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베링턴, 2023.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Photo: Adama Jalloh
예술을 통해 존재하는 법을 배운다. 그림은 눈앞에 있는 것에 관한 것이자,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알바로 베링턴,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 발췌, 2024년 12월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오는 4월 20일까지 알바로 베링턴(Alvaro Barrington)의 국내 첫 개인전 《소울 투 서울(Soul to Seoul)》을 개최한다. 베링턴은 회화를 중심으로 음악, 공동체, 역사적 맥락을 결합해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그가 지속적으로 실험해 온 회화적 방식과 카리브 문화의 영향을 조망한다.
알바로 베링턴은 매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노팅힐 카니발(Notting Hill Carnival)과 협업하며 예술이 대중 문화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해왔다. 특히 그는 행진하는 맹그로브 스틸 밴드(Mangrove Steelband)의 트럭을 위한 작품을 제작하며, 예술과 카니발이 어떻게 긴밀히 연결될 수 있는지 고민한다. 2024년 축제 테마인 ‘오디세이 – 황홀한 항해(Odyssey – Enchanted Voyage)’에서 영감을 받은 베링턴은 카리브해의 풍경을 담은 회화 연작을 선보이며, 유년 시절 기억과 공동체적 경험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낸다.
알바로 베링턴NHC 2024/Mangrove Sunset (L10)2024삼베에 아크릴릭과 플래쉬 물감 그리고 삼나무 액자43 x 93 cm (16.93 x 36.61 in)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Alvaro BarringtonPhoto: Stephan James
베링턴은 회화를 전통적인 캔버스가 아닌, 삼베(burlap)와 같은 천을 이용해 제작한다. 삼베는 카리브 지역의 전통적인 직물 공예와 연결되며, 베링턴의 작업에서는 여러 개의 천이 콜라주 방식으로 덧대어지거나 기워지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 과정에서 그의 회화는 단순한 평면을 넘어 조각보(patchwork) 같은 형태를 띠게 된다.
그의 작품은 한쪽 면에서는 석양과 유기적 풍경, 또 다른 면에서는 강렬한 색감과 역동적인 질감을 보여주며, 관객과 공연자 모두가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를 통해 베링턴은 그림이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공간과 공동체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오브제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알바로 베링턴NHC 2024/Mangrove Sunset (R16)2024삼베에 아크릴릭과 플래쉬 물감 그리고 삼나무 액자171 x 139 cm (67.32 x 54.72 in)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Alvaro BarringtonPhoto: Stephan James
베링턴의 작업은 단순한 풍경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음악, 특히 카리브해 전통 음악과 스틸 드럼 사운드에서 얻은 리듬감을 회화적으로 변환하며, 형태와 색을 통해 소리까지 연상시키는 화면을 구축한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콘크리트, 빗자루, 악기 같은 비전통적 재료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가 뉴욕 브루클린과 카리브해의 그레나다 섬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사회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
작가는 공동체와의 연결을 중요한 예술적 요소로 삼는다. 그는 노팅힐 카니발뿐만 아니라,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 이스트 런던의 농구 코트 등에 작품을 기부하며, 예술이 특정한 전시 공간을 벗어나 실생활과 문화 속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해 왔다.
알바로 베링턴NHC 2024/Mangrove Sunset (Y7)2024삼베에 아크릴릭과 플래쉬 물감 그리고 삼나무 액자117 x 117 cm (46.06 x 46.06 in)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Alvaro BarringtonPhoto: Stephan James
이번 전시는 단순히 베링턴의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예술이 어떻게 공동체와 역사, 음악, 직물 문화와 결합하는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의 회화는 하나의 정적인 대상이 아니라, 움직이고 변화하는 유기적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선보이는 《소울 투 서울》은 베링턴이 구축한 감각적이고도 강렬한 예술 세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전시는 4월 20일까지.
노팅힐의 열기, 서울에 닿다 - 알바로 베링턴의 감각적 회화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