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롭지 않은 경제
지난달, 테슬라에서 불시에 해고통보를 받은 한 직원이 겪은 해고의 경험을 절절하게 공유한 글을 읽자 마자, 다른 채널을 통해 국내 게임회사 베스파가 전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발표했다는 글을 접했었다. 베스파는 작년 게임포함 IT업체들의 일괄 연봉인상붐에 동참하여 전직원에게 일괄적으로 1,200만원의 연봉을 인상해준 업체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후인 지난 3월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으로 감사의견거절을 받은 바 있는데, 또 불과 얼마뒤인 지금은 전직원 일괄 권고사직을 발표한 것이다.
Elon Musk야 워낙 예측 불가한 인물이라는 정평이 나있고, 본인의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똘끼에다가 회사를 창업하고 크게 성장시키기에 충분한 돈욕심과 이기심을 가진 사람이려니 생각하고 있었고, 먼 나라 이야기같아서 측은지심의 마음만 들뿐 이었다. 그런데 베스파 기사를 보고 보니 뭔가 띵한 것이 큰게 터지기 일보 직전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뭐지? 감정 이상의 이 느낌. 그래, 바로 그거였다. 1997년 IMF 사태.
1997년 IMF때의 나는 신입이었고, 내가 몸담았던 회사는 IMF의 파도를 대략 3쿠션, 4쿠션을 거친 뒤 받는 상황이라 직접적 여파는 없었다. 어리고 패기만 가득했던 나는 그저 20% 넘는 은행 이자수익을 소소하게 향유하며, 뒤돌아 보면, 온갖 매체에서 나오는 절절한 해고스토리를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감사할줄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는 철부지 새내기 직장인이었던 게다.
세월이 무척 많이 흐른 지금. 이젠 은퇴시기를 고려해야 하는 지금의 나. 베스파라는 회사를 잘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이제는 더 이상 그 바닥에 있지도 않으면서도 기사를 잃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어린 시절의 나보다 걱정에 예민해진지, 감이 생긴건지, 측은지심이 많아진건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이 분위기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직장생활하면서 몇번의 경제/금융위기를 봐왔지만, 이번이 진짜인거 같은 이 느낌이 맞지않길 바란다.
오늘도 또 피투자회사 중 또 하나가 청산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디 모두들 잘 버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