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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달 Feb 06. 2023

날씨가 좋으면 달리겠습니다

갑자기 100번 글쓰기 13

세상 게으르기 대회에서 일등 먹을 수준으로 드러누워 있었는데 감기에 걸렸다.

배경만 다르지 어디서든 자세는 똑같다는 남편의 말에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잠시 외출하고 나면 이불속에 등짝붙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근데  아프다니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워있으면 콧물이 주루룩 옆으로 흘러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있다. 아들이 남편이며 코피나 하며 지나간다. 젠장 잠을 이리 자는데 코피가 나겠는가. 덕분에 감기와 상극인 맥주는 자제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지긋지긋한 무기력을 벗어던지고 컴퓨터에 앉아야 하는데 감기까지 걸리니 얼씨구나 더 열심히 뒹굴고 있다.

브런치글도 누워서 핸드폰으로 후다닥 써제낀다. 제목을 백번 누워서 쓰기로 바꿔야  할 거 같다. 이래서야 백번을 채우고나서 백번 후회할 일을 만드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이게 글이냐. 속으로 부르짖다가 그래도 쓰기만이라도 하라던 온갖 책들의 이야기들이 거짓부렁은 아니겠지 하는 밑도 끝도 없는 배짱을 부린다.  

그러나 게으름은 게으름을 부르고 심지어 감기까지 불렀으니 이러지 말자. 새해랍시고 원대한 포부는 가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뭐든 해보자 했는데  자꾸 제주 바다만 넘실넘실 머릿속을 흔든다. 여행갈 처지가 못되니 여보 나 제주에서 한달만 살다올게 란 제목의 책을 빌려 읽는 것으로 대리만족한다. 나두 내년에 저런 말을 던지고 제주에 가려는 중이라 제목에 끌렸는데 꽤 흥미로왔다. 아 그나저나. 먼저 올해 어떻게 좀 해보자고. 부시럭부시럭 그나마 해볼까했던 것들을 떠올리다 달리기가 생각났다


밤마다 울집 강아지 보슬이가 수도 없이 나를 깨운다. 그도 그럴것이 내내 잠만 자는 게 일인 그 아이가 밤10시 공놀이 외에 낮산책을 하지 않으면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서이다. 숙면이란 걸 언제 해봤는지 모르겠다. 올해 달리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넌지시 들었었는데  이왕 뛰는 거 보슬이와 함께 아파트 한바퀴를 뛰어야겠다.

항상 저런 눈빛으로 산책을 강요하는 아이를 외면하여 밤마다 벌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일종의 복수다. 떡실신이 되도록 뛰어주리라. 너도 나도 조금 있으면 관절이 안좋아져 못뛸텐데 뛸수있을 때 만끽하자 한다.

근데 날씨가 아직은 춥다. 날씨가 좋아지면 달려야지 하고 일단은 미룬다. 오늘의 할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 내 장기이긴 하지. 하지만 꼭 해보자. 다짐 또 다짐

음. 그럼 기타와 보슬이와 달리기. 백번글쓰기 세개 정도 생각해낸 게 기특. 느낌이 좋다고 스스로에게 체면을 건다.


실은 젤루 하고싶은 것은 돈 왕창벌기다. 내년부터 창대한 여행계획을 수립하려면 돈을 좀 올해 빡세게 벌어야하는데 여의치 않다. 벌수 없음 죽도록 아끼기라도 해야지. 이것도 일단 아이가 기숙사 가기전까지 홀딩. 아무래도 아이가 있으면 난방비와 식비를 아끼기는 힘들다.

죽도록 아끼기!를 날씨가 좋으면 달리는 시점과 같이 시작하는 걸로 해야지. 미니멀리즘도 덩달아 떠오르네. 주렁주렁 집에 있는 쓸데없는 물건들도 날씨가 좋으면 다 싸그리버리도록 대청소해야겠다.


근데...날씨가 좋으면 룰루랄라 놀러다니는 거 아닐까. 아니다. 올해는 다르다. 다시 주문을 거는 마음으로 백번누워서글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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