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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년서원 May 04. 2024

지금 어느 나이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미숙했던 엄마 일기

어느 날 대뜸 '당신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 다시 한번 살아볼 수 있다면 어느 시간대로 돌아가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글쎄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비워져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뜬금없고 비현실적인 질문이 뇌새김 되더니 정신세계를 흔들었죠

그렇다고 잘못 살았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도덕과 윤리, 법리적으로도 잘 살아온 보통 사람입니다


어려운 질문에 대해 스스로 묻기를 거듭하며 찾아낸 답은 딱 한 곳!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내 삶에서 가장 찜찜하고 미련이 많은 곳!

자꾸 되돌아봐지고 후회가 남는 곳!

나의 어설픈 초보 엄마시절인 20대 후반입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인 때로 되돌아가서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못했고 더 잘 키울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심적으로 연약한 엄마가 살던 곳!


그러면서 알았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돌아가고 싶은 구간이란 나의 후회와 반성이 있는 곳이고 새로고침하고 싶은 부끄러운 구간이란 것을...


엄마라는 역할이 젖먹이고 보살피고 안아주는 것이라면 나는 충분히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닌 것이 나에게는 늘 어려움이었습니다


엄마가 아는 만큼 아이들의 세계관은 넓어지는 것이었는데 그걸 못했습니다

늘 미숙했고 미약했고 착한 엄마 콤플렉스로 내 아이들의 세상을 내양심만큼의  공간으로 대폭 축소시켰다는 때늦은 후회로  마음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요즘같이 사회적 어려움이 많은 시대를 살게 한 것도 미안한데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자괴감과 죄책감으로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삶이란 자신이 겪은 경험들에서 모든 것이 우러나와 예술이 되고 직업이 되고 재능이 되는 것인데 그 중요한 핵심을 왜 몰랐을까요? 경험! 경험! 경험!

때를 놓친 경험들이 지금에 와서 더욱 또렸해집니다

그때 좀 더 현명했더라면!

그때 좀 더 똑똑한 엄마였더라면 지금 내 아이들의 현주소가 확연히 다르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면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습니다


과거는 박제된 시간의 증명이죠

다만 잊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는 그런 부류의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는 것뿐입니다

나는 그것을 알았지만 이미 성장해 버린 아이들을 과거시간으로 데려갈 수는 없네요


그때는 최선이라고 했지만 아이들에게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

아이들에게 닿지 않는 곳에서 내 힘은 다했고 등 떠밀어주는 부모가 없어 자력으로 뛰었을 나의 아이들이 눈물 나게 대견합니다

그러고도 이렇게 잘 컸다니 숨겨진 시간이 경의롭습니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세상에 보냈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 중의 나는 이제야 조금힘을 가진 엄마인 것 같습니다


생뚱맞게 시간을 되돌린다는 건 삶의 착각이고 시각의 오류가 아닐까요?

아이들과 시공간을 초월해서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며 살 것입니다

이다음에 또다시 돌아볼 과거가 있을 때 행복만 가득한  후회 없는 시간으로 수놓아볼까 합니다


이제 곧 넝쿨 장미 활짝 핀 계절이 와서 오붓하게 티타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올 것입니다

모두의 달콤한 시간을 위하여~

나의 70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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