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 일본서 만화까지 제작된 '한국 천만 영화'

영화 '왕의 남자'

by 이슈피커

2005년 12월 29일에 개봉한 '왕의 남자'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네이버 평점 9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상영 당시 전국 3번째 천만 관객 돌파라는 이례적 성과를 기록한 영화는 여전히 수많은 관객에게 회자되고 있다. 2025년 현재까지도 '왕의 남자'만큼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사극은 드물다.


영화 '왕의 남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조선의 왕, 그 왕의 시선을 사로잡은 궁중 광대들의 이야기다. "그때, 모든 것은 왕의 것이었다"라는 시놉시스처럼 권력을 가진 자가 가질 수 없는 자유와 열망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광대들의 자유와 신명, 그에 얽힌 비극적인 운명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왕이 가지지 못해 더욱 소유하고 싶어했던 자유로운 영혼은 조선시대뿐 아니라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왕의 남자', 궁중 광대들의 비극과 질투


'왕의 남자'의 중심에는 두 광대가 있다. 감우성이 연기한 장생은 대담하고 호방한 광대로 자유분방한 성격과 함께 동료 공길을 진심으로 아끼는 인물이다. 장생은 구불구불한 장발과 덥수룩한 수염, 입가의 흉터, 누더기 차림 등 거친 인상을 풍긴다. 그가 유독 챙기는 인물이 바로 이준기가 연기한 공길이다.

1-198-837x1200.jpg 영화 '왕의 남자' 공식 포스터 / 시네마서비스

공길은 여린 외모와 여성적인 행동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성이지만 누구보다 고운 외모, 섬세한 언행, 광대극에서 맡는 여성 역할로 주변 인물들은 물론 왕 연산군까지 매료시킨다. 작품 제목인 '왕의 남자'는 곧 공길을 의미한다. 극 중 공길은 옴므 파탈형 캐릭터로 동시대 남성 캐릭터들과도 뚜렷하게 구별된다.

4-188.jpg 영화 '왕의 남자' 출연 배우 이준기 / 시네마서비스

조선의 폭군으로 그려진 연산군(정진영)은 어머니 폐비 윤씨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광기를 지닌 인물이다. 장녹수(강성연)는 연산군의 후궁으로서 왕의 곁을 지키며 연산군의 관심을 빼앗아가는 공길을 끊임없이 경계한다. 작품은 네 인물의 얽히고설킨 감정과 질투, 욕망, 파국으로 치닫는 운명을 따라간다.


입소문으로 만든 천만 영화


'왕의 남자'는 당시 주류 영화 시장에서 쉽게 다루지 않던 동성애라는 소재를 다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에 대한 호평과 입소문을 바탕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는 당시 스크린 독점 현상과 신파 위주의 흥행 패턴을 보이던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관객의 자발적 재관람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199-837x1200.jpg 영화 '왕의 남자' 메인 포스터 / 시네마서비스

실제로 상영 스크린 수는 313개로 이후 등장한 '명량'이나 '베테랑', '극한직업' 등이 1000개 이상 스크린을 받은 것에 비해 훨씬 적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극장에 자리가 없어 계단에 앉아 영화를 봤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5-132.jpg 영화 '왕의 남자' 출연 배우 정진영 / 시네마서비스

작품은 동성애를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대신 권력과 자유,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섬세하게 조명했다. 연산군의 폭력과 공길의 연민, 장생과의 유대가 얽히며 영화는 한국 사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런 점에서 '왕의 남자'는 그 시기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소재임에도 천만 관객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은 사극


'왕의 남자'는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대종상 등 국내 굵직한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평론가 이동진은 천만 관객을 기록한 한국 영화 중 작품성 기준으로 '기생충', '괴물' 다음으로 '왕의 남자'를 꼽았다. 이처럼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단순 흥행을 넘어 한국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사극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3-197.jpg 영화 '왕의 남자' 출연 배우 이준기가 말을 타고 있다 / 시네마서비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권력도 돈도 필요 없다면 광대처럼 한바탕 놀다가는 삶을 택하겠다", "예술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영화", "이준기 연기가 왜 그토록 강렬했는지 이해됐다", "몇 년이 지나도 평점 9점대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다", "수작 중의 수작"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일본에서는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만화책으로도 제작돼 판매된 바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왕의 남자'는 스크린 수, 소재, 작품성까지 여러모로 이례적인 기록을 남긴 한국 영화로 남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연말 우울증’ 싹 날려버릴 자존감 지킴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