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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달 Feb 03. 2023

언제 이리 컸냐 울강아지

갑기자 100번 글쓰기 10

-이번 설대 수능 완전 터졌네. 설대 물리학과랑 고대간호가 비슷하네. 3122가 설대 붙었다는게 말이 되나


고3쯤 되니 아빠보다 입시에 빠삭하다. 같이 듣던 남편은 멀뚱멀뚱 이게 먼소리이라 쳐다볼뿐.

-이번부터 정시도 내신반영을 하게되서 다들 기피했나봐

-원래 입시는 운이 90이다. 예전 조국사태때 특목고애들 설대 다 우수수 떨어졌잖아. 뜻하지 않은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게 많긴 하지

-얼른 여길 떠야지. 정말 비상식적인 바닥인 거같아.


어느덧 입시의 정중앙에 던져졌지만 아이는 그리 폭풍같은 공부의 시간에 던져진 상태는 아니다. 겨울동안 심층준비를 하면서 또  학원가의 지나친 걱정에 휘둘리는게 아닌가 의심중으로 꾀부리며 쉬엄쉬엄 시간을 쓰고 있다. 매번 이번 겨울방학이 제일 중요하다며 몰아치는 공포 마케팅에 속기엔 이번이 고등 입학전 겨울부터 세번째 겨울방학이라 시쿤둥할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 오늘도 밤에 두시간동안 두런두런 수학공부를 하면서 접근하는 방식의 정립과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데 영 내가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다. 그래도 이해하려 애쓰며 들으니 나중에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해야겠어..한다. 엄마가 듣는건 잘해라고 했지만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대화는 항상 즐거운것.


요즘은 아들의 미래에 엄마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중. 대학까지 보내논 후의 지원은 어디까지가 일반적인지 잘모를정도로 경우의 수가 많다. 게다가 같이 여행을 가거나  밤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외식 하는 것도 현저히 줄을 터이고 자기영역이 확실히 생길 텐데 아직은 상상이 안간다 . 지금도 기숙사생활을 해서 주말이나 방학때만 함께 하지만 이 기간에는 아이에게 집중하고 많은것을 공유하기에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없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 알아서 잘살아봐라 해도 될정도로 커버려  나의 손도 필요없을 것 같으니. 지금과는 사뭇 다를테다. 중학교때부터 잔소리를 전혀 하지도 할수도 없는 상태였고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학원비 내주는 일 이외에 도와줄일이 없었다. 미성숙해진 상태의 감정의 동요와 성장하면서의 고민들을 함께 하며 감정공동체로의 삶이 힘들었지만 이제 이마저도 없어지겠지. 핸드폰 저장이름 울강아지도 그때는 바꿔야하지 않을까..


부족한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이만큼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가  되는게 두려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근데 이제 정말 내 영향력밖으로 훨훨 날아간다니. 삼류드라마처럼 이 결혼 절대 안된다 하지 않을거면  이제 아이는 혼자서 알아서 결정하고 내선택보다 더 잘할일이 많다.


그래서 엄마는 요즘 고민이다.

50대는 도대체 무엇을 주제로 삼아야할지.

약간 기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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