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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달 Sep 27. 2019

내가 처음 대치동에 갔었을 때는 말야

허세떨며 허세떠는 자들을 이야기해 본다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 처음 갔었던 날은 추웠다. 아이가 초2에 올라가는 겨울, 대치동 학원가 한번 가보자는 결의에 차서 세명의 아줌마들은  대치동을 향했다. 택시를 집어타고 수없이 들어오던 은마사거리를 이야기하면서도 그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몰랐다. 초2부터 보내야 한다는 cms는 한참 핫한 수학학원이었고 거기를 안보내면 출발선부터 낙오되는 것은 아닌가 불안했다. 평소보다 조금은 진한 화장과 신경 쓴 옷차림으로 학원에 들어가 대치동이 처음이 아닌 척 하며 상담을 시작했다. 들어도 알 수 없는 학원 레벨은 얼핏봐도 꽤나 촘촘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 우리의 눈빛이 참으로 어리숙했던가. 말이 안통한다고 생각하여 답답했던가. 상담실장은 "대치동 아이들은 초5부터 본격적으로 달린답니다. 그때부터는 정신없어요."라며 조금은 한심하다는 듯이 상담파일을 접으며 이야기했다. 그 전에 미리 초석을 다지란 이야기겠다.

 


쫓겨난 거는 아니지만 어쩐지 쫓겨난 기분으로 나온 우리들은 대치동 사람들은 두꺼운 파카를 입고다니며 화장도 안하고 그러는데 누구누구가 너무 멋을 부려서 우리가 대치동 사람이 아닌 것이 들통난 거라는 농짓거리를 하며 쓴 입맛을 다셨다. 초5에 달리는 건 얼마나 어떻게 달리는 걸까? 멀고 먼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초2엄마에게도 초5는 아직 어리게만 느껴졌는데 말이다. 대치동 문턱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군, 처음은 그랬다. 들리는 소문은 또 이랬다. 잠실 아이들이 대치동에 좋은 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몰려가면 대치동 사람들은 물이 흐려졌다며 다른 학원으로 간다. 큰 학원을 가는 것은 뭘 모르는 사람들만 그러하고 작고 간판 없는 학원이야말로 대치동 학원의 진수다. 지나고나니 말짱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도 여러 층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쨋든 그런 소문을 듣고 간 마당에 그런 대우를 받고나니 우리는 한순간 화라락 일었던 전의를 상실하게 되었고 대치동의 차가움만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대치동은 셔틀버스도 거의 운행하지 않는다. 그들의 콧대는 하늘같이 높아서 아쉬운 사람이 차를 끌고가 아이를 내려놓으라는 거다.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것은 잘나가는 맛집에서 음식을 많이 만들지 않고 줄을 세우는 것과 비슷한 심리인 구석도 있다. 대치동으로 학원을 보내기 위해선 라이드를 해야 했고 엄마들은 운전을 하지 못하다가 결국 라이드를 계기로 운전대를 잡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나는 운전도 못했고 받아주는 학원도 없을 것만 같았고 그렇게 그곳은 한동안 잊혀졌다. 대치동을 라이드해서 가는 아이들은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참으로 우스운 첫인상이다. 잘 모르고 있을 때는 예단이 쉽기에 어리버리한 초행길을 가는 사람이 초입에 만난 사람의 말투로 모든 것을 판단한 거다. 마치 서울 사람들은 다 깍쟁이라고 하듯.(상대적으로 깍쟁이긴 하지만) 지금도 대부분의 학원에서 보이는 낯설고 차갑고 거만한 그들의 태도에 속이 뒤집어질 때도 많지만, 내가 돈을 내면서도 을이 되는 우스운 상황도 많지만 그들의 허세에 주눅들지 않을 내공은 생긴 듯하다. 한때는 철마다 미친듯이 오는 문자에 홀린듯 많이도 설명회를 다녔다. 집에 거기서 얻은 4색펜이 한웅큼이다. 심지어 대치동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니 대치동 물을 꽤나 먹긴 먹었다 해도 되겠지. 대치동을 제대로 보려면 밤 10시 학원가를 가보라고 한다. 차들과 아이들의 아수라장은 실로 장관이다. 그들이 거기서 찾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거기서 얻고자 하는 것은 또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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