 그런데 무엇인가를 하고 싶을 때 이유는 단 하나다.


재미있으니까!


아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안전한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나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를 최대한 믿어주고, 울타리가 되어주고, 필요할 때 도움 주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남편, 꼭 주말에 골프 라운딩 가야 해?
매일 밤마다 골프 연습을 꼭 해야 해?
평일 새벽에 골프 레슨을 꼭 받아야 해?


꼭 해야 하는 건 없다. 내로남불이다.

작가의 이전글 스키, 너무 재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