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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달 Oct 07. 2019

영재원을 다니면 영재일까?

타고난 것이 그리 중요한가요

사람들은 노력이 타고난 것보다 중요하다고 과정이 결과보다 의미있다고 말하지만 말짱 거짓말이다. 그렇게 믿고 싶을 뿐. 생득하는 것이야말로 팔자인데 왜이리 우리는 거기에 집착을 하는 건지. 우리 아이가 영재였으면 하는 기대를 마음속에 품고 있는 부모들은 현실을 직시하기가 쉽지 않다. 아는 엄마는 매일 "아우, 그 집 아이는 왜이리 공부를 열심히 해 우리 앤 마냥 놀아"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고선 msc라는 곳에 가서 아이큐검사를 하고는 너무 머리가 좋아 측정불가라고 했다며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다. 사람들은 슬금슬금 그 아줌마를 피하였지만 그런 병은 도통 나아지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도 매일 자긴 공부 안했다고 요란스레 시험날 와서 소리치고 시험을 잘보던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공부 못하는 것보다 머리 나쁜 것을 더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이런 타고난 영재이길 바라는 마음은 점점 커져가나보다. 우리때도 영재원에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요즘은 그때보다 훨씬 더 과열된 양상이다. 초등 대상 학원들은 온통 영재원 준비에 혈안이 되어있다. 처음 시작은 초등입학전  kage라는 기관부터다. 웩슬러인지 뭔지하는 아이큐검사를 하고 난 후 상위 몇프로만 다닐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선택받은 아이들의 엄마들은 꿈을 꾸게 된다. 이후 아이때는 초1 말에 교육청 영재에 갈 수 있는 시험을 봤다. 여기서 선택된 아이들은 2년동안 영재원을 다녔고 이후 3학년때부터는 교육청과 대학부설영재원 둘 중 하나를 시험을 보고 다닐 수 있다. 그 중 서울교대 영재원을 보내면 제일 성공했다고 여겼다. 이렇게 영재코스를 밟은 아이들은 자연스레 영재고 트랙을 밟는다.

영재원은 거의 공짜다시피 하는 실험과 여러가지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여기서 만난 아이들은 결국 쭈욱 영재고준비학원에서 만난다고 그런 인간관계를 위해서도 꼭 시도해보길 학원에서는 종용한다.


지금부터는 내가 직접 겪은 짧은 경험들이다. 초등때 kage 출신 아이 세 명이 있었다. 두 명은 과하게 선행을 나가서 잘난 척이 심하였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고 무시하는 성향이 강했는데 그 둘이 3학년때 같은 반이 되어 피터지게 싸워 결국 한 명이 다른 학교로 전학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3학년 때 정석을 옆구리에 끼고 다녔던 한 아이는 지금은 공부를 때려치웠다. 어릴 때 영재라는 말에 고무된 엄마들의 과도한 욕심에 대치동 학원가에 빨리 입성한 결과는 그닥이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서울과고에 지금 다니고 있는 아이는 kage에 다니면서 혼자 딴짓을 해도 가장 점수가 좋았지만 태도가 워낙 불량해 엄마가 참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고 집에서 책을 읽혔다고 하였다. 뒤늦게 영재고 준비를 했어도 타고난 영재성과 엄청난 독서량으로 중2때 이미 서울과고에 합격했다고 한다. 영재원도 안 다녔다고 한다.

초2때 아이학교에서 유일하게 한 명이 교육청영재였는데 그 아이는 6년내내 똑똑한 아이로 아이들과 엄마들의 인정을 받아 나름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아줌마들은 뒤에서 그 아이는 학원빨로 갔다고 욕을 모두 하였는데 시기와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던 거 같다. 중2인 지금은 그러나 그리 눈에 띄는 양상은 아니다.

또 한 명은 쭈욱 영재원을 다닌 것을 너무나 자랑스러워 하는 지인의 자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가 있다. 말끝마다 그 친구의 지인이 영재원 이야기를 하여 둘째는 자기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영재원을 보내겠다고 이를 갈고 있다. 그 친구 지인의 아들도 중2인 지금 눈에 띄게 공부를 잘하고 있지는 않다.


주절주절 이야기를 한 이유는 내가 겪은 바로는 영재원과 그 아이의 영재성은 별개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아이는 중1때 교육청 과학영재원을 다녔다. 영재원과 상관없는 삶을 살다 어쩌다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고작 1년 다녀본 것으로 어떻게 이야기하겠냐만 생각보다 교육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고 다니는 아이들도 영재들은 아니었던 거 같다고 이야기한다. 산출물을 위해 팀으로 움직였는데 학교수행보다 더 질이 낮은 결과물을 내놓았고 팀웍도 엉망이여서 즐거운 기억은 아니였다. 결국 생기부 한 줄을 위해 토요일 아침을 내준 정도로 여겨졌다.


아이가 자라면서 안하면 안될 거 같은 기분에 휩싸여 안달복달 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지나고나면 큰 차이가 없음을 느낀다. 아마도 영재원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 대열에 끼지 못하면 우리 아이가 뛰어나지 못한가 불안해하는 것을 학원에서는 이용한다. 초등때 별로 공부할 것도 많지 않으니 영재원을 다니는 게 좋을 수 있다. 다양한 경험과 비슷한 관심사의 친구를 만나는 기회가 주어지니까. 하지만 그를 통해 엄마랑 아이가 특권의식과 함께 과도한 욕심을 부리게 되면 아니 다니니만 못하다. 영재원을 뽑는 기준도 사실 진짜 영재를 뽑기에 적합한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릴 때 뛰어난 아이가 계속 뛰어난 것도 아니고 초등때는 msc에서 말하듯 우뇌가 발달한 아이들이 우선적으로 치고 나가기에 그런 아이들이 뽑힐 가능성이 높다. 글쓰기 능력에 약간의 수학, 과학적 학원의 도움이 선발에 유리한 듯하다. 진짜 영재들이 뽑힐 수도 있고 아니라면 그곳에 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키울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영재원은 다니면 좋지만 아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되고 많은 것을 기대할 필요가 없는 곳이라는 것. 안 뽑혔다고 좌절할 필요도 뽑혔다고 으시댈 이유도 없다.


인생은 길고도 길다. 자식자랑은 아이가 마흔이 넘어서 하라고 했다. 우리 아이도 고작 중2라 제대로 키우고 있는 것인지 어쩐지 알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후회할 일도 많을 거다. 그래도 억지로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아이가 영재인지 아닌지 아직 나는 모르겠다. 그것이 어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천재라서 조금만 노력해도 많은 것을 얻었으면 좋겠다만 욕심이란 것을 안다. 노력하는 이 순간이 아이에게 그것만으로도 의미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애써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아이를 바라본다. 안달복달하지 않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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