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근간을 잡아주는 "관리"에 대하여.
하이 브런치.
나다.
나는 주말마다 나만의 루틴이 있다.
토요일 혹은 일요일 오전에 아침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청소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커피를 내리고 나선 포터필터를 바로 씻고, 물받침도 씻어서 널어놓는다.
청소를 할 땐 남편과 함께 하는 편인데, 청소기/스팀, 이불털기가 제일 기본이고 화장실과 주방, 베란다 등 다른 부분이 그때 그때 집중 청소구역이 된다.
이 시간이 나에겐 제일 힐링되는 시간이다.
쌓였던 먼지가 사라지고, 청소가 완료된 뒤 뽀송한 이불 위에 눕자면 그것이 휴일이고 주말이다.
평일은 청소와 관련된 것을 일절 건들지 않는다.
그리고 주말에 한 주간 오롯이 쌓인 먼지를 거둬내면 일주일을 또 시작할 준비가 된다.
그러다 최근 방송인 홍진경이 다른 사람이 날 우습게 보는 건 상관이 없다며, 본인이 베고 자는 베개, 먹는 컵, 집안의 정리정돈이 중요하다고 한 영상을 보게 됐다.
그 부분에 매우 공감이 됐다.
물론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참 많이도 휩쓸리는 사람이지만, 적어도 정돈된 집이 주는 자기효능감은 부정할 수가 없다.
커피머신도 쓰고 나면 늘 동일하게 정리하는 이유가 내 스스로 뿌듯하기 때문이다.
잘 관리되어 오랜 시간을 사용했을 때, 그 사실이 나에게 주는 칭찬 포인트가 있다. 마치 어린이가 심부름을 하고 받는 스티커와 같다.
옷도 그렇다. 손빨래, 드라이 등 세탁 방식에 맞춰 정성스레 관리된 옷을 오랜 시간 동일한 상태로 입을 때 내가 내 옷을 잘 관리해서 입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나 스스로 칭찬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집 청소도 마찬가지다. 일주일 간 쌓인 먼지를 비워내고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냈을 때 받는 나의 칭찬 포인트.
그것으로 일주일을 살아간다.
그리고 제품도 마찬가지다. 공들여 산 좋은 제품을 날 위해 잘 쓸 때 그것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현재 나에게는 커피 머신이 그렇다.
공들여 산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원두를 적절한 굵기로 갈아, 향긋한 커피를 즐기고 남편도 그에 행복해할 때 나에게 오는 칭찬 포인트.
그리고 다 쓰고 난 뒤에는 설명서에 적힌대로 청소하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했을 때 오는 또 한 번의 포인트까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자부심으로는, 예전에 쓰던 커피머신이 또 있다.
10만원도 안 주고 산 보랄 커피머신.
별로라고 욕은 했지만, 사실 나는 그걸 엄청 아끼며 잘 썼다.
그 커피머신도 늘 쓰고나면 청소까지 완료하고 물통까지 꼭 말려놨더랬다. 그리곤 그 커피머신으로 내린 커피로 가족 다같이 커피를 즐길 때가 나에겐 소확행이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저렴이 커피머신으로 혼자 열심히 관리하고 잘 썼다는 측면에서 나는 나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생각하며 산다.
지난 주엔 골프연습과 헬스에 집중한 나머지 방아쇠수지증후군에 걸려 일주일 동안 손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 바람에 청소도 마음껏 하지 못 했더랬다.
그리고 오늘,
손가락이 거의 다 나아 청소기부터 부엌, 화장실, 먼지 제거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하고나니 묵직하게 마음 한 구석 자리하고 있던 찝찝함이 사라졌다.
온 몸을 타고 흐르는 땀이 느껴졌지만 아무렴 어떤가.
화장실 타일 간 노란 물때는 사라졌고, 얼룩덜룩 지저분하던 주방은 멀끔해졌는데.
생리 일주일 전, 언제나 그렇듯 찾아오는 호르몬의 농간으로 우울하고 축 쳐져있던 나에게 또 새로운 칭찬 포인트가 쌓여 치유가 된다.
관리는 나만의 정원사.
나의 근간이 되는 집을, 그리고 내 자신을 망가지지 않게 돌봐 튼실히 버티게 해주는 것.
그러니 조금은 귀찮아도 결국엔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