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20년 살며 몸으로 배운 응급실 사용법
이 글은 호주 브리즈번에 사는 이민자가 직접 겪은
생활 정보와 시행착오를 기록한
‘호주생활 꿀팁’ 시리즈입니다.
호주 여행이나 이주를 앞두고 어디로 갈지,
어떤 병원을 이용해야 할지 고민하시는 분들께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 의학 드라마 속 응급실은 늘 전쟁터 같다.
사람들은 뛰고, 외치고,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흘러간다.
호주에서 20년 가까이 살며 응급실을 여러 번 이용해 본 내 경험은 조금 다르다.
이곳의 응급실은, 적어도 내가 겪은 바로는, 참 느긋하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상황들이 의료진이 판단하기엔 ‘긴급’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점에 대해선 오히려 감사하다.
그리고 오늘도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모든 의료진의 노고에도.
몇 년 전, 아들이 2층 침대에 올라갔다가 천장에 달린 선풍기에 머리를 부딪혔다.
피가 멈추지 않아 급히 앰뷸런스를 불렀다.
전화 너머에서 가장 먼저 들려온 질문은
“의식이 있나요?”였다.
있다고 답하자, 앰뷸런스는 거의 한 시간 만에 도착했다.
사이렌도 없이, 아주 조용히.
서둘러 달라는 나의 다급함에 구급대원은 차에서 내리며 느긋하게 말했다.
“That's OK.”
그리고 정말로, 아주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아이를 살핀 뒤 앰뷸런스에 태워 병원으로 갔지만
그때도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머리를 몇 바늘 꿰매고 돌아왔다.
피는 많이 났지만, 의식이 있었기에
의료진의 판단에선 ‘급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비슷한 경험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편이 다리에 염증이 생겨 응급실에 갔을 때는
반나절을 기다린 끝에 입원했고,
일주일간 항생제 치료 후에도 호전되지 않아 결국 수술을 했다.
그리고 너무 늦어진 수술 탓인지
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라는 후유증으로 1년 넘게 고생을 했다.
(수술비와 입원비는 무료. 그래서 군말 없이 살고 있다.)
두 살 아이의 팔이 빠져 응급실에 갔을 때는
8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잠든 아이의 팔을 다시 끼워줬다.
이곳에서 응급실은
‘피가 나느냐’보다 ‘의식이 있느냐’가
훨씬 중요한 기준처럼 느껴진다.
호주 응급실 갈 때 꼭 알아두면 좋은 것들
1. 의식이 있다면 오래 기다릴 수 있다
출혈이 있어도 신경학적 문제가 없고 의식이 명확하면
기본 5~8시간 대기는 각오해야 한다.
2. 준비물은 필수
물, 간단한 먹을거리, 휴대폰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는 꼭 챙기자.
3. 겉옷은 필수품
응급실은 늘 에어컨이 강하게 돌아간다.
4. 무엇보다 인내심
기다림이 길수록
‘지금 내가 아주 위급한 상태는 아니구나’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도 필요하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립 응급실은 무료다.
(외국인은 제외)
환자는 많고 의료진은 부족하다 보니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일은 없다는 점에서
이 시스템은 여전히 감사한 제도다.
그래서 호주에서 응급실에 갈 땐
여벌 옷과 비상식량이 든 가방을 챙기는 것이
어쩌면 기본 준비물일지도 모른다.
PS.
퀸즐랜드 주민은 앰뷸런스 이용이 무료다.
(다른 주에서 이용해도 퀸즐랜드 주정부가 비용을 부담한다.)
하지만 다른 주는 수백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정말 필요할 때만 부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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