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매뉴얼 테스트 결과 두번째
회사에는 소위 '기획' 직무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획이라고 하면 전략기획이나 사업기획이 떠오르지만 사실 이런 분들은 아무래도 소수고, 주로 마주치는 사람들은 서비스 기획 or 상품기획자죠.
그리고 이들과 자주 갈등 관계에 놓이는 사람들이 바로 개발자들입니다.
기획자들은 개발자들에게 아이디어는 물론, 방향성까지 충분히 디테일하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개발자들로부터 나오는 대답은 "그거 안되는데요."라 짜증이 납니다.
개발자들은 기획자들을 비현실적인 이야기만 두루뭉슬하게 하는, 개발에 대해서는 1도 모르면서 말만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매뉴얼의 베이직/프라이빗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자와 개발자의 성격을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Big 5 Personality Test를 기반으로 구축된 테스트이며, 지난 3년간 축적된 1,300명의 미매뉴얼 테스트 참여자의 검사 결과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
기획자와 개발자의 정서적 안정성과 개방성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외향적인 성향도 점수 상에서는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직군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바로 '성실성'항목입니다. 둘 다 나름대로 부지런하게 일할텐데 무슨 차이? 싶으실텐데, 이제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획자와 개발자 중 어떤 직군이 사람도 자주 만나고 모임에도 자주 나갈 것 같으세요?
창의적인 인사이트가 필요한 기획자가 외부 활동이 활발할 것 같지만, 답은 의외로 개발자입니다. 반면에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고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경향은 기획자들이 확연히 높습니다. 신기하죠? 개발자들은 기술 교류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외부로 움직이는 반면에, 기획자들은 아이디어를 쥐어 짜야하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모임 속에서는 개발자가 더 활발하게 교류를 시도하는가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모임을 주도하고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게 하는 성향은 두 직군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획자들은 혼자만의 시간은 필요하지만 개발자들에 비해 우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는 경향은 낮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주목 받는 것에 대해서도 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두 직군 모두 모험을 좋아하고 사람들도 적당히 만나면서, 사람들 속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그리고 주도하려고 합니다. 다만 혼자있으려는 경향은 기획자가 더 높다고 하겠습니다.
몽상을 하는 경향이나 예술적 감수성, 사람의 감정에 대한 감수성 모두 거의 쌍둥이 수준으로 똑같습니다. 다른 직군에 비해 논리적, 체계적인 것도 같습니다. 둘의 업무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개발과 기획 둘 다 꼼꼼하고 논리적이어야하며,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기획자는 타인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편이고 잘 믿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문제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있는 편입니다. 반만에 개발자는 사람을 신뢰하고 협조적인데 반해, 사람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은 약한 편입니다. 모든 직군의 평균과 비교해도 확실히 개발자는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이 역시 당연한 것 같습니다. 기계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관심이 개발자를 개발의 길로 이끌었을테니까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평균보다는 아주 조금 낮다는 것이지, 사람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냉혈한이라는 뜻은 아니니까요.
미매뉴얼 베이직/프라이빗 테스트 결과에서 두 직군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항목은 성실성(Conscientiousness)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성실성의 세부 항목 중 하나인 '스스로를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여부입니다.
기획자들은 개발자 뿐만 아니라, 다른 직군의 평균보다도 높게 '내가 유능하다'라고 믿습니다. 기획자들이 가진 이런 자기 확신은 성취욕구와 관련이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변의 기대보다 더 많이 일하고 상황과 관련없이 빡세게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반면에 개발자들은 자기를 크게 유능하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개발이라는 직무의 특성상 정답이 존재하기가 어렵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무래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씩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향들은 기획자가 개발자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단지 기획자들이 스스로를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잘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반면 개발자들은 객관적인 능력과 퍼포먼스와는 무관하게 스스로가 본인의 일과 유능함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비중이 높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기획자와 개발자는 서로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경향도 강하다고 생각하고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개발자는 사람과 잘 안어울리고, 혼자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고, 말도 별로 없고, 자기 관심 분야만 몰두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기획자에 대해서는 몽상이 월등히 많고, 여러 감수성도 높고, 대단히 말이 많고, 나서고, 사람과도 엄청 잘 사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그런 스테레오 타입은 그저 우리의 선입견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개발자도 사람 많이 만나고, 말도 많고, 적극적이지만, 자기 자신의 역량에 대해서는 불안해하는 구석이 있고, 기획자들은 자신만만 하지만,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이죠.
※ 일전에 브런치 프로젝트 대상 수상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곧 책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드디어 나왔습니다!
브런치, 매거진 <B>, 유유출판사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일의 기본기 :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교보문고에서 보기/ 영풍문고에서 보기/ 인터파크에서 보기/ 반디앤루니스에서 보기/ 알라딘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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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memanual.co.kr
3. 슬직 운영사 패스파인더넷에서는 관련 강연, 커뮤니티에 대한 소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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