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원인이 있어야 한다는 믿음에 대하여
우리는 무언가 어긋났다고 느끼는 순간,
거의 자동적으로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원인이 있었을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믿음은 세상이 여전히 설명 가능한 장소라는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삶은 그 기대를 자주 벗어난다.
많은 일들은 명확한 인과의 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작은 요인들이 겹치고,
서로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결과로 모습을 드러낸다.
뒤늦게 붙인 설명은
사건을 이해하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두고 갈라져 왔다.
세상에는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태도와,
그런 단정 자체를 경계하는 태도 사이에서 말이다.
전자는 질서를 만들었고,
후자는 그 질서가 지나치게 단단해질 때의 위험을 경고해왔다.
이 차이는 일상에서도 반복된다.
우리는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판단할 수 없을 때는 그 잣대를 자신에게로 돌린다.
남을 평가하던 언어가
어느 순간 자신을 옭아매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지혜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일에 설명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이해되지 않는 상태로 남겨두는 용기도
성숙함의 일부라고.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을 끝까지 설명하려는 마음에서
조금 물러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물러남 속에서
우리는 타인과 자신을
조금 더 덜 다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