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더미(Conscience Pile)

그의 양심

by 남태현

애리조나 국립공원


미국 공영 라디오 (National Public Radio - https://www.npr.org/) 프로그램 중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This American Life - https://www.thisamericanlife.org/)는 인기가 굉장합니다. 정치, 외교 문제부터 일상의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죠. 지난주, 또 한 번 가슴을 울리는 에피소드를 들었습니다.




중년남자 테드의 인터뷰로 시작합니다. 그는 여섯 살 때 새아빠와 가족 여행을 떠났습니다. 목적지는 미국 서부였죠. 애리조나의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 https://www.nps.gov/pefo/index.htm)에도 갔습니다. 나무가 수백만 년 동안 광물로 변해 돌로 변한 자연이 유명합니다. 겉모양은 나무 그대로인데, 속은 화려한 광물질로 가득해 무지갯빛으로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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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키피디아 By Jeffhollett - Own work,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14303895>


어린 테드는 넋을 잃고 바라보다 아빠를 졸랐습니다. “이거 하나만 가져가면 안 될까?” 아빠는 말렸지만, 결국 큰 조각 하나를 몰래 트렁크에 숨겼습니다.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의 저주


그리고 40년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딸이 그 돌을 보고 말했죠. “아빠, 이거 혹시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에서 가져온 거예요? 거기 돌을 훔치면 저주받는대요.” 순간, 테드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그의 삶은 어려서부터 불운의 연속이었습니다. 화재, 허리케인, 감염, 교통사고, 이혼… 친구들도 놀릴 지경이었습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 듯했죠. 저주였죠. 그리고 돌을 돌려보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사과 편지까지 써서 국립공원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런 일이 테드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돌들을 다시 보내왔죠. 공원관리자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누군가가 돌을 보낸답니다. 어떤 이는 “제 인생이 지옥이에요, 제발 저주를 풀어주세요.”라고 호소하고, 어떤 이는 “이런 게 저주인 줄 미리 알려줬어야죠.”라며 화를 내기도 했죠.


돌은 돌아왔지만 원래 있던 자리를 찾을 수 없으니 자연히 한 곳에 쌓이게 됐고, 이를 <양심 더미(Conscience Pile)>라고 부릅니다. 모르는 사람 눈에는 그냥 수 천 개의 돌무더기이겠지만, 죄의식과 후회로 오란 시간 쌓이고 굳어진 상처이자 멍에인 것이죠.



양심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합니다. 그리고 그 잘못을 기억하고, 언젠가 바로잡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괴롭고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잊혔다 싶다가도 다시 생각납니다.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용서를 구하고, 그 아픔을 알기에 우리는 용서를 하죠. 그렇게 우리 모두 그 ‘양심 더미’에 우리 마음의 조각 하나쯤 얹고 살아갑니다.


그게 사람 사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비난할 때 "양심도 없냐"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큰 죄를 저지른 이도 양심이 없기는 힘듭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그렇게 진화했기 때문이죠. 사람은 쉽게 잔혹해지지만, 완전히 무뎌지지는 못합니다. 마음 한켠에서 저항하는 작은 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소리를 덮기 위해 사람들은 더 큰 소리를 냅니다. 변명하고, 외면하고, 때로는 웃기도 합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도 합니다. 뻔뻔함도 필요합니다.


지켜보는 이의 눈에는 기이할 따름이죠. 하지만 그 기이함은 양심의 괴로움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 뻔뻔함은 양심의 부재가 아니라, 양심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괴로움을 감추기 위한 몸부림이죠.






테드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행운이 잇따른다며 행복해했죠. 저주가 있었으리는 없지만, 죄의식이 없어진 그 영혼이 그만큼 가벼웠을 테고 무슨 일을 해도 잘 됐겠죠. 그 사람도 테드처럼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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