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심리학 - 성격 개조?
누구나 자기의 성격엔 마음에 드는 구석과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섞여있죠.
성숙해진다는 건 결국 자신의 장점에는 감사하며 단점에는 필요 이상으로 속상해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상처 받을 사람들을 배려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건 공자님 말씀이고... 현실에서의 나는 아등바등하면서 ‘나는 왜 이 모양일까’하는 현타와 싸우고 있을 뿐입니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자기 성격에 만족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하다고 하니 우리의 피곤함을 충분히 짐작할만하죠.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성격은 분명 바뀌지만, 동시에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때문에 성격을 개조해보겠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대신 자기의 성격을 보는 자기의 시각은 단기간에 바꿀 수 있습니다. 키가 작고 얼굴이 못생긴 걸 바꿀 수는 없지만 그런 나의 몸을 보는 내 시각은 바꿀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성격은 바뀝니다. 다만..
다만 아주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뿐이죠.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책임감이 더 생기고, 조금 더 성실해지며, 신중함과 친화성이 증가합니다.
미친 듯이 노력하거나 사고방식이 뒤집힐 정도의 큰 사건을 겪거나, 아니면 내 성향을 바꿀만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 한 시간의 흐름 이외에는 성격이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성격 변화는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도 없습니다.
가끔 수줍음이 아주 많은 분이 PT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사람들 앞에서 더 이상 떨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적극적인 성격이었는데 회계사나 세무사처럼 꼼꼼하고 엉덩이 무겁게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소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런 경우는 성격이 바뀐 것이 아니라 현장에 적응한 겁니다.
PT를 잘해도 내향적인 분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여전히 낯을 가리고, 일 때문에 소극적이 된 분들도 업무를 벗어나면 원래의 적극적인 성격으로 돌아옵니다.
이 정도까지가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성격의 변화입니다. 물론 적응을 위한 변화도 괴롭고 힘들죠. 하지만 이 정도는 그래도 마음먹으면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성격을 왜 바꾸고 싶으세요? 어떻게 바꾸고 싶나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교육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모든 것을 순위 화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등수를 매겨서는 안 되는, 매길 수도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말이죠. 행복을 연봉 액수로 판단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행태인데요, 성격에 대한 관점 또한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교육문화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성격 심리학과 성격 변화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그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라는 뜻이죠.)
특히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성실한 사람’이 정답처럼 제시되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은 열등하게 취급됩니다.
물론 이런 성격이 조직생활과 성취에 유리한 것은 물론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게 특정한 성격을 가졌다고 뚝딱뚝딱 되는 것도 아니고, 조직 측면에서도 구성원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이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특정한 한 가지 성격이 표준처럼 자리 잡는 세태는 위험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수동적이고 낯 가리는 성격을 가진 입장에서는 막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들이 부러운 건 사실입니다. 게다가 업무 중에 어쩌다 실수라도 하게 되면 괜히 내 성격을 탓하게 되고 뜯어고치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고 앞서 언급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부러움과 바뀌지 않는 성격 사이에서 영원히 고통받아야만 하는 걸까요?
결국 우리는 지금의 내 모습을 스스로 존중하는 법과, 내 성격이 갖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세상에 나쁘기만 한 성격은 없으니까요. (다만 성격장애 수준으로 문제가 있다면 다른 이슈입니다. 이건 나쁜 게 아니고 아픈 겁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더 차분하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수동적인 사람은 꼼꼼하며 긴장도가 높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 변화를 더 빨리 캐치합니다. 경직된 사고는 회사에 필요한 규율과 원칙을 잘 지키는 바탕이 됩니다.
게다가 나를 인정하고,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관점은 사회적인 성취에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왜냐고요? 자본주의는 장점이 극대화된 상품이 팔리는 것을 의미하지 차별성이 없는 것이 인정받는 세상은 아니니까요.
정리하자면, 성격을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고 내 성격이 가진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관점이라는 것입니다. 애당초 바뀌지 않을 성격에 집착하면 괴로울 뿐입니다. 다 큰 성인이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받고 속상해하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바꿔보고 싶어요..
성격심리 분야에서 이야기하는 성격의 개념을 조금 이해하면 미약하지만 그래도 성격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음을 독하게 먹는 거냐고요? 물론 마음 독하게 먹어서 성격이 바뀔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정도로 독하게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는 것도 성격입니다. 그런 방법이 아니고요.
성격이 형성된 근원으로 돌아가 보면 결국은 우리가 ‘환경’에 대해 가지는 정서와 충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환경에 대응하는 우리의 ‘정체성’이 바로 성격인 거죠.
바꿔 말하면, 성격을 바꾸려면 먼저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군대 가더니 철들었다"라는 말, 남자분들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맨날 술 먹고 수업조차 제대로 안 들어가던(저만 그랬나요?) 스무 살 때와는 다르게, 군대에서는 부지런하고 정리정돈도 잘하고 철저하기 그지없는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제대하고 한 달도 안되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죠.
환경. 정확히는 나의 정서와 충동이 해석되고 결과를 가져오는 ‘맥락’이 바뀌었기 때문에 나의 행동에 변화가 생기고 궁극적으로는 성격이 바뀌는 겁니다. 물론 군대처럼 단기간에 온전히 타의에 의해 맥락이 바뀌는 경험은 현실로 돌아오는 그 즉시 강한 반동을 만들어내서 원래로 금방 돌아옵니다.
하지만 3~5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본인의 의지에 따른 맥락 변화라면 사람이 완전히 바뀌기에 충분합니다.
회사생활 동안 해외 주재원이었던 분들을 많이 뵈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삶과는 거의 전부 다른 삶을 살았기 때문인지 한국에 귀임할 때쯤, 그러니까 4~5년 정도를 밖에서 보내고 나면 충분히 바뀌어서 나타납니다. (물론 나라만 바뀌었을 뿐 한국에서와 동일한 회사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크게 바뀌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현지 언어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한인 커뮤니티에만 머무른다면.. 맥락은 별로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상대적 약자인 분들이 해외 생활에 대해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마 이렇게 삶의 맥락이 바뀐다는 점, 그래서 더 이상 나의 행동과 정서와 충동에 대해 비판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성격을 바꾸려면 이민을 가세요!라는 이야기를 드리려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큰 변화가 아니라면 성격이 바뀌는 것은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굳이 이민이 아니더라도 이직을 하거나 업종을 바꾸거나, 창업을 하는 것도 큰 변화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 성격을 잘 관찰하고 들여다보면 부족한 점을 깨닫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성격을 바꾸고 싶다면, 스스로를 익숙하지 않은 맥락에 던지세요. 나의 행동과 정서와 충동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곳에 말이죠. 내가 중심부에 있지 않고, 주변인으로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나 스스로도 관찰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관찰자아가 생기면 성격의 모난 부분도 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다만 이렇게 스스로를 minority로 노출시키는 건 반대로 아주 강한 반동을 불러서 스스로를 더 어렵게 만들 위험도 있습니다. 한국 이민자 중에서 해외에서 오히려 더 문제적인 성격을 키워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분들도 계시고, 이직에 실패해서 떠돌이 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으니 충분히 주의하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요약해보죠.
성격은 바뀌지 않습니다.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마시고, 자기를 보는 시각을 바꾸세요.
모든 성격엔 장점이 있습니다. 그걸 키워서 경쟁하시고, 부족한 점은 그냥 인정하세요. 창피한 일 아닙니다. 굳이 성격을 바꿔보고 싶다면 맥락을 바꿔서 관찰자아를 키우는 연습을 하세요. 하지만 위험성도 많으니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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