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들의 폭탄선언
5살 아들이 폭탄선언을 했다. 누군가 육아팁으로 자신의 아이에게 훈계를 하거나
규칙을 지키라고 할 때 산타할아버지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했다. 오호 좋은 방법인데?
나도 아이가 잠자기 싫어할 때 치카하기 싫어할 때 의자에서 위험하게 장난칠 때
“이러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셔” 라고 했다.
몇 번 듣던 아이가 굳은 표정으로 산타할아버지를 말하는 내 입을 막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거리 곳곳에 산타할아버지 그림이나 인형이 있으면 정색을 하고 째려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주로 자기 싫다고 징징대기. 양치질하기. 우당탕탕 뛰어다니기)을
산타할아버지가 막고 있다고 생각하나보다.
그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게 아닐까?
‘우는 아이에겐 선물 안 준다’는 지극히 계산적인 그 태도가 평화의 상징인 것도
못 마땅하고 선물이라는 막연한 ‘물건’으로 자신의 자유의지를 저당 잡히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것이다.
대가 없는 사랑은 우리 사회에 없는 것인가... 라는 철학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들이 몇 해 동안 어린이집 생활을 해보니, 크리스마스 전에 빨간 색 옷을 입고
흰 수염을 단 아저씨가 와서 작은 선물을 주는 걸 봐서는
꼭 크리스마스 이브에 몰래 와서 선물을 주고 가는 것 같지도 않고...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서프라이즈 선물 있는 건 신기하고 반가워도
‘선물’에 무릎 꿇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산타할아버지한테 받고 싶은 선물 있어?” 라고 물으면 아이는 “자동차”라고 한다.
집에 자동차가 많은데도 또 자동차? 라고 물으면
어차피 산타할아버지가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뭘 그리 정성들여 물어보는 가라는
불신의 눈빛으로 날 쳐보다는 것 같은 건... 그냥 내 기분일까?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나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기지를 발휘해 산타할아버지한테 전화하는 척을 한다
“네. 온유가 엄마 말을 잘 들으면 큰 자동차를 주신다고요? 그렇게 말할게요. 감사합니다”
라고 끊으면 그제야. “언제 온데?”라고 관심을 보인다. ^^;;
아주 싫은 건 아닌가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