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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게 《먹(墨)의 길》로 떠나는 화가 문봉선, 오늘

by 데일리아트

8. 14 - 10. 17. 공화랑

창덕궁 앞, 공화랑(孔畵廊)에 시원한 파도바람이 불어온다. 오는 8월 14일부터 10월 17일까지, 총 65일 동안의 《먹(墨)의 길》로 여정을 떠나는 이번 전시는 지난 3월 진행된 《수묵강산(水墨江山)》이어 한국 전통 수묵화의 거장 무여 문봉선(無如 文鳳宣)화백의 공화랑 재개관 두번째 초대전이다.

전시에서는 강렬한 먹(墨)의 힘이 현대 미감과 어우러져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만들어낸 작품 30여 점과 작가의 내면 세계, 자연이 융합된 영상 작품 4점도 선보인다.

《먹(墨)의 길》은 2011년 《문매소식(問梅消息)》, 2012년 《청향자원(淸香自遠)》을 시작으로, 2025년 《수묵강산(水墨江山)》에 이어 개최되는 전시다.

먹이 전하는 수백 가지 색과 붓의 힘, 그리고 화선지에 퍼져 나가는 표현의 아름다움을 통해 한국 수묵화의 가치를 조명한다. 수묵화가 전통을 넘어 현대 미술의 장르로 주목받을 가능성을 각인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요 전시 작품은 <파도>, <은사시나무 숲>, <강(새벽)>, <강변(여름)>, <대지(낮과 밤)>이다.

" 표현의 재료가 더없이 다양해진 현대에도 문봉선은 먹과 붓, 수묵화(水墨畵)를 여전히 고수한다. 먹(墨)은 단순히 검은색 재료가 아니라 정신이자 역사라는 믿은 때문이다. 먹은 물과 만나 수묵이 되어 운필(運筆)을 통해 종이 위에서 생명을 뿜어낸다. 수묵화는 깊은 현의 세계에 쉬이 도달하기 어려운 추상성을 지녔지만, 불식간에 문득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서게 한다. 먹은 삼천 년 역사를 관통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만큼 그 생명은 영원무궁할 터이다. 그것은 동양 회화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림의 묘미란 '사불사지간(四不似之間,닮고 닮지 않은 경계)'에 있다는 말이 있다. 사생과 관찰을 넘어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정신이 아무리 높다 하여도 수묵화는 사상누각이며, 그 바탕에서라야만 비로소 속기를 벗어날 수 있다. 이 서화첩에는 옛 시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서예의 조형성과 운필의 묘를 뚫고 대상을 화폭에 넣고자 한 문봉선의 최근 노력이 담겨 있다. 옛 형식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문인화의 정신성과 조형성의 바탕 위에서 깨달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해진 현대미술 속에서 수묵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확신하기에, 그는 오늘도 벼루를 씻어 먹을 간다." 『문매헌』 서화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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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새벽), 2025, 지본수묵, 206×140㎝ /출처:공화랑

1부 전시에는 폭 5m의 대형 작품을 시작으로 자연의 웅장함을 담은 수묵화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층 전시장은 아트랩(Art Lab) 공간으로 <자연에서 수묵을 배우다>, <옛 것에서 수묵을 배우다>, <작가의 작업실과 일상>, <무여 문봉선의 수묵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총 4개의 영상이 상영된다. 대자연의 기운과 현장감을 시각적으로 응축하여 그의 특유의 수묵화가 지닌 감성의 시간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한다. 거대한 스케일의 화폭이 주는 특별한 감동은 흔히 경험하지 못할 힐링의 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2층 전시장에서는 《먹의 길》이라는 주제를 표현한 그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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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시나무 숲, 2025, 지본수묵, 145×368㎝ /출처: 공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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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여름), 2023, 지본수묵, 108×165.5㎝ /출처: 공화랑

또한 이번 전시는 특별 연계 프로그램으로 글 공모전 《글로 쓰는 수묵화, 먹의 언어로 나누다》가 함께 진행된다.

이번 공모전은 주제와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수묵화 전반에 관한 자유로운 글쓰기를 장려한다. 공모 부문은 전문 부문과 일반 부문이 나뉜다. 특히 일반 부문에서는 모든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있다. 총 8편의 우수작이 선정될 예정이다. 공모전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과 참여 방법은 공화랑 공식 채널(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소개

무여 문봉선 화백은 1961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나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중국 남경 예술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자전거>와 <동리> 등의 작품을 연작으로 그리면서 20대에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중앙미술대전 대상· 동아미술제의 동아미술상을 타는 3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예술계의 별로 떠올랐다.

공화랑

공화랑은 1970년 설립된 한국 1세대 상업 화랑으로, 고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며 미술 컬렉션 자문 역할을 수행해왔다. 신뢰 있는 작품 검증과 주요 전시 기획을 통해 한국 미술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현대미술과 고미술의 조화를 제안하며, 과거와 현대를 잇는 구심점 역할을 통해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수준 높은 기획전을 개최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화의 수묵의 멋과 깊이를 알리는 데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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