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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달 Feb 05. 2023

완벽한 그녀에게 없는 것

갑자기 백번 글쓰기 12

살면서 저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똑똑하고 말도 잘하고 성격도 좋지 라고 생각했던 경우는 여자의 경우 세 번 정도인 거 같다.

첫번째는 아이가 돌이 안되었을 때 동네에서 알게 된 엄마였는데  그당시 육아휴직 중으로 남편은 그냥 내가 벌어올게 집에 있으라고 종용할 정도로 벌이가 좋았다. 하지만 자기일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그녀는 아이가 10개월이 되었을 때 직장에 복귀하였고 어린이집에 가서 끝도 없이 아픈 아이 때문에 힘들었지만 당차게 순간순간을 헤쳐나가는 거 같았다. 워낙 야무진 성품과 대범함을 겸비하였기에 일에서도 성취를 이루고 벌이가 좋던 남편은 오히려 전업주부로 가끔 그녀를 써포트할 정도로 금전적인 벌이도 역전이 되었다. 아이와 동갑인 그 아이는 신부가 되겠다고 신부가 되기위한 학교에 들어가는 선택을 하였고 그때문에 이사를 하기도 했다. 살뜰한 육아를 할 여력은 없었어도 아이의 꿈을 지원하고 이사까지 감행한 그녀는 역시 멋지구나 했다.

두번째의 경우는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때 만난 엄마이다. 직업이 의사였는데(의사에 대한 편견이 들어간듯 하지만 ㅜ) 항상 말을 조리있게 하면서 따뜻한 배려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겸손했다. 아이를 위해 완벽한 학원스케줄을 짜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당한수준에서 지원하는 정도의 스탠스를 취했다. 같이 캠핑도 가는등 꽤 친하게 지냈는데 유난스럽지 않게 아이를 지켜봐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는 자신감이 넘치고 리더쉽이 출중하여 공부는 많이 잘하지는 못하지만 전교회장을 하는등 꽤 늠름하게 성장했다.

둘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할수 있는 최선을 각자의 방식으로 했고 좋은대학진학여부와 상관없이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길을 잘 찾아가는 중이라 응원을 하게된다. 이모든건 세상에서 1차 결과론적으로 접근하지 않을수 있는 마지막 시점인 고3에야 먹힐법한  이야기.

세번째 엄마는 블로그이웃이다. 그녀는 나를 모르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지켜봤는데 그아이의 대단한 재능과 엄마의 완벽한 써포트에 항상 감탄을 해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미국 명문대학에 입학했고 어디서도 볼수없는 대단한 엄친아로 성장했다. 이 엄마는 앞 두사람과 다르게 아이의 육아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학원을 미친듯이 보내는식이 아니라 워킹맘이라도 하루에 한두시간을 자는 한이 있어도 집에 와서 책을 읽어주고 놀아주었으며 베이비시터를 구할때도 읽어야할 책목록 주의해야 할 사항등을 두페이지에 걸쳐적어줄 정도로 세밀하게 아이를 살폈다. 아이와 대화도 많이해서 엄마를 존경한다고 하고 최근에는 자신이 아이를 키워온 과정과 이상적인 태도에 대해 블로그를 하고 있다. 이루말할수 없이 만족스러운 지금의 상태에 대해 어떻게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분석적인 글을 내놓는다.


하지만 슬슬 최근엔 불편하다.

이런 내가 이상한 것인지 무엇이 불편한지 고민을 해보았다. 

예쁜여자가 자기가 예쁘다고 계속 포스팅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 그런걸까. 티비에  나오면 사람들이 박수를 칠 법한 사례들을 현실에서  보면 고까운걸까.

우선 나는 그녀처럼 완벽한 육아를 세번쯤 다시 태어나야 할 수 있을 정도로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여서인 거 같다. 육아의 조언을 주기엔 그녀는 너무나 완벽하다. 자칫 죄책감이 들 지경이다. 거의 부족함이 없다. 분명 힘든시기나 속터지는순간도 있었을텐데. 잘나가는 인스타스타들처럼 짠하고 아름다운 것들만 이야기한다. 어려운 처지에서 헤쳐나갔던 사례를 이야기하면 보통의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다음으론 미국에 진학한 친구와 한국에서 진학한 친구의 차이를 아이에게 물으며 미국진학을 한 친구들의 우월성을 은근 내비친다. 기타 다른 극성 육아맘들이 도움을 주었으되 그건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역으로 알게 했다는 뉘앙스로 자신과 그들을 구별짓는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과 자기도 모르는 차별화를 통한 우월감. 국내대학을 보내는 어쩌면 극성엄마처럼 보일 수도 있을 나여서 찔리나.

그녀는 모를 것이다.

언제나 모든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계속 나열하는 일이, 입시후 자신의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훌륭한 육아과정을 흐뭇하게 조언으로 말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음을. 모든 선의와 순수한 의도일지라도 타인이 받아들이는 지점이 다를 수 있음을. 이모든 것이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느라 공감능력을 잃어버려서 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도치 않았으나 부족함이 없이 아름다운 이야기만 한다는 것.

평생 행복하고 완벽하게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갈것같은 그녀보다 결과가 훨씬 통상적인 시각으로는 떨어질지 몰라도  다른 두명의 사례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세상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기울어진 사람이라 그럴지도.

 나는 한없이 부족한 엄마라 여기에서나 비겁하게 궁시렁대는중. 혹시나 나도 그런 태도를 조금이라도 보이는 것이 아닐까 경계중. 이러고 또 그 블로그  새글을 관심있게 보는 것도 괴이한 취미이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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