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ing with GOD
성전 안 제일 높은 곳, 신의 좌석 아래,
천계의 신과 명부의 신 하데스가 체스보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나는 단 아래의 의자에 앉아 조용히 기다린다.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른다.
체스보드의 양쪽에 조용히 기물을 배치한다.
신은 백, 하데스는 흑, 각각 16개의 기물을 마주 보며 각 위치에 배치한다.
기물 배치가 끝났다.
6종류로 이루어진 16개의 기물이 배열되었다.
각 1열에는 중앙에 킹(King), 그 왼쪽에 퀸(Queen)을 두고 양옆으로 비숍(Bishop), 나이트(Knight),
룩(Rook)이 각 하나씩 일렬로 배열된다. 총 8개의 기물이다.
각 2열에는
폰(Pawn)이 전면에 8개가 배열된다
장기의 졸병이고, 군(軍)에서는 보병이다. 8개의 폰은 창을 든 작은 모양이다.
행마방법은 한 칸씩 움직이며, 대각선으로 한 칸만 움직인다. 행마 시 가장 많은 움직임을 한다.
희생양으로, 길을 열고 닫고 하는 쪽으로 많이 쓰인다.
비숍(Bishop)은 대각선으로만 움직인다. 장기의 상(象)과 비슷하다. 끝에서 끝으로 움직임이 자유롭다.
항상 대각선으로 움직이나 백은 백의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흑은 흑의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
나이트(Knight)는 말을 타고 있는 형상이다. 군에서는 기병과 같다. 장기에서 마(馬)와 같다.
행마법은 나이트가 놓인 위치에서 직선 한 칸, 대각선 한 칸이나 움직이는 방향이 비어있으면
그 칸을 뛰어넘어 움직인다. 유일한 행군말이다.
룩(Rook)은 모양처럼 전망대로 상상한다. 타워라고도 하지만 정식명칭은 아니다.
장기의 차(車)에 해당한다. 킹의 뒤에서 움직이지만 좌우, 대각선 어디든 비어있으면
다 다닌다. 그러나 다른 기물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킹(King)은 상하좌우, 대각선 방향으로 1칸씩만 움직일 수 있다.
1경기마다 각 선수는 단 한번 특별행마 캐슬링을 할 수 있다.
그때 뒤를 따르는 기물이 바로 룩이다. 룩의 특성이 기물이 없는 칸에 한하여 제한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킹의 호위무사다. 캐슬 링을 할 때는 2칸을 움직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퀸(Queen)은 가장 강한 기물이다. 6종류의 기물 중 가장 가치 있는 기물이다.
체스의 점수 중 가장 높은 9점짜리이다.
종, 횡, 대각선으로 모든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동할 수 있는 칸에 상대방의 기물이 놓여 있는 경우 상대방 기물을 넘어뜨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물이 있던 칸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아군의 기물이 있는 칸으로는 이동할 수 없으며 상대방의 기물도 뛰어넘을 수없다. 쓰러뜨린다.
나이트와의 차이점이다. 나이트처럼 뛰어넘고 이동할 수 없다.
룩을 움직이는 작전을 사용한다면 룩이 지나갈 수 있도록 미리 길을 틔워 주어야 한다.
이런 것이 체스의 작전이다.
행마법은 무궁무진하다. 두뇌싸움이니 체스를 두는 자라면 각종의 행마법을 익혀두는
것이 유리하다.
수가 막혀 상대방에게 체크메이트 당할 위험이 있을 때 마지막 수로 퀸을 움직인다.
강력한 수의 이동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퀸스겜빗 Queen's gambit)이다.
양쪽 배치가 끝났다.
Hades
GOD
신이 숨을 고르시고 잠깐 계시더니 나를 향하여 말한다. 목소리가 진지하다.
"이리 가까이 와서 보겠느냐?"
나 :
"아닙니다. 저는 체스를 두지 못합니다. 숨 막히는 것도 싫고 마음 졸이는 것도 안됩니다.
여기서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아니면 저는 돌아갈까요?"
신 :
"아니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거기서 편히 기다려라."
나 :
"네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원래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방 봐가며 똥 싼다.' 하였다. 이 상황에 내가 뭐라고 나서겠는가'
나는 숨 죽이며 조용히 기다린다.
드디어 두 분의 행마가 시작되었다.
먼저 백의 폰이 한 칸 앞으로 나아간다.
이어 흑색 폰이 한 칸 앞으로 나아간다.
몇 번의 폰 이동이 있었다.
뒤쪽의 기물이 움직임이 없다.
갑자기 신이 퀸 앞에 있는 폰을 옆으로 움직여 폰 2개를 일렬로 나란히 세워 퀸의 행로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상대방의 가까이 폰을 한 칸씩 움직인다.
하데스가 폰을 잡을 수 있도록 해둔다. 폰을 희생시킨다.
아마도 신은 게임을 빨리 끝내시려나 보다.
하데스는 신의 수를 읽기 위하여 보드 위의 기물들을 살핀다.
긴장한 듯 두 신은 눈썹을 치뜨고 손으로 수염을 연신 쓰다듬는다.
하데스는 손가락으로 수염을 돌돌 만다. 긴장하였다는 것을 역력히 알아차릴 수 있다.
일 순간 하데스의 손이 움직인다. 비숍을 움직이기 위하여 앞의 폰을 옆으로 이동시킨다 퀸 앞쪽으로,
이것은 폰을 내어 주고 비숍이 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서로 수를 숨기면서 나이트를 움직이고 폰을 움직인다.
일 순간 신의 퀸이 적진 깊숙이 흑진영 킹 앞에 치고 들어 온다. 퀸스겜빗이다.
그러나 흑의 기물이 백의 킹 앞에 다다랐다. 한수다 한 걸음만 앞으로 가면 체크메이드다.
나는 숨이 차다. 한 손으로 왼쪽 가슴아래쪽을 대어 보니 숨을 쉬지 않는 것 같다.
호흡이 멈춘 것 같다. 긴박함과 긴장감 때문이다.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깊이 내 쉬어 본다.
응급약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집 화장대 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그러기를 여러 차례 호흡이 돌아온 것 같다.
신이 나를 흘깃 보시는 것이 느껴진다.
잠시 후 신께서 킹을 눕혀버린다. 기권을 택하셨다.
내가 호흡곤란을 겪고 있는 순간 신은 나를 보신 것이다.
그리고 기권의 뜻으로 화이트 킹을 보드판에 눕혀버렸다.
게임오버(Game Over)다, 승부는 기권패로 하데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아, 나는 신의 행마를 방해했다.'
'신은 나를 염려하신 것이다.'
신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하데스가 놀라는 모양새다.
하데스 :
"아니, 형님 왜 기권하세요. 형님이 거의 이기셨는데요. "
신 :
"이겨도 좋고 져도 좋다. 어차피 너의 고충을 이해하였고 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뜻대로 하거라, 무리한 이동은 하지 말고 무엇이든 변화를 가질 때는 조용히 무리 없이 해야 한다.
연옥의 범위는 내가 확장시켜 놓으마, 천국의 문은 좀 더 생각을 해보자.
그리고 자네 말대로 안타까운 삶과 경계선상의 생계형 죄인들을 우선하여 이동하자.
인간여인의 말대로 차례차례 규정을 만들되 서두르지 말고 하자.
오랜만에 와서 체스도 두고 좋았다."
하데스 :
"그렇게 해 주십시오, 형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기권하셨어요?"
신 :
"그래 죽은 영혼도 사랑하는 인간이었으니 경중은 가려주어야지. 일벌백계한다고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저 인간여인 빨리 돌려보내야 한다.
말을 납죽납죽 받아줘도 몸이 약하다. 돌아가 쉬어야 다음에 또 오지 않겠느냐."
나는 생각한다. 신이 우리를, 인간을 사랑하시는 것이다. 쉽게 바꿀 수 없는 규율 때문에 그렇구나.
언젠가 시스템을 바꾸시겠지. 눈물이 나오려 한다. 신의 배려에,
새로운 시스템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피라미드가 아니다.
비록 한시적이지만, 중간계 연옥이 범위가 좀 더 넓어진 모습이다.
하데스 :
"그런 것이군요. 인간이 말은 잘해도 그런 병이 있군요.
인간, 그럼 하계로 초청하는 것은 미루자. 다음에 건강이 회복되면 명부로 한번 오너라."
신 :
" 네가 여기 와서 들으면 되지 뭘 또 그곳까지 오라고 하느냐. 힘들게,
다음에 오면 천국은 한번 구경시켜 주마."
하데스가 무엇이라고 말하려고 하니 신이 엄한 눈길로 나무라신다.
신 :
" 빨리 돌아가 쉬도록 해라, 건강부터 찾아야지, 또 오지."
'아 뭐라 하시는 거야 힘들어 죽겠는데, 또 오라신다."
신 :
"하하하 구시렁대지 말라했지, 아직 샌드위치인가 뭔가 하는 것 가지고 오지 않았잖아."
아, 정말 그놈의 샌드위치,
짜증스러워하다 깨어났다.
참으로 드라마틱한 꿈을 꾸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체스게임은 사실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표면상, 신이 패한 것으로 보이고 하데스가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신의 깊고 큰 배려만 있다.
When I thought about it quietly, the chess game,
in fact, had neither a winner nor a loser.
On the surface, it looked as if God had lost and as if Hades had won,
but there was only God's deep and great forbea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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