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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un 14. 2019

화내는 내 모습, 나도 싫지만..

Career 심리학 - 화내는 내 모습을 다스리는 법

사람의 본성을 보고 싶으면 운전할 때 모습을 보라고 하죠.


저도 평소엔 조용하고 사람들과 별로 엮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만, 운전대를 잡으면 세상의 모든 욕을 입에 달고 다닙니다.


이런 제 모습이 저도 썩 달갑지는 않아요. 그래도 남한테 안 그러고 혼자 있을 때 진상 부리는 것이니 그나마 낫다고 위로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가끔 회사에서 욕지거리를 하고 싶어질 때면 참 난감합니다. 게다가 표출까지 하게 되면 난처함은 배가 됩니다. 나의 인간성에 대한 자괴감도 들고, 나의 화를 감당해야 했던 상대의 얼굴을 앞으로 어떻게 봐야 하나 싶으니까요. 회사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타인에 대한 글은 길게 썼지만, 정작 화를 내는 사람이 나 자신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도 어렵기만 합니다.


남을 욕하기는 정말 쉽습니다. 하지만 진상이 된 나를 발견했을 때는 뭐라 말하기 복잡한 감정이 몰려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저 인간/회사가 날 열 받게 만들잖아!"라고 정당화를 합니다. 우선 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는 있어도 얼마 뒤 똑같이 화를 내는 내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회사에서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 그리고 그 분노를 어떻게 다뤄야 할 지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우리는 보통 이럴 때 화가 납니다.


누군가 나한테 싸가지 없는 말을 하거나, 부하직원이 내가 지시/부탁한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아니면 의사 결정자가 말도 안되는 멍청한 짓을 반복하는걸 본다거나..이런 상황들 말이죠.


하지만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도 별로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상식에서 벗어날 정도로 불합리하거나, 민/형사적으로 문제가 생길 만한 상황은 제외하겠습니다. 그건 분노를 안 느낄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그리고 누군가는 화는 났지만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일단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또 누군가는 화를 참지 못해서 여기저기 쏘아 붙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익명게시판을 도배하기도 합니다.


사실 일상 속에서 어떤 것이 내가 화를 내도 되는 상황이고, 어떤 것이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똑같은 상황 속에서도 화를 내지 않거나, 화가 나더라도 냉정을 되찾고 일을 진행시키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분노라는 것이 ‘외부적 요인’ 보다는 ‘내부적 요인'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체 어떨 때 화가 나는가?


심리학에서 분노(Anger) 는 정말 오랜기간 탐구한 대상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간단한 구글 검색만 해봐도 관련된 논문만 수천 편이 보입니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찾아낸 우리 분노의 이유는 대략 다음인 것 같습니다.


목표했거나, 희망했거나, 바랬던 것이 충족되지 않음

위협을 받았을 때

나의 취약한 감정이 건드려졌을 때 이를 가리기 위해서


첫 번째는 결국 '기대와 충족'사이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상황에, 상대방과 나 자신에게 기대를 합니다. 그리고 업무 상황 속에서는 이상적인 결과를 꿈꾸는 사람, 상상과 몽상이 많은 사람, 호기심이 많은 사람, 변화를 추구하거나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한 사람은 내외부에 많은 기대를 합니다. 그리고 이 기대는 충족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분노를 자주 느끼게 됩니다.


본인의 성격이 이상주의자 혹은 완벽주의자라면 기대치가 남들보다 높을 것이며, 이는 곧 실망과 분노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이직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과도한 기대에 따른 실망감'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세상 다 그렇고 어디든 다 똑같다는 식의 과도한 냉소주의는 커리어 발전에 별 도움이 안되지만, 그래도 최소한 화병이 생길 여지는 줄여줍니다. 현실감을 유지하면서 거기 맞는 수준의 기대를 해야 하는 거죠.  


더불어 기대를 많이 하는 것과 삶의 비전이 있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목표와 방향성이 명확하되 실현하는 방식은 필요한 계단을 건너뛰거나 타인에게 소리지르지 않고 그냥 묵묵히 하나씩 걸어 올라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세상이 조금 편해집니다.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다 똑같으니 이제부터 내 맘대로 하겠다’는 생각은 그냥 분노의 하나일 뿐 실제 분노가 없는게 아닙니다.


현실에 집중하는 힘,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는 “Flow” 혹은 “Here & Now” 같은 느낌을 가져보는 경험이 쌓여야 이 경우의 분노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분노가 오를수록 지금에 몰입해야 합니다. 기대에 충족되지 않으면 잠시 딴짓을 하면서 머리의 열을 좀 뺀 후엔 다시 일에 집중해야 과도한 기대가 실망과 분노라는 사생아를 낳지 않게 됩니다.  


분노하는 이유, 그 두 번째는 바로 위협을 받았을 때입니다.


실제 위협을 받으면 분노하는게 당연한겁니다. 정당방위라는 법률 규정까지 있으니까요. 하지만 도대체 어떤 행동이나 문제를 위협이라고 느끼느냐는 좀 복잡한 사안입니다. 불안이 높거나, 통제욕구가 많거나, 자기유능감이 높거나, 성취욕구가 높은 사람들은 남들은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도 위협이라고 느낄 여지가 많습니다.


불안이 높은 사람은 당연히 위협을 잘 느끼고 이것이 분노로 변할 여지가 많구요, 통제욕구/유능감/성취욕구는 자기 세상에 대한 침범 가능성이 아주 약간만 보여도 이걸 분노로 치환하고 거기에 에너지를 쏟는 패턴이 머리속에 프로그램 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가령 잘나가는 팀장이 밑에 들어온 똘똘한 직원이 업무에 대해 의견을 내면 ‘자기 자리 혹은 자기 권위’를 위협한다고 느껴서 이에 대해 분노를 쏟아내는 경우는 흔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직원 입장에서는 황당한 상황일텐데, 상사는 자기가 위협을 당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중에서 자기가 책임자 자리에 있으면서 자주 분노를 터뜨린다고 하면 스스로 잘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통제욕구에 따른 분노는 사실 자기 자신의 자아가 약하고 비루하고, 내세울 것 없고, 허망하기 때문에 조금만 상처받아도 문제를 일으키는 겁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차분히 관찰하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하려는 노력 없이는 곧죽어도 완화시켜지지 않는 분노입니다.  


전쟁에서 상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하지요. 마찬가지로 내가 사람을 통제하려는 마음이 없어도 상대가 나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고수의 자세입니다. 아직 그만큼 여러분이 인격적으로나 리더로서 성숙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니 반성을 많이 할 사안입니다. 직원에게 분노를 할 수는 있지만, 직원이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욕을 하는게 아닌 한 내게 위협을 한다고 느끼는건... 그냥 상사가 무능해서 그렇습니다.


세 번째는 나의 취약한 곳을 가리기 위해서 분노한다는 것입니다.


분노의 세 번째 이유는 인정하기가 참 힘들어요. 저도 사업 실적이 나쁘거나, 일이 너무 많은데 직원들은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자금의 압박으로 사업자금의 수혈이 필요해지거나, 고객에게서 나쁜 반응이 나왔을 때 이걸 분노로 바꿔서 직원들에게 쏟아내는 짓을 가끔 하곤 합니다. 잘못된거죠.


사실 이런 분노는 누군가가 잘못된게 아니라 내가 불안하고, 내가 지치고, 내가 우울하고, 내가 억울할 때 그 감정을 인정하는 대신 그냥 손쉽게 분노로 바꾼 것 뿐이죠. 인정하려면 용기가 필요하지만 분노는 쉽거든요. 특히 아랫사람이나 직원들에게 푸는 건 더 쉽습니다. 그들은 약자고 내가 강자니까요.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하지만 힘든 방법이기도 합니다.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거죠. 다만,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을 땐 정말 안됩니다. 분노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일단 화제를 바꾸거나 상황에서 잠깐 멀어지는게 필요합니다. (물론 이것도 습관되면 문제가 됩니다. 상황을 인정하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잠깐의 휴지기를 갖는게 아니라 그냥 상황을 없는 것 취급하고 회피하는 습관이 될 수도 있거든요. 습관이 되기 전에 성숙해져야죠.) 


그리고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안으로만 분노가 느껴졌고 타인에게 분출하지 않았다면 그냥 조용히 다시 일로 복귀하면 될 일이지만, 타인에게 이걸 분출했었다면 명확히 말로써 인정하고, 과한 것이 있다면 사과하고, 차분히 자신의 감정이나 입장을 설명해야 합니다.


분출하지 않았다고 해도 감정이 격하게 느껴졌다면 'I Speech'가 필요합니다. 차분한 말투로 “내게는 이렇게 느껴졌었어.”,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라고 '나'를 주어로 말을 시작하는 것이죠. (절대로 'You'로 시작하는 문장을 내뱉지 마세요. 그러면 100% 남탓이 되고 싸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하소연이나 일장연설은 하지 마시구요.  


나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감정이 풀어지면서 객관화되고, 상대에게는 나를 이해할 여지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상사에게는 이렇게 하기 힘들죠. 대체로 우리나라 문화에서 상사에게 이렇게 분노를 표출하는 건 거의 상상 불가합니다. 때문에 대체로 나보다 약자에게 이런 짓을 하죠. 그냥 성숙하지 못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분노에 대해 생각해볼 점들  


기왕 분노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두어 가지 정도만 더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하나는 마음속에 분노가 일어났을 때 이걸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성숙한 어른은 자기가 분노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이 감정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 찾고, 그 과정을 통해서 해소하거나, 운동, 산책, 명상 등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서 해소합니다.


하지만 우리같은 하수들은 타인에게 나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형태로 풀려고 합니다. 자아가 약한데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은 사람들이 대체로 공격성으로 분노를 해소하려고 합니다. 상상력이 부족하고, 자기통제력이 떨어지는 성격이면 더더욱 그런 유혹에 시달리죠. 그리고 분노 표출이라는게 웃긴 면이 있는게 이게 학습이 정말 잘된다는 겁니다. 처음 한번 화를 버럭 낼 때는 뭔가 미안하기도 하고, 잘못된 것 같다는 인식도 마음 속 한켠에 나타나지만 몇 번 하다보면 효과도 있는 것 같고, 내가 화낼 것 같은 분위기만 풍겨도 주변 사람들이 긴장하는게 보이면서 내가 뭔가 강해진 것 같은 느낌도 받게 됩니다. 어처구니 없지만 분노에 중독되는 겁니다.


조직에서 이런 상황을 만드는 사람은 정말 문제 인력입니다. 마치 중고등 시절 애들 왕따 만드는 문제아들과 똑같은 행동입니다. 연예인들 중에서 누가 중고등시절 일진이었다고 하면 손가락질 편하게 하면서 자기가 나이먹어서 회사에서 일진 노릇 하고 있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건 정말 문제입니다. 스스로를 그렇게까지 저렴하고 하급의 인간이 되는 걸 방치하지 마세요.  


분노를 외부에 표출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공격하는 경우는 더 어렵습니다. 분노가 끓어오르고 이걸 공격성으로 전환까지는 했는데, 본인의 성격 탓이건, 혹은 조직 분위기 탓이건 혹은 상하관계 때문이건 표출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경우죠. 자꾸 자기에게 분노의 원인을 돌리는 겁니다.


이게 완전하게 자기에게 돌아가면 마음의 큰 상처가 됩니다. 화병이 생겨나거나 우울증으로 가게 되는 지름길을 택하는 겁니다. 가벼운 상처라면 다른 일에 집중하거나 본인의 유능감을 키울 수 있는 일을 해서 이를 극복하는게 정답일 것 같구요, 가볍지 않고 반복적으로 누적된 상처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평소 분노를 자주 느끼고, 오늘 있었던 일도 그냥 평범한 짜증일뿐 별 것 아니었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겠지만, 분노, 특히 자기를 향한 분노는 조금 예민하게 다뤄주는게 좋은 듯 싶습니다. 권투에서 잔펀치라도 누적되면 뇌에 치명적인 것처럼 나를 향한 분노도 내 마음에 마찬가지 역할을 하는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분노를 명시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이걸 돌려서 표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위 수동공격이라고 하는 건데요, 애들이 부모에게 화나면 ‘나 오늘 밥 안먹어!’ 같은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문제 해결에 하나도 도움 안되고, 분노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대와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니 스스로 이런 식의 대응방법을 자주 쓴다고 생각되시면 그냥 차라리 분노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는게 더 낫습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분노에 미쳐 날뛰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최악의 분노 해결 방법입니다. 조직에서 여러분의 평판을 정말 엉망으로 갉아먹는데 아무 것도 해결 못하니까요. ‘성격나쁜데 거기다가 미성숙하기까지 하다’는 평판을 얻게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건 분노라는 감정은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는 겁니다. 여러분이 표출한 분노는 여러분 주변 동료의 분노를 자극합니다. 내 분노는 정당한 분노고, 상대가 잘못한 것이거나 회사가 잘못한 것이니 난 책임없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여러분의 조절되지 않은 분노는 조직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듭니다. 여러분의 분노에 자극받아 맞서 싸우든, 혹은 여러분에게 뺨맞고 다른 곳에 가서 풀든, 여러분은 의도하지 않게 갑질을 하고 있는 겁니다. 맘에 안들거나, 기대에 충족이 안되거나, 화가 날 명확한 사유가 있다면 그걸 명확하지만 부드럽게 조직 내에서 이야기하시고, 그런 이야기를 할 조직이 도저히 아니라면 동네방네 분노 표출 하지 마시고 그곳을 나와 여러분의 길을 걸으세요. 그럴 용기가 없다면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의 분노에 뺨맞는 무고한 희생자가 안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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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athfind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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