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해서 맛있다
나폴리에서 하루를 자고 로마로 향했다. 로마에서 처음으로 본 콜로세움(Colosseum)은 정말 크고 빛이 나서 아름다웠다. 나폴리에 있을 때는 이탈리아에 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로마에 와서 콜로세움을 보니까 정말 이탈리아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치형으로 된 황금이 박혀있는 것 같이 반짝이는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사진을 계속 찍었다.
다음 날에 콜로세움 내부에 들어가 보기로 하고 아침에 다시 콜로세움에 도착했다. 하지만 예약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우리는 콜로세움 표가 매진되어 들어가지 못했다. 갖가지 방법을 다 써봤지만 어느 곳에서도 표를 구할 수 없었다. 실망한 우리는 다음 장소로 떠나기로 했다. 역시 여행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고, 그게 또 여행의 매력인 것 같다. 또 여행할 때는 방문하는 여행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해서 예약할 것이 있으면 미리 해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거리로 나가 이탈리아 3대 젤라또 맛집이라는 지올리띠 가게에서 젤라또를 먹었다. 이탈리아는 젤라또의 본고장인데, 지올리띠에는 쌀로 만든 젤라또를 판다.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리가 없었고, 서서 먹어야 했다. 처음 먹어보는 젤라또는 아이스크림 같으면서도 뭔가 아이스크림이랑 달랐다. 쫀득한 식감이 있는 아이스크림! 쌀 맛, 레몬 맛을 포함해 수십여 개의 맛이 있어 고르는 재미가 있다.
젤라또를 먹고 나서 이탈리아 왔으니까 ‘티라미수는 먹어줘야지!’하며 유명한 티라미수 집에 방문했다. 우리가 갔던 티라미수 집은 1960년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폼피(POMPI)’이다.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자리는 없고 포장만 가능하며, 초코 티라미수도 있지만 딸기 티라미수도 있다! 특이한 점은 폼피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딸기 티라미수를 주문하면 이렇게 말하신다.
“딸기? 몇 개?“
새삼 한국 사람들이 여행을 정말 많이 다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유럽사람들 눈에 그냥 동양인으로 보일 텐데 한국말을 먼저 꺼내시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폼피에 자리가 없어서 티라미수를 사들고 근처 공원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폼피의 딸기 티라미수는 노란 베이스에 빨간 딸기로 드리즐을 한 모습이다. 그 위에 앙증맞은 딸기 7-8개가 옹기종기 올려져 있다. 단 맛이 강한 편이고 딸기가 특히 새콤달콤해서 딸기만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다만 너무 배부른 상태에서 먹다 보니 많이 먹지는 못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티라미수 사진을 찍으려고 90도로 들고 있는데, 갑자기 오빠가 옆에서 말했다.
“그러다 쏟아도 모른다”
내가 오빠에게 티라미수랑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자 정말 많이 찍어줬다. 결과를 확인해 봤는데 생각보다 오빠가 사진을 잘 찍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때 찍은 사진 중 하나는 아직도 나의 핸드폰 배경화면이라는 사실!
티라미수를 먹고 거리를 걷는데 갑자기 한 이탈리아 사람이 나를 불러 세웠다. 내가 놀란 마음에 뒤를 돌아보자 나에게 내 카드를 내밀었다. 내 카드를! 길을 걷다가 실수로 카드를 길에 떨어트렸는데, 그 외국인이 주워서 건네준 것이다. 정말 3대 소매치기 여행지라는 로마에서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 있다니 놀랍고 고마웠다. 그 카드가 아니었으면 로마 여행하는 내내 친구들의 카드를 빌려 생활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운이 좋았고, 아직 착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남을 돕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던 순간이었다.
밤이 되자 야경을 보기 위해 천사의 성으로 향했다. 천사의 성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하루동안 간 곳 중에 제일 좋았던 관광지였다. 우선 천사의 성에서 내려다보는 강과 다리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야경이 정말 예쁘다! 반짝이는 다리와 물에 그대로 비친 다리의 모습, 곳곳을 밝히는 가로등의 불빛과 차 불빛들. 그리고 꼭대기에 있던 천사까지! 여행은 정말 예측할 수 없다. 콜로세움을 기대했지만 들어가지 못했고, 단순히 한번 와본 천사의 성을 제일 좋아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천사의 성이 좋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천사의 성 앞쪽 다리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또 다르기 때문이다. 감성적인 음악이 나오는데 음악과 함께 다리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말 로맨틱하다는 단어가 어울리는 야경 명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