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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Nov 05. 2024

35. 10월 독서 리뷰/프리뷰

이기적 유전자 외 6권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수확의 계절, 또 무슨 말이 있을까, 아무튼 뭐시기뭐시기 계절. 이번 달에도 적은 양의 책을 읽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올린 서평의 양이 적었을 뿐. 이번 달에는 소설을 조금 많이 읽었다. 평소 달에 한 권, 많아봤자 두 권 수준으로 읽던 때에 비해 이번 달은 세 권! 아니, 하나 둘 셋 순으로 올라가니까 별로 많이 늘어난 거 같지는 않네?


 나는 소설의 서평만큼은 웬만해서는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 하나, 작가의 모든 작품을 알아보고 작가의 특성, 세계관 구축 방식, 방향성에 대해 어렴풋하게라도 알아야 넘겨 짚지 않고 올바른 이야기를 쓸 수 있어서. 다른 이유 하나, 작품의 문예 사조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내 스스로의 지식이 모자라다고 느껴서. 그리고 마지막 이유 하나, 나는 그냥 작품이 재밌으면 와! 재밌다! 라고 이야기하고 마는 사람이어서...


 말은 이렇게 했지만 글을 끝까지 읽으면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생각보다 소설 리뷰가 길었는데? 아마 오늘 말이 늘어지는 책들은 소설이지 않을까. 나도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그정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그정도로 재미있었다. 자꾸 재미있는 소설만 찾아 읽으면 안되는데, 이러면 11월에도 소설만 읽고 싶어지는데.


1. 이기적 유전자 - 을유문화사


 독서모임 후기에서 꽤 길게 다뤄서 적을 이야기가 크게 없는 도서다. 그래도 독서모임 후기에 적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 꺼내보면 꽤 뒷장에서 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밈의 정의 방식이나 어디에서 단어를 채용해왔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들.


 나는 맨 처음에 원래 존재하는 단어를 재정의하려고 하는건가? 라는 생각으로 이 부분을 읽었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도중 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내 질문에 대해 회원님들은 이 단어가 여기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그 새로 만들어진 단어가 지금까지 활용되고 있는 거라고 답했다. 하긴, 1970년도에 쓰인 책이니까 인터넷도 90년대에 들어서 보급되었고 그 이전에 이런 단어가 쓰였을리가... 언어의 수명이 생각 이상으로 길구나, 그리고 형태는 지금도 꾸준히 변하고 있구나. 문득 유전자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언어의 순환에 대해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2. 저널리즘 선언 - 오월의 봄


 캠페인에 올릴 『고통 구경하는 사회』 서평을 작성하기 위해 읽은 저널리즘 관련 도서다. 이야기의 전개는 굉장히 흥미로운데, 사람들은 저널리즘의 역할이 사회 약자를 대변하고 부정부패를 비추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엘리트를 공격하면서도 엘리트의 돈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이야기를 사회과학적으로 풀어내는 책이다.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동시에 축소되는 레거시 언론들과 야금야금 자신의 파이를 늘려가는 새로운 유튜브 언론들, 레거시 업계의 변화,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해외의 서적을 번역해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들이 당면하고 있는 상황이 머리에 그려져 굉장히 몰입하면서 읽었다. 당장 데스크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 기사를 긁어와서라도 클릭수를 높이라고 유튜브 뉴스팀, 인터넷 뉴스팀에게 압박을 주고 있다는데 그런 방향이 결국 유튜브에서 바른 소리의 탈을 쓴 황색 언론들과 동화되는 과정이 아닌가, 과연 이렇게라도 자신의 파이를 지켜야 하는가. 아마 이 질문에 대해서 쉽사리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고.


 결국 언론은 엘리트, 그러니까 기업인에게 돈을 받고 살아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이 광고를 빼는 행위, 취재를 거부하는 행위, 찍어누르는 행위에 대해서 공공연하게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불만이 섞인 목소리를 내면서도 반항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진짜 광고가 끊기면 그대로 밥줄도 끊기게 되니까. 언론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개혁인가 혁명인가. 이 책이 답이 되지는 않지만 생각을 열어주는 계기는 되리라 생각한다.


3. 유럽 책방 문화 탐구 - 혜화1117


 와우북페스티벌에서 강연을 듣기 전에 짬나는 시간마다 틈틈히 읽었다. 강연은 여행기를 펼쳐놓듯 즐겁게 이어졌고 실제로 책에 있던 내용들이 꽤 많이 나와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그와 별개로 책이 엄청 뛰어났냐고 한다면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유럽 책방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틀린 정보에 대한 불만들도 있었고, 한 지역의 서점을 설명할 때 마치 한 페이지를 건너뛴 듯 주술이 허술했던 문장과 내용 배치도 아쉬움이 있었다. 특정 서점에 대해 설명하고, 다른 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고, 지난 서점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다른 서점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와 같은 형식의 내용은 원고 배치가 조금 이상하게 되지 않았나, 분명 지난 페이지에서 읽은 이야기같은데 왜 다시 똑같은 말이 나오지? 내가 책을 뒤로 넘겼나? 와 같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되돌아보면 좋은 내용이고 출판업에 종사하는 전문가의 시선으로 본 이야기이기에 재미있는 목소리를 담을 수 있었는데 원고의 배치가 너무 아쉬웠다는 생각이 든다.


 책방의 문화는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다. 그 문화는 국민들이 만드는 것이기에 부럽다면 우리가 이런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해야 한다. 저자가 꾸준히 하는 이야기다. 나도 그 이야기에 공감한다. 유럽의 책방 문화가 부럽다고 우리나라에 똑같은 느낌의 책방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오래 가지 못하고 망하지 않을까. 아니, 내가 건물주면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문화가 필요하다. 독립서점들은 지금 그 방향성을 찾고 각 지역에서 천천히 올라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늘 나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맺는 거 같은데, 해외의 것들을 부러워하지 말고 일단 우리 주변에서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4. 서울 문학 기행 - 아르테


"제목만 딱 들어봐도 그런 느낌인데. 모르고 빌린 건 아닐 거 아냐?"


 솔직히 나는 조금 가벼운 이야기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서울 지리에 대한 이야기와 문학 이야기가 섞인 편안한 문학 기행. 하지만 내용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면 모두가 어떤지 예측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서울 문학 기행』은 가벼운 인문 교양서냐, 전문 서적이냐 묻는다면 전문 서적에 가까운 도서다. 오히려 이쪽 방향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라면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은 도서.


 저자인 방민호 교수는 모더니즘적인 시선에서 근대 서울의 많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작품을 세심하게 해체한다. 이상의 『날개』에 대한 해석, 박인환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 짚어나가면 끝이 없다. 이런 디테일하고 고등학교 수준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이야기들은 전공자들이라면 어렴풋하게 배웠을, 혹은 배웠지만 까먹었을 이야기들이기에 예전에 배운 것들을 상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이런 작가들의 역사에 재미를 느꼈었다면 더욱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의 독자는 조금 힘들어할 확률이 높고.


 사실 모더니즘적인 시선에서 보이는 해석은 일반론적인 해석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위에서 이상의 『날개』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도 그것이다. 저자는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 다른 해석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주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독자 입장에서 낯설지 않을리가. 그러니 친밀하게 접근하기 위해 구어체로 쓰인 글도 마치 교수님의 강의를 글로 풀어낸 것처럼 느끼게 된다.


 내용은 굉장히 알차다. 사실 이건 교수님들이 쓴 책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런 내용을 좋아하고, 이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하지만 배경지식이 부족한 가벼운 독자의 입장에서는 사뭇 괴로운 책이 될 확률이 높다.


5. 흑뢰성 - 리드비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역을 일으킨 주인공은 아라오카성에서 항전을 시작하고 그런 그에게 노부나가의 사신 구로다 간베에가 찾아온다. 원래 사신을 맞이하면 의견을 수락하고 살려 돌려보내던지, 아니면 죽이고 목을 보내던지 결정해야 하지만 주인공은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은 채 그를 지하에 구금시킨다. 그 후로 성 안에서는 기묘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오본창과 함께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한 주인공, 결국 지하에 있는 간베에와 지혜를 나누기 시작하는데...


 나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가 썼던 시리즈물은 전부 가지고 있고 단편선도 간간히 읽었다. 그가 쓰는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추리, 미스터리적 요소가 굉장히 중요할 거 같지만 결국은 과연 그게 중요한 요소인가? 그런 인상을 지우지 못한 채 잘 깔린 철길 위에서 추리적인 요소로 뒤바뀐다기 보다는 결국 순리대로 흘러가는 듯한 인상을 받는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소시민 시리즈도, 고전부 시리즈도 모두 추리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시작하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 끝나고, 흑뢰성도 추리 미스터리의 탈을 썼지만 결국은 거스를 수 없는 순리대로 끝나는 것처럼.


 위에서 나온 작품들과 차이가 있다면 시대 배경이 다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기세 싸움이 끊임없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마치 서로 검을 뽑고 한 걸음만 나아가면 벨 수 있는 간격에서 마주하는 것처럼, 노부나가는 책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바로 눈 앞에 있는 적과 같이 생동감있게, 태산의 형을 띄고 주인공을 노려본다. 


 움직이지 않는 적을 마주하는 일,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가장 무섭다고 한다면 믿겠는가? 검을 맞댔을 때 가장 무서운 적은 움직이지 않는 적이다. 자세를 흔들어보려고 해도, 검을 건드려봐도, 내가 한 걸음 들어가봐도 움직이지 않는 적. 이 구도를 잔잔하게, 숨막히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추리 미스터리는 스토리에 얹어지는 하나의 윤활제일 뿐이다. 주가 되지 않는다.


 이런 구도를 언제나 싫어하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을 싫어하는 독자라면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취향에 맞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탄탄한 스토리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이번 작품도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 아, 그래도 하나 추가로 신경써야 하는 점이 있다면 한국의 역사 소설을 읽는 것처럼, 나오는 단어와 시대상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접근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는 말해주고 싶다. 오다 노부나가의 전국시대는 워낙 유명한 시대 배경이라 어느정도 지식을 가지고 접근하리라 생각하지만 이런 분야에 생소한 독자라면 불만스러운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아마도 국내 역사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처럼.


6. 날씨의 아이 - 대원씨아이


 나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도 좋아한다. 최근 그 만의 세계에 너무 매몰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슬슬 좋아하는 마음이 떨어지려고 하고는 있지만... 『날씨의 아이』는 신카이 마코토 재난 3부작이라고 네이밍되는 작품들 중 두 번째에 속하는 작품이다. 가출 청소년인 주인공이 도쿄에 와서 따뜻한 어른들을 만나고, 일을 하는 도중 비의 소녀를 만나고, 이러쿵저러쿵... 솔직히 영화로도 이미 유명한 소설이라 줄거리를 따로 적지는 않겠다.


 일단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대다수의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소설을 대본집으로 옮겨놓은 듯한, 이런 장면 연출과 묘사는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영화 그대로의 모습을 너무 디테일한 묘사도 아닌 대사 그대로 표현하다보니 그 연출이 너무도 유치하게 느껴져 순간 고개를 숙였다. 『너의 이름은』은 이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아니, 그때는 한 5년 전이니까 그냥 유치한 장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나?


 그걸 제외해도 결국 내용 자체가 아쉽다는 평을 지울 수는 없다. 과거에도 이런 내용을 배경으로 삼는 작품들은 있었다. 이상적인 세계가 깔려 있지만 지하에는 한 소녀가 구금되어 있고 그 소녀가 고통받아야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 답 또한 과거와 동일하다.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유지해야 한다면 유지하지 않는 것이 낫다. 문제는 작품의 전반적인 설득력이다. 일단 영화는 관객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다소 엉성하게 마지막이 마무리되었고, 엔딩도 급하게 끝났다는 지적이 많았다. 나도 그런 지적을 하는 부류 중 하나였고. 그때 작품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늘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소설판을 함께 보면 다를 것이다.'


 그래서 소설을 함께 본 입장에서는... 과연 다른가? 잘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도쿄가 물에 잠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재민들,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목소리는 없다. 부모없이 살고 있는 아이들과 가출 청소년은 사회적 약자인 것은 맞지만 과연 호우에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를 지지대 삼아 서있던 인물들인가? 다수의 행복을 위해 한 명을 희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해석보다는 '내 사람' 한 명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 다수의 사람을 희생시킨다는 방향으로 해석이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후일담 서사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후배와 이 작품과 벼랑 위의 포뇨를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날씨의 아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벼랑 위의 포뇨보다 악질인 영화야. 도쿄가 잠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고, 영화 상의 장면 만을 보면 해수면이 올라간 수준이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미국의 실리콘벨리도 일정 수준으로 물에 잠겼을 거고, 결과적으로는 세계적인 과학 기술력과 행복 지수가 떨어지는 거야. 그에 비해 벼랑 위의 포뇨처럼 전 세계가 물에 잠겨봐. 차라리 인간의 수가 물고기에 비해 압도적으로 줄어드니 이제는 물고기가 세계의 중심이 되는 거고, 물고기가 가지는 행복의 총량은 증가하기 때문에 지구 구성원의 행복은 상승하는 거지."


 사실 헛소리인건 알고 있다. 하지만 소설조차 물에 잠긴 도시와 피해 이주민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결해주지 못했으니 아마 이런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농담도 당분간 계속 하고 다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날씨의 아이에서 벌써 이렇게 실망하면 안되는데. 영화 개봉 직후에 사놓은 『스즈메의 문단속』도 아직 남았는데. 참고로 스즈메의 문단속도 뭘 말하려는지 알았고, 표현력에 대해서도 감탄했지만 그 서사에 대해서는 의문점을 품고 있었기에... 아마 『스즈메의 문단속』을 읽기 전에도, 읽은 후에도 소설이 이런 상태라면 괴로움이 이어지지 않을까. 괴롭다 괴로워.


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민음사


 11월 독서모임 선정 도서. 독서 모임 후기를 먼저 써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쓰고 싶은 말을 많이 써놔서 여기에는 적당히 이야기를 적어도 되니까. 전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너무 많은 소설이고 해석의 방향성도 무궁무진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대비를 위해 극단적인 묘사를 사용했고, 그런 인물 배치에 대해 반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지만 그렇기에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거리낌없이 표현할 수 있었고.


 이런 고전 명작을 읽을 때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부족함을 느낀다. 당장 독서모임에서 2년간의 휴가가 『15소년 표류기』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다른 회원님이 짚어주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고, 철학적인 부분들도 모두 이해하지 못한 채 어렴풋하게 넘어갔을 뿐이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넘어가기 위해 니체의 사상을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 봐야하는 것이 너무 많기에 당분간은 어렴풋하게, 이해하면서 넘어가고 싶다. 단지 부족함을 느꼈으니 더 열심히 노력해보자는 이야기다.


 중학교때 읽은 삼국지와 지금 읽은 삼국지가 사뭇 다른 것처럼, 아마 이 소설도 20대의 나와 30대의 내가 읽었을 때 그 다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생각해보니까 30대는 내일 모레긴 한데. 어쨌든 다음에 마주할 때까지 정진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원래 북리뷰는 짤막하게! 3문단만! 이런 작은 규칙이 있었는데 소설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자꾸만 길어지게 된다... 흑뢰성도 그렇고 날씨의 아이도 그렇고 하고 싶었던 말이 얼마나 많았던건지, 쓰기 시작한 시간은 저녁 먹기 전이었던 거 같은데 끝맺고 보니 벌써 밤이다.


 다음 달에 읽을 책은 『연결하는 건축』과 『스즈메의 문단속』, 그리고 『금각사』까지 세 권을 일단 기본으로 놓으려고 한다. 사실 그 외에도 집에 쌓인 책은 많긴 한데 대다수가 소설인지라... 전부 읽기 시작하면 분명 다음 달에도 서평을 쓰지 않을테니 다른 좋은 책을 또 찾아보도록 하겠다.


 오늘 리뷰/프리뷰가 빨리 끝나면 군대 이야기도 글로 써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늦게 끝나서 다른 이야기는 내일 써보려고 한다. 내일까지 부디 쓰려고 했던 이야기를 까먹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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