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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빵집 Jun 24. 2020

밥을 혼자 먹어요

스타트업 대표의 한숨

가끔 만나서 이야기나누던 열정똘똘 능력똘똘한 한 스타트업 대표님을 얼마전 다시 만났다. 늘 눈에서는 총기가 가득하고, 사업에 대한 욕심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그녀.  (그 분을 보면 마켓컬리 초기때 김슬아 대표가 떠오른다 ) 아직까지 초기이기는 하지만 차근차근 실적도 일으키고, 외부투자도 받아서 이제는 직원이 15~16명에 다다른다.  


늘 기운이 넘치는 것만 같았던 그분이 문득 묻는다. 

"직원들이 날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거 같아서 힘들어요..."


다같이 잘 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 싫어할까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어쩔때는 점심도 혼자 먹어야 할 때가 있다고.  밥 혼자 먹을때가 제일 속상하고 서럽다고.  늘 CTO는 좋은 역할을 하고 자기는 나쁜 역할을 하게 된다고. 

"저도 좋은 역할 하고 싶은데요..."


내부의 진짜 상황은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이건 안다.

"원래 CEO는 외로운 자리에요. 점심밥 혼자 먹는거에 익숙해지세요. 대표님만 그런거 아니니 걱정말아요"


이 대표님이 가장 크게 위로받은 포인트는 '나만 그런게 아니다'였다.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건 스타트업 CEO뿐 아니라, 기업에서 승진을 하면 할수록 느끼게 되는 외로움이다. 왜냐하면, management가 된다는 것은 더이상 버스 승객이 아니라 버스 운전사가 되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차를 타고 있지만, 버스승객이 뒤에서 재밌게 논다고 해서 버스운전사도 똑같이 돌아보며 수다떨면 안되지 않나?


직원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 까지만이 내가 할수 있는 일이지, 나를 억지로 좋아하게 만들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로 애타지 말자. 진심은 언젠가는 통한다는 기대도 갖지 말자. 실제로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 까지. 딱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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