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보다 더 어려운 말, '듣는 말'

by 야옹이


우리는 관계가 어긋났을 때
“미안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여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어려운 말이 있다.

‘듣는 말’.

듣는 말은
말을 ‘잘 듣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건 상대의 말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내 안에 만들어주는 일이다.

누군가가 감정을 털어놓을 때,
우리는 곧잘 조언하려 하고,
해결하려 하고,
반박하거나
자신의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듣는 말은
그 어떤 ‘의견’도 담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의 말이 말로 끝나지 않도록
마음까지 도착할 수 있게 해주는 언어다.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그렇게 느낄 수 있지.”
“계속 말해줘. 듣고 있어.”

이 짧은 문장들은
어떤 정답도 제시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신뢰는
때때로 사과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우리는 ‘잘 듣는 사람’을 흔히 착하고 조용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듣는 사람은 가장 강한 사람이다.
상대의 감정을 비껴가지 않고,
내 해석을 끼워 넣지 않고,
그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존재해 주는 사람.

듣는 말은
침묵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책임과 배려가 담겨 있다.

“내가 듣고 있어”라는 말은
“나는 너를 판단하지 않겠어”라는
조용한 선언이다.

관계는 말로 쌓이지 않는다.
말이 끝난 후,
그 말이 머무는 ‘공기’로 쌓인다.

그 공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진짜
관계를 지키는 사람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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