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내 마음은.
비가 오면, 내 마음도 옅어져요.
물빛이 종이를 물들이듯
오래 눌러두었던 내 감정들이 흘러내려,
내가 나를 감당하지 못할까 두려워요.
빗소리에 섞여
미처 꺼내지 못한 말들이
창문을 두드리고,
우산을 들고 나가보면
나를 기다리는 이 한 명 없는데,
괜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발끝이 방향을 잃고 맴돌아요.
그러다 이 비가 그치면,
젖은 내 마음도 어딘가로 사라질까요?
비는 울지 않는데,
나는 젖지 않아야 할 감정들까지
빗속에서 무너졌어요.
나는 어쩌면, 물이 되고 싶었을지도.
슬픔을 다르게 말하는 방법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