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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 Oct 09. 2024

끼리끼리란 무엇인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보면 내가 보인다.

하이 브런치.

나다.


최근 매우 가까이 지내는 팀원이 있다. 같은 팀에, 같은 파트이기도 하고 성격부터 개그코드까지 잘 맞는 편이라 갈수록 더 친해지는 것 같다. 주말에 따로 만나는 건 아니지만 혼자 도시락을 먹던 내가 이 분과 점심을 먹는 시간도 늘어나고, 보통 퇴근도 같이 하는 편이다. 수다를 떨고 있자면 사실 오래된 고등학교 친구들보다도 더 즐겁게 수다를 떨기도 한다.


반면 나에게 있어 친구들이라 하면 고등학교 친구들 8명과 대학교 동기 중 친한 친구 두어명이 사실 전부다. 인간관계가 좁기도 좁고, 관계의 폭을 넓히는 데에 관심이 없는 나이지만 그렇다고 이 친구들과 늘 짝짝꿍이 잘 맞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텀을 몇 개월에 한 번으로 길어졌고, 이마저도 만나더라도 어느 날은 재미도 없고 공감도 안 되는 대화만 하다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그 이유를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보통 회사 사람들과는 형식적인 대화,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화를 하고 친구들과는 웃기기도 하고 즐거운 대화를 한다고들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나는 오히려 회사 사람(팀원)과 대화를 하는 게 더 즐거울 때가 있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걸 느꼈다. 친구들과 만나면 묘하게 벽이 있는 것 같고, 완전히 공감하기 어려운 대화들이 종종 있는 것이었다. 이유를 찾다보니 대화를 하나하나 뜯어보게 되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동료와의 대화는 지금 내가 처해있는 주된 상황과 관련된 대화이다보니 공감도 많이 되고 즐거울 수 밖에 없었다. 팀의 변화부터 업무의 변화까지, 여러 변화를 함께 겪고 있는 동료와의 대화에서 더 많은 공감대를 찾는 건 당연지사였다. 반면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니 공감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내가 모르는 앞뒤 사정에 흥미를 잃기도 했다. 인정한다. 내가 꽤 이기적이었다.(이 점은 고치기 위해 최근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 중에 있다.) 그리고 확실히 나와 비슷한 상황(결혼을 준비하거나, 이제 신혼인 기혼자들 등)에 처한 친구들과 비슷한 경험을 나누며 쉽게 공감이 되었다.


아하,

그래. 자연스럽게 내가 공감하기 쉽고 즐거운 쪽을 찾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이 나아가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래서 사람은 끼리끼리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 사람들도 본인의 지금 관심사, 지금 상황과 비슷한 이들을 찾아 대화하고 소통하려 하지 않겠는가. 조금더 생각해보면 내가 또 어떤 사람이느냐에 따라 어울리는 사람들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뒷담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뒷담화를 같이 해주는 사람을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불만을 토로할 사람을 찾아가겠지. 이건 최근 내가 느꼈던 현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수다떨면 재밌다던 그 동료와 함께 일에 대해, 회사에 대해, 사람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간이 또 재밌고 중독적인지라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것도 미처 생각하지 못 햇던 것 같다. 커플도 마찬가지이다. 남편과 나는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선 나를 이렇게 용인해주고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둘이 서로 끌리고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이것도 얼마 전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했던 생각이다.(나는 설거지할 때 생각을 엄청 한다.) 나는 여친(혹은 와이프)에게 엄청 다정하게 대해주는 남자들을 보면 매우 부러워 하곤 했다. 기념일에 꽃을 사온다던가,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해준다던가, 무조건 애칭을 부르며 맞춰준다던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다정한 남의 남친, 남편 부럽다고 할 필요 없다. 내 깜냥에 맞는 짝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귀찮은 건 딱 질색, 직설적인 말투 좋아함, 챙겨주는 나의 모습을 좋아함 등등.. 다정함과는 거리가 먼 성향을 갖고 있으니 그런 사람에게 더 끌리는 것 같다. 나와 같이 감성보단 효율성, 직설적으로 말하고 듣는 사람, 챙김을 받아야 할 만큼 허술한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만나고 있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효율성 따지고 직설적으로 말하니 흔히 생각하는 나긋나긋한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다. 결국 연애/결혼(*사랑)도 그렇다. 내가 어떤 사람이느냐에 따라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한 번 쯤은 잠시 자신을 제 3자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 같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내가 지금 어떤 사람과 어울리고 있는지, 어떤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다시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인복이 없다고 생각이 들 때면 내 자신을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좋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큼 나는 좋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계속 발전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내가 어떠한 분야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스스로 진심을 다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분야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될테니 말이다. 나 스스로도 내가 진짜 맺고 싶은 관계를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또 그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운좋게 나의 관심사와 다르지만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뒀다면(학연과 추억으로 엮어진 나의 친구들처럼) 별도의 노력을 해서라도 그 사람들의 수준에 맞는 "끼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한 웹툰에서 이런 말을 봤다.

"아무리 크고 화려한 문이라도 열리지 않는다면 벽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성향 자체가 나 스스로 고고하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내 공감대가 아니면 쉽게 외면하고 듣고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덜 했던 것 같다. 내 마음은 자칭 화려한 문이요 열리지 않는 벽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마음에 많은 것들을 담아 풍부하게 살기 위해 문으로서 역할을 다 하려면 쉽게 열려야 한다. 그게 바로 좋은 "끼리"가 되기 위한 노력이라 생각한다. 내 상황과는 다르고, 나의 의견과 달라 공감이 되지 않더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관점을 바꿔 바라보기도 하는. 그런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도 좋은 사람들을 옆에 두고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겠다 싶다.


살아가며 이런 일 저런 일 겪어보니(아직 한참 멀었지만) 그 상황에 매몰되기란 정말 쉽다. 그리고 주변을 탓하고 인생을 탓하는 것도 정말 쉽다. 하지만 모든 것은 나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 상황과 사람들이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었느냐에 따라 달라져 온 것이니, 스스로를 다시 한 번 정비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모두들 세상이 날 억까(억지로 까다)하는 것 같다면 그 세상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한 번 생각해보시길. 어쩌면 답은 너무나 가까이 있을 수 있다.


* 추신: 물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가정환경이나.. 나쁜 상황들은 위의 내용에 해당하지 않음을 필히 말한다. 이렇게 쓰다보니 나의 선택 범위에서 벗어난 상황들로 슬픈 사람들에게 더 큰 짐을 지울까 걱정된다. 이건.. 그저 평탄하게 자라와 무난히 살아가는 직장인의 생각이라고 치부해주시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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