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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Jun 19. 2023

소수자 감정, 정말 이게 전부인가요?

〈엘리멘탈〉 리뷰


6★/10★


  물, 불, 흙, 공기 4개 원소가 ‘함께’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 이곳에 불끼리 모여 살다가 재난이 발생해 삶의 터전을 잃은 앰버네 가족이 이주해온다. 가족은 불을 주 손님으로 하는 가게를 꾸려 생계를 이어왔고 앰버네 가족은 여기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앰버는 엘리멘트 시티 공무원으로 일하는 웨이드(물)을 만난다. 둘은 처음에는 '불법’ 증축된 앰버의 가게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지만 이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결국에는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물은 불을 꺼뜨리고, 불은 물을 증발시킨다. 둘은 이 난관을 넘을 수 있을까?



  영화에서 각 원소가 상징하는 바는 명확하다. 물은 백인이고 흙과 공기는 물(백인)과 적당히 어울릴 수 있는 존재의 은유이며, 불은 물과는 만나서는 안 되는 유색인의 은유다. 영화는 서로 만났을 때 큰일이라도 날 줄 알았던 물과 불의 접촉에서 파생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강조하며 인종 간 화합을 요청한다. 이민자 가족의 설움과 분노를 중간중간 녹여내기도 한다.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적당한 완성도를 가진 영화다. 하지만 ‘인종 간 접촉(그리고 사랑)을 통한 변화’라는 메시지는 2023년에 말하기에는 다소 고루하다. 인종에 따라 서로 다른 위계화된 공간에 살아가고, 그 경계를 넘는 일이 금기였던 시대에나 적합한 메시지다.


  영화에서 앰버는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 영화는 ‘다혈질’인 앰버가 감성적이고 다정한 웨이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성격이 바뀌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그러나 유색인/소수자인 앰버의 화가 고작 편견 없는 백인 기득권과의 사랑으로 해소될 리가 없다. 앰버의 화에는 인종 정의의 복잡한 맥락이 담겨 있을 테니까. 그러나 영화는 여기에 주목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는 못한다. 2023년에 인종 간 공존과 사랑을 이야기하려면 메시지와 질문이 조금 더 치밀하게 고민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비밀이 숨겨 있을 듯 암시되다가 어느새 ‘해소’되고야 마는 소수자 감정(분노)을 더 밀도 높게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민자 2세가 부모에게 느끼는 애정‧존경과 부담감의 공존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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