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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청년의 고민을 예술로 승화시킨 청년 작가 - 이찬주

[청년 작가 열전 ②]

청년의 고민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
이찬주작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행복한 결혼생활 속에서 활발한 작품활동하기를 기대한다

1930년대 작가 채만식은 식민지 시대 지식인들의 고민을 소설 속에서 녹여냈다. 그의 단편소설 중 '레디메이드 인생'은 개화기 이후 과열된 교육열로 지식인이 양산된 현실을 얘기한다. 그래서 현실 사회에서 책임 있는 존재로 편입되지 못하는 사회상을 소설로 풀었다. '레디메이드'는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과 같은 인생을 지칭한다. 산업혁명 이후 '레디메이드'가 쏟아졌다. 공장에서 기성화된 물품들이 쏟아졌다. 물건 뿐 아니라 획일화된 인생들이 사회에서는 마구잡이로 양산된 것이다. 집안의 배경으로 어떻게 공부를 하였고, 학교를 졸업해서 어엿한 사회인의 자격을 갖추었지만 채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 어디 채만식이 살았던 1930년대 뿐이겠나?.


채만식의 단편소설 '레디메이드 인생' 이야기는 우리시대의 자화상과 같은 이야기이다. 소설이 쓰여진 뒤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젊은 청년들의 실업의 고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청년뿐 아니라 사회에서 가깟으로 발붙여 살다가 다시 바깥으로 내몰린 '준비된 사람'들이 넘쳐 나는 시대이다.

사회에서 할 일이 없을 때 보통 남자들이 하는 얘기들이 있다. 젊었을 때는 '군대나 갈까?' 좀 나이들어 할 일이 없을 때 '노가다(막노동)나 할까?'라고 한다. '노가다'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몸을 써서 일하는 것을 유교주의 사회에서는 무척이나 천시되었기에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도 노동(막일)은 천시되었다. 그러나 노가다야 말로 유사이래 인간이 시작한 가장 근원적 직업이었다.


이러한 노동현장에서의 이미지를 차용해서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를 만난다. 이찬주 작가이다. 그가 만드는 작업은 '마르셀 뒤상'의 '레디메이드'와 같이 우리의 기존 방식을 뛰어 넘는 작품이다. 이 시대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찬주 작가이다.


<질문>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답>


안녕하세요. 정의지 작가님의 추천으로 인터뷰를 하게 된 이찬주입니다. 조각과 설치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추천해주신 정의지 작가님과 인터뷰를 실어주시는 데일리아트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우리의 삶은 공사중’이라는 주제로 공사현장을 비롯한 산업현장의 구조물을 통해 동시대의 사회상과 다양한 모습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집시리즈 1호

<질문> 

이찬주 작가의 작품은 노동현장을 배경으로 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대학시절 생계와 학업을 병행하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대부분 무엇인가를 만드는 미술과 관련된 일을 했는데요, 주로 조형물 제작이나 방송,영화의 소품과세트 제작, 작가 선생님들의 어시스턴트를 했습니다. 하지만 늘 일이 있지는 않아 선배들과 함께 원목을 가공해 놀이터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인테리어 시공 드의 건설현장에서도 일하게 되었습니다. 조각을 전공했기 때문에 공구를 사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분야가 배울 점도 많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최저시급 보다 임금이 높기도 했고요. 다양한 물성의 재료들이 사람의 손을 거쳐 사람이 드나들고 사용하는 구조물이 된다는 것에 매력이 있었습니다.

미술을 공부하면서 일용직 노동을 하다보니 노동 현장에서의 노동과 예술가의 노동이 가치판단이 다른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동일한 재료를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예술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사람들이 다르게 바라봐줄까? 어떤 메시지가 담기면 예술이 될까?’ 를 고민하며 작품을 제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당시 저의 불안한 상황이 작품에 담겼고, 저를 비롯한 주변 친구들이 겪는 사회문제들이 결부되며 초기 작업 세계가 형성되었습니다.


Style Gan 공사중_종이,철사,포맥스_22x22x200cm_2022

<질문>


작품의 재료가 특이합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변>


작업을 시작할 때는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각목과, 합판, 철 조각 등의 폐자재들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현재는 작품의 내구성과 보존성을 위해 폐자재의 비율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사용되는 재료는 동일합니다. 그런데 제가 사용하는 재료가 크게 특이하지는 않습니다. 각목과 합판, 철사 등은 조각 분야에서 아주 일반적인 재료입니다. 하지만 저는 작업의 내용이 ‘공사중인 구조물과 동시대상’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재료가 상징성을 갖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열기구 시리즈의 재료로 일상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도 종종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5 다리-각목, 노끈, 망사천_55x180x237cm 가변설치_2015

<질문>


건축물 빌딩 외에 '열기구', '가로등' 등의 시리즈가 있는데, 작품을 통해 다루는 주제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답변>


빌딩, 다리 시리즈는 특정 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동시대의 불안을 비롯한 회의, 갈등, 대립에 대한 현실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반면에 열기구, 달 시리즈로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구조물의 이미지를 통해서 이상과 목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수 작품을 단일 전시에 출품하거나 개인전 형태로 발표할 때는 각각의 시리즈들이 모여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듭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부터는 가로등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사라지거나 변화하는 지역, 도시문제 등을 겪은 곳에서 수집한 콘크리트 조각, 자연석에 미니어처 가로등을 심고 위도와 경도를 기록해 그곳을 기억하고 조명하고자 하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전 드로잉

<질문>


작가는 AI를 통한 미술작업도 여러 가지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에 흥미를 갖게 된 배경이나, 실지로 AI로 작업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질문>


몇 년 전 여러 작가님들과 협업한 프로젝트에서 인연이 된 어느 작가님께서 인공지능 연구를 하고 계셨는데, 한번 배워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주셨습니다. 이후 몇 번의 AI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아직까지 진행중입니다. 저는 전문 개발자만큼 코딩을 짜는 수준은 아니고 인공지능의 작동방식과 종류 등에 대해 이해하고, 계속해서 더 배워야 하는 수준입니다. 단순히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차용하는 방식을 넘어서는 작업이 나와야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못해 어려움이 있습니다.

AI로 제작한 작업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저작권과 상표권 등 법률적인 문제와 미술계의 제도와 여론 등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이 발명되었을 때와 3D 프린팅이 출현했을 때도 혼란 속에서 점차 미술의 한 기법과 분야로 받아들여진 것을 보면 AI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사고를 거쳐 만들어지는 활동만이 예술이라 규정된다면, 인간의 개입 여부와 정도에 기준을 세울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AI를 활용한 창작자의 양심에도 맡겨야 할 부분이 있을 거 같고요. 빠르게 발전하는 AI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 속에서 창작자와 대중의 유연한 대응과 담론 형성을 통해 작품으로의 인정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달아 노피곰 도드샤_50x35x7_합성수지, 철사, LED_2023

<질문>


노동현장을 작품화한 '공사중'과 AI를 활용한 작업은 극과 극인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작업을 통해 얻게 되는 유익은 무엇인가요?


<답변>


우선은 제가 다룰 수 있는 매체에 변화와 확장을 기대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보다도 제 작업의 시작점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노동이 수반됩니다. 제 작업은 노동의 과정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 과정에 충격과 균열을 준다면, 작업의 본질에 새로운 변화와 확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합법적이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이런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AI에게 창작의 노동을 맡기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의 노동은 3D 프린팅으로 일부 대체 가능하다면, 구상에서의 노동은 AI에게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지요. 사실 2년 전에 GPT와 미드저니 등의 상용화된 생성형 AI 플랫폼이 아닌 개별적인 코딩 방식으로 디지털 드로잉을 3000개 정도 만들었는데 아직 좋은 활용 방식을 찾지 못해 여전히 구상 중입니다. 이 코딩을 활용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조형래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집은 없다-시멘트,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5

<질문>


청년작가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작업을 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지요? 특별히 예술 활동 이외에 하는 일은 어떤 것들이가요? 취미나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는지요?

<답변>


대부분 동영상 플랫폼들을 시청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뉴스, 다큐멘터리, 역사 카테고리를 위주로 구독하고 보는데 이를 통해서 작업의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사회 문제, 시사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맛집 소개 방송도 즐겨 봅니다. 마음에 드는 맛집들은 지도 어플에 따로 저장을 해서 모으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 맛집들을 모두 가볼 수 있기를 바라며 소소한 컬렉팅을 하며 자기만족을 느낍니다. 요즘은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결혼 준비에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집시리즈 1호 부분

<질문>


앞으로 추구하는 작품은 어떤 것들지? 그리고 작가로서의 포부와 계획이 있다면?


<답변>


시대를 기록하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 저의 작품과 활동이 현시대를 기록하는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갖기를 바라며 작업하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인생의 동반자가 될 짝꿍과 함께 건강하고 재미있게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하는 것이겠지요.

우리집 시리즈 15호_캔버스 천, 철사, 플라스틱 폐기물, 노끈, LED_90x40x77cm_2021

<질문>


청년작가 릴레이는 인터뷰어가 차기 다른 작가를 추천하면서 계속 이어가는 형식이다. 어떤 작가를 추천하겠는가?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 한마디 부탁드린다.


<답변>


철과 물(Water)을 다루는 최정호 작가를 추천합니다. 물의 파동, 흐름을 조각의 일부로 활용해 작품 속에 고정돼 있지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모든 형태가 動하며 同하지 않은 조각을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불멍이 아닌 물멍을 하게 만드는 작품은 보고있으면 우리 내면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젊은 작가지만 작품에서는 묵직한 사유의 흔적이 드러나 매력적입니다.

우리집 시리즈 17호_40x40x70cm_캔버스천, 철사, 포맥스, 종이, PLA, 와이어, LED_2022

좋은 작품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찬주 작가의 작품은 청년과 시대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5월에는 결혼을 앞두고 계신데 이 아름다운 실록의 계절에 작품도 열심히 하시고 아내도 더욱 사랑해주세요. 다시 한 번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이 찬 주 (b. 1987)


E CHAN 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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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lchan@naver.com


www.instagram.com/2chanzoo


2014 가천대학교조소과 졸업


2020 가천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 대학원 졸업


개인전


2024 (7월 예정) 당림미술관, 충남 아산


2022 전태일기념관2022기획전 <물어보는 노동 2 – 이찬주>


<D-Plastic Art>, 오픈스페이스블록스, 경기 성남


2021 소마 미술관 S프로젝트 <ConnectedTunnel>, 소마 미술관, 서울 송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평강 갤러리, 강원 평창


2020 <당신의 노동은 무엇을 짓고 있나요>, 카이스트 경영대학 SUPEX, 서울 동대문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미술관, 인천 동구


2019 <에코벨리커튼 릴레이 展>, 성남아트센터 윈도우갤러리, 경기 성남


2018 <노동요>, 성남아트센터 큐브 미술관 반달갤러리, 경기 성남


<공사중- 달과 각자의 시간>, 오! 재미동, 서울 중구


2017 <공사중– 남겨진 것들의 시간 >, 조원동 강남아파트, 서울 관악구


<공사중> 대안공간 눈, 수원 팔달


<밤에 뜨는 열기구>, 열정에 기름 붓기 무인서점, 서울 마포


2016 <공사중>, 인디아트홀공공에도사가있다, 서울 영등포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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