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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엄빠 May 06. 2023

노키즈존이라면서
정작 안내문은 'NO'

가족섬이라던 제부도, 가족에겐 안 팔아  

어린이날을 앞두고 제부도에 가족과 함께 방문했다. 

산책 중 예쁜 카페가 있어서 9살 아들과 들어가서 

커피와 초코라테를 시켰다. 

굳은 표정의 남자 직원이 

가져가실 건가요? 

아뇨 먹고 갈거예요. 

아이랑은 이용 못 하세요

...


옆에 아이가 있고, 내가 안내문을 못 봤나 싶어서 그냥 나왔다. 

하지만 문전박대 당한 것이 불쾌해서 

그 카페를 다시 가서 '노키즈존'이라는 안내문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봤더니... 없다. 

왜? 

그 점원의 말에 힌트가 있다. 

아이가 있어도 가져가는 손님들에게는 팔고 싶으니까 

그 상술이 괘씸하다. 

고급스럽고 깔끔하며 우아하기까지 한 

매장 내부가 아이들을 몰아내서  

유지되는 거라고 생각하니 

역겨웠다. 


처음 당하는 차별이라 불쾌한 기분이 오래갔다. 

결국 그 카페에 전화해서 안내문을 설치하라고 했더니 

사장은 매장에 들어오면 보인다고 답했다. 

나는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었던 건가? 눈을 감고 들어갔나?

분명 메뉴판도 보고 아이스아메리카도 6천원인 걸 봤는데? 

네이버 설명란에도 노키즈존이라고 써 있다고 했다. 

내가 여행지 가서 카페 하나 들어갈때도 

네이버에서 안내문을 하나하나 다 살펴보고 

전화로 "혹시 저희 아이가 들어가도 폐가 안될지요?" 했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했네... 내가 아주 큰~~~~잘못을 했네. 

근데! 

그렇게 자랑스러운 영업방침이면 

모든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게 좀 대문짝만하게 써 놓아야 한다. 

그 카페주인은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라고 말했다. 


차별을 하는 사람은 

차별을 당하는 사람의 기분과 입장을 모른다. 

그래서 차별하는 이유에 대해서 공들여 설명해야 하고 

차별받는 사람이 상처받지 않게 안내를 많이 해야 한다. 

뭐 그 카페의 영업방침이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다. 

본인들도 아이가 있는 가족들에겐 안 팔기로 '선택'했으니 

아이가 있는 가족들도 그렇게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게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제부도는 가족섬'이라고 외치는 화성시 관광과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댁들의 노키즈존 영업방침 알겠으니 

안내를 좀 하시라. 카페 외부에 '노키즈존' 안내판 설치하셔라 

다른 사람들이 괜히 들어갔다가 나처럼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돈 쓰러 간 여행인데 '됐어 너한테 안팔아' 하는 모멸감을 당하지 않게 

주인은 

알겠다고 외부에 안내판을 두겠다고 하고 끊었다. 


예전에 '노키즈존'이 논란이 됐을 때 

'에이 안가면 되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뢰처럼 숨어 있어서 

밟게 되면 똥 밟은 것처럼 기분이 더러울 수 있다는 걸 몰랐다. 

그리곤 똥 싸 놓은 사람한테는 영업방침이니까 그럴 수 있어~ 

라고 관대하면서 

똥 밟은 사람에겐 '에이 그러게 조심 좀 하지'라고 하는 사회... 

정말 선조들의 지혜는 대단하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다음엔 어디갈 때 노키즈존 지도를 꼭 찾아봐야겠다. 

이런건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작해서 배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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