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기혁의 혁신(1)

1. 기혁의 일상

by 이문웅

기혁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자쇼에서 강의를 마친 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를 마중 나온 것은 국정원 요원들이었다. 특별히 외교관들만 드나드는 통로를 통해 신속하게 입국한 기혁은 곧바로 국정원으로 향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차 안은 묵직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한 국정원 요원이 선글라스를 끼고 친근한 표정으로 “미국에서 즐거웠나요?”라고 질문했지만, 기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요원의 유머러스한 접근은 기혁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놈 참 까칠하구먼”이라고 덧붙이자, 기혁은 단호하게 “여기서 세워 주세요. 나 이런 사람하고 함께 일 못합니다.”라고 반응했다. 그의 말은 마치 차가운 얼음처럼 냉정했고, 그로 인해 분위기는 더욱 엄숙해졌다.

함께 간 팀장으로 보이는 요원이 “야! 사과드려! 빨리!”라고 긴급히 재촉하자, 다른 요원은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기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차 안의 공기는 싸늘하기만 했다. 기혁의 마음속에는 여러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고, 특히 자신의 기술이 천수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천수를 떠올리면 그에 대한 걱정이 앞섰고, 동시에 그를 끝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오랜만에 돌아온 대한민국의 땅은 기혁에게 불안과 걱정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있었다. 이 모든 감정은 기혁의 마음속에서 충돌하며 그를 괴롭혔다.

기혁은 자신의 이상과 천수와의 관계에서 겪는 내적 갈등을 느끼며, 그가 선택해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천수와의 깊은 우정이 있지만, 그 우정이 이번 사건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기혁은 단순히 기술적 천재일 뿐만 아니라, 그의 결정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려는 의지가 강한 인물이었다.

약 한 시간을 달렸을까, 시차 때문에 잠깐 졸았던 사이 차는 이미 국정원을 통과해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다. 요원들은 그를 깨우지 않기 위해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잠에서 깬 기혁은 한결 상쾌한 기분으로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으으윽! 벌써 온 거예요?” 그 말속에는 아직 어린 청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요원은 차분하게 “네! 이제 들어가셔야 합니다. 국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기혁은 국장실에 들어서며 국장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 국장의 계획은 그의 기술을 이용해 천수를 제어하고, 그를 제거하려는 것이었다. 기혁은 국장의 의도를 간파하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국장님, 제가 천수를 막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와의 깊은 우정이 저를 괴롭게 만듭니다. 천수는 저에게 매우 소중한 친구입니다.”

국장은 기혁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우정은 참으로 귀중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기술이 그 친구를 더 나은 길로 이끌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가 범죄의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그러므로 당신의 기술을 활용하여 그를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기혁은 국장의 말속에 숨겨진 의도를 읽고 있었다. “국장님, 제 기술이 천수를 돕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는 현재 범죄에 연루되어 있습니다. 제가 그를 저지하려 할 때, 그를 친구로서 돕는 방법이 있을까요?”

국장은 기혁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대답했다. “그것이 당신의 역할입니다. 천수와 그의 일당을 제압하고, 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죠. 그렇게 된다면, 당신도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에도 큰 이득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제가 그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혁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럴 경우,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기술이 그를 제어할 수 있다면, 우리는 큰 기회를 잡게 될 것입니다.” 국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반드시 천수와 그의 일당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 국가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기혁은 국장의 말에서 강한 압박을 느끼며, 친구에 대한 의리와 국가의 필요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는 이제 그 결정이 자신의 인생과 친구의 미래를 좌우할 것임을 깨달았다.

“제가 선택해야 할 길은 무엇입니까?” 기혁은 결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국장은 깊은숨을 쉬며 말했다. “당신의 기술로 천수를 통제하고, 그가 더 이상 범죄의 길로 나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를 반드시 처치해야 합니다.”

기혁은 국장의 말을 듣고 깊은 내적 갈등에 빠졌다. 친구에 대한 의리와 국가에 대한 의무 사이에서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고민하며, 기혁은 결단의 순간에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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