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펭귄

지금의 시대를 소멸과 상실의 시대라 이름 지어주고 싶다. 낭만을 좇기에는 현실의 무정함에 치이고, 소멸을 바라보며 상실을 견디기엔 초라한 몸집이다. 이러한 세상에 살아가며 사랑을 꿈꾸던 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철이 없다 느끼겠거니 싶었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니힐리즘에 빠져있었다. 생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야 했지만 번번이 실패자였다. 질긴 가족의 연도, 스쳐 지나간 인연도- 가볍고 무겁고의 문제가 아니다. 내 작은 몸뚱어리 하나 둥지 삼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생의 끝을 자주 들여다보았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무던히 건널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내가 보았던 어른들이 그러했고 나는 그게 어른 일 거라 막연히 그려냈다. 지금의 나는 건너기는커녕 빠져나오지도 못하며 허우적거린다. 나는 어른이 되지 못했는가? 아니면 내가 바라고 보았던 것의 이면을 보지 못했는가?

어느 날 이런 글을 보았다. [우린 다 계획에 없던 사랑을 하고 예상치 못한 크기로 사랑을 쏟는다]. 계획에 없던 인연이 차고 넘쳤고 예상치 못한 크기로 사랑을 쏟은 덕분에 무너짐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나쳐야 할 인연임에도 아까워 버리지 못했다. 냉장고에 넣으면 빨리 상하지 않을 거라는 착각을 하다 결국 썩은 내에 대청소를 하게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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