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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Feb 23. 2021

개와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2017)《어린이라는 세계》(2020)

  강형욱의 책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를 읽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길가에 닭뼈가 너무 많아 과태료 부과가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닭뼈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산책하는 개가 닭뼈를 삼키는 일을 우려하는 애견인이 그토록 많음을 알지 못했다. 과태료까지 부과하라는 분노 어린 요구에는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가 담겨 있었다.


  조금은 뜬금없지만, 강형욱의 책을 읽으며 다른 관점을 갖는다는 게 세상을 바라보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깨달았다. 강형욱에겐 개의 관점이 있었지만, 내겐 개의 관점이 없었다. 이 차이는 길가에 널브러진 닭뼈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확장되었다. 내가 인간으로서 길을 걸을 때, 강형욱은 인간인 동시에 개로서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10년을 일하고, 지금은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김소영의 책 《어린이의 세계》는 강형욱의 책과 비슷한 데가 있다. 강형욱이 개의 관점을 더해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줬다면, 김소영은 어린이의 관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지나왔던 어린이라는 존재는 어른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본다. 대부분의 어른은 어린이의 관점을 미숙한 것으로 여기지만 김소영은 다르다. 그는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위계적 관계가 뒤집히는 경험을 수시로 했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부끄러움은 어린이를 나름의 정합성을 가진 온전한 세계관을 지닌 존재로 존중하는 태도로 확장된다. 책에 실린 따뜻하면서도 웃긴 에피소드는 우리 모두가 어린이었음을 상기시킴으로써 '어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케 한다.


  어린이를 마냥 밝고 다정하며 사려 깊은 존재로만 묘사하는 것이 어린이에 대한 또 다른 대상화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종종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잊고 있었던 어린이의 관점을 조금이나마 되새겨보는 것만으로 많은 게 바뀔 수 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꽤 좋은 책이다. 강형욱 덕분에 길거리의 닭뼈를 볼 수 있었듯이, 이 책을 통해서도 지금껏 보지 못한 세게를 볼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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